어렸을 때 이미지로 고착되면 스스로 답답할 겁니다

by 이이진

https://youtu.be/Iph3 u4 BDMaY? si=rwqdDglyMXHjPDDN


제 경험으로 봤을 때 그러니까 저 자신을 포함해서 주변 사람들을 보면, 사람은 성장하면서 여러 차례 성격적으로나 어떤 면에서 변화를 겪습니다. 가령 어렸을 때 꽤 활발했던 것으로 기억하는 친구를 어른이 된 후 우연히 보게 되면, 조용해졌다거나 내성적이 됐다거나 등등, 변화를 했죠. 반대로 조용했던 것으로 기억한 친구가 꽤 시끄러운 직업을 갖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우나 연예인 중 상당수가 학창 시절 너무 조용해서 이런 직업을 가질 줄 몰랐다고 주변에서 말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될 거 같고요.)


본인이 인지하는 경우도 있고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는데 주변에서 변했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습니다. 저도 아주 어려서는 굉장히 내성적이고 말도 없고 그런 성격에서 좀 새침한 성격이었던 적도 있고, 지나치게 활발했던 때도 있었으며, 지금은 다시 조용한 성격이 됐긴 하지만 활발할 때는 활발하기도 하고요.


이런 면에서 아이돌이나 어린 시절 너무 큰 유명세를 얻는 분들에 대해서 조금 우려하는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일반적이지 않은 성향이 하나의 인격으로 고정되거나 고정되도록 강요받는 경우가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죠.


가령 어렸을 때나 아동, 청소년기에는 통상 열린 성격을 갖게 됩니다. 자폐적 성향이 높지 않고서야, 대부분의 아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얻으려 하고 호기심을 갖게 되며 관심을 받는 것을 즐기게 되죠. 좀 똑똑한 애들 중에는 같은 나이 친구들을 속으로는 무시하고 (^^;;;;) 어른이나 성숙한 사람에게라도 인정을 받으려고 하게 됩니다. 같은 나이 애들이 유치해서 인정받지 않으려는 거지, 그 속에는 누군가에게 늘 인정을 갈구하는 게, 성인이 되기 전까지 다 그렇습니다. 물론 인정받으려는 대상이 부모인 경우도 상당히 많고요. (사실 가정사가 안 좋아도 효자 효녀 이미지로 성공한 경우, 이 이미지 때문에 가족을 버릴 수가 없게 되는 계기이죠.)


그런데 이 시기에 유명세를 갖게 되면 당시 성격이나 외모, 분위기가 마치 그 사람의 인격이나 성격인 것으로 고착되는 오류가 생긴다고 생각이 되고, 실제로 어떤 아이돌이 나와서 <아이돌들이 20대 후반에 느닷없이 남자병이 걸려서 지나치게 남성성을 추구하는 시기가 있고 이때 조심해야 된다>고 하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아이돌로서 팬덤을 상대하면서, 고착되거나 억눌린 성향이 나오는 게 맞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아이돌들에게 자신의 팬덤에게 연인처럼 행동하도록 요구되다 보니까, 본인 성향이 무뚝뚝하고 그럴 수도 있는데, 갑자기 그런 이미지를 보일 수가 없으니까, 남성성에 대해, 때로는 여성성에서 어떤 혼란이 생긴달까요. 지나치게 달콤한 성격이라거나, 지나치게 섹시한 이미지로 성공한 상황에서, 그 이미지를 부정하는 것으로 인한 실패를 감내하긴 힘들고, 그렇다고 그게 자신이 아닌 것 같은 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거죠. 도망치듯이 연예인 생활을 내려놓는 분들이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 같습니다.


사실 일반 사람들도 어떤 날 자신을 보면 활발한 것도 같고, 어떤 날 자신을 보면 내성적인 것도 같고, 어떤 날 자신을 보면 감정적인 것도 같고, 어떤 날 자신을 보면 이성적인 것도 같고 그렇습니다만, 이런 내적 치열함에 스스로 부딪히며 무너지고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서 이뤄내는 성장이 아이돌이나 어린 시절 유명세를 얻은 사람들에게서 배제되는 것 같고, 심지어 성인이 된 이후에 성공을 했어도 이 부분 때문에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은 거 같고요.


누군가 늘 나의 행복과 성공과 불안과 방황과 같은 일상을 바라봐주는 게 외롭지 않고 좋을 때도 있지만 (실제로 일반 사람들은 자신 주변의 삶과 유명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이 없어서, 무관심 속에 비참하게 사는 사람들이 훨씬 다수이지만) 때로는 스스로의 고통을 묵묵히 감내하고 싶을 때가 있으며, 이 과정으로서,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억지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그 바퀴에서 내려올 수도 있게 됩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에 이미 너무 많은 노출이 된 경우, 아직 고정되지 않은 당시 이미지의 고착으로 인한 혼란이 성장 이후 생기는 것 같고, 저는 이 부분이 아이돌들에게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이 되네요.


유명인이 아닌 저 같은 비영리 활동가에게도 온갖 악플과 쌍욕이 달리는 세상이라, 내가 아이돌이라서 악플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그건 오해라고 다른 댓글에도 쓴 바가 있고, 인간관계라는 것도 어느 직장, 어느 세계를 가더라도 존재하며, 경쟁이나 시기 질투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이 있는 곳에는 좋은 것 이상으로 나쁜 게 공존하고, 좋은 것일수록 나쁜 것도 크다고 보고요. 때문에 굳이 아이돌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그건 말씀하신 인간관계, 일의 불안, 악플 때문도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아직 인격이 제대로 형성되기 전의 모습으로 성공한 것을 계속 가지고 가기에는 스스로 내적 불만이 쌓이고, 버리고 가기에는 인생을 부정하거나 안정적인 삶도 버려야 된다는 게 된다는 모순이 아니겠는가 생각합니다.


저도 잠깐이긴 했으나 20대 중반 일반인 다큐에 나왔다가 말 그대로 잠깐 유명세를 탔었는데, 그때 무슨 종로 페스트 푸드점에만 가도 다 알아보고 그러는 바람에, 제가 디자이너인데 원단 시장 가면 사장님들에게 손 흔들고 동창들 전화 오고 그랬던 때가 있었고, 그때 그 방송에서의 이미지가 고착되는 걸 경험하고 부랴부랴 준비 없는 유명세는 너무 피곤하다, 느낀 바가 있어서, 저는 충분히 자라지 못한 상태에서의 유명세는 부담이 너무 크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제가 당시 나름 성장한 20대 중반의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다큐에서의 그 짧은 이미지에 제가 계속 종속되기를 바랐고 (굳이 누가 드러내서 원한다고 하진 않아도 제가 그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같은 이미지를 스스로 만들어 내더군요), 이후 저는 유명세라는 것에 대해서, 이게 만만치 않은 무게감이라는 걸 그때 몰랐던 걸 이제는 알게 됐죠. 물론 지금은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유명해진다는 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무게이며 어떤 필요가 있는 지를 조금 인지하게 됐습니다만, 당시 20대 중반의 저는 전혀 몰랐고, 그럼에도 그 유명세가 저를 굉장히 억압했던 건 기억합니다.


아이돌이라는 직업 자체가 저는 앞으로도 없어지긴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한다면, 아이돌 스스로 인간은 끊임없이 완성되는 존재이고 나는 이 직업을 가짐으로 인해 그 과정이 계속 공개될 수밖에 없다는 걸, 인지하도록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익명의 누군가로 산다는 것은 무한한 외로움에 직면하는 고통스러운 일이고 (즉 내가 죽는다고 누구 한 명 울어주지 않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무가치함도 있고요), 반면에 유명인으로 산다는 것은 내가 잘한 것과 못 한 것, 수치스러운 것과 악행 한 것, 그 성정이 늘 공유될 수밖에 없다는 걸 인지하는 삶입니다. 이런 중요한 문제를 아주 어린 나이에 결정하게 된 것으로 인한 어려움을 모쪼록 잘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덧붙여서, 아이돌 중에 성인이 되면서 이미지 변신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고, 그 과정에서 남자병이나 기타 여러 정체성 혼란, 소속사와의 분쟁 등을 겪는 게 아닐까 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 장르를 변경했다가 악플 세례를 받거나, 변신을 시도했다가 또 그렇기도 하고, 연인과 팬의 경계가 모호해져서 복잡해진 분들도 있더군요. ^^ 손만 흔들어도 좋아하는 팬과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는 연인은 다른데 말입니다.


여하튼 인간 삶에 고통이나 미움, 시기, 경쟁이 없는 곳은 없으니 만큼, 어떤 곳에서든 배움이 있더군요. ^^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씩 더 성장하리라 봅니다만, 그럼에도 겪어야 하는 혼란에 대해서는 미리 생각을 해두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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