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면 꼭 먹어야 하는 간식들이 있다. 붕어빵(나는 슈붕파다), 군고구마, 호떡, 계란빵 그리고 만두 같은 겨울이 제철인 간식들.
사실 만두는 사계절 내내 먹어도 좋은 음식이지만 추운 겨울 하면 뜨끈하고 속이 꽉 찬 만두가 유독 생각난다. 무엇보다 새해가 되면 꼭 떡만둣국을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만두는 자연스럽게 '겨울의 음식'으로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그렇게 한 해의 첫날부터 만두를 떠올리기 시작해서일까. 겨우내 만두가 생각나는 순간들이 유독 많다. 특히 찬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면 만둣가게 앞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풍경이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공기 속에 섞인 뜨끈한 연기와 기다리는 시간마저 포근한 그 분위기 말이다. 게다가 맛있는 만두를 기다리느라 추위도 잊게 된다.
만두는 겉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아주 넓은 세계를 가지고 있다. 속 재료만 해도 고기, 김치, 갈비, 새우 등 다양하고 만두피도 속이 보일 듯한 얇은 피부터 찐빵 같은 두툼한 피, 쫄깃한 감자피까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다. 조리 방식도 찌고 굽고 삶는 등 여러 가지여서 그때그때 다른 매력을 준다.
나는 김치만두를 가장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찐만두를 제일 좋아한다. 간식으로 먹어도 좋고 밥 대신 만두 서너 판으로 허기를 채워도 아주 행복하다.
또한 겨울이 되면 국물 속에서 만두가 더 빛을 발한다. 칼국수와 만두가 함께 들어간 칼만둣국, 떡과 만두가 어우러진 떡만둣국은 속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겨울 대표 음식이다. 이때만큼은 만두가 든든한 식사가 된다.
이처럼 만두의 세계는 매우 넓고 다양하다.
만두와 관련된 개인적인 기억들도 많이 있다. 그중 가장 선명하게 남아있는 장면은 만두를 만들어주시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할아버지는 말이 조금 어눌하고 행동 속도가 느리셨지만, 만두 속을 천천히 그리고 정성스럽게 채우던 모습만큼은 지금도 기억난다. 특히 "만두 먹어라."라고 말하시던 목소리는 이상하게 또렷하게 귀에 남아 있다. 그 옆에서 함께 만두를 빚던 할머니의 손놀림도 떠오른다. 여러 이유로 할머니를 좋아하지 않던 시절이었지만 그때 만들어주신 만두는 참 맛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좋아하지 않던 감정과는 별개로 나를 챙겨주고 싶었던 할머니의 마음이 만두 속에 담겨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지금은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할머니는 그때보다 연세가 많이 드셔서 두 분의 손맛을 더는 맛볼 수 없게 되었지만, 만두를 먹을 때마다 그 시절의 온기가 문득 되살아난다.
마지막이 조금 무거운 것 같은데 가벼운 기억들도 있다. 추억의 플래시 게임인 고×만두 만들기 게임을 어릴 때 재밌게 한 기억이 있다. 완벽한 만두보다는 이상한 재료를 넣어서 만들어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그리고 중학생 때 다니던 학원 아래 분식점에서 미니 군만두를 자주 사 먹었는데 어느 날 같은 반 남학생이 내 얼굴을 보고 "만두 같다"라고 놀렸다. 좋아하는 음식이 외모 비하로 들리니 기분이 나빴었는데 지금의 나라면 아마 '만두라고? 먹고 싶다?' 하고 넘어갔을 것 같다.
또 한 번은 감자피 만두를 너무 많이 먹었다가 배탈이 난 적도 있다. 이후로 감자피 만두는 잘 먹지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만두는 좋다. 만두 한입에 여러 감정과 순간들이 겹겹이 따라붙는 셈이다.
생각해 보면 만두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다. 꽉 찬 만두 속처럼 그 안에는 다양한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겨울마다 만두가 생각나는 건 맛 때문만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계절의 풍경, 나만의 추억들이 함께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올겨울에도 나는 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만두 앞에 서 있을 것이다. 아마 그 한 입속에 내가 지나온 시간과 계절들이 조용히 스며 있을 것이다. 만두는 그렇게 겨울마다 돌아오는, 따뜻하고 맛있는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