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문장과 삶을 엮은 내 영혼의 미술관

by 아트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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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문장과 삶을 엮은 내 영혼의 미술관


마음에 스며든 그림과 문장들을 유영하다,

읽는 사람 이소영이 밀도 있게 건져 올린

매일 밤의 다정한 기록


우연히 마주친 한 점의 명화가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물 때가 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울림이 느껴지고, 화가가 포착한 순간의 정서가 내 마음과 공명한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고요 속에서 책장을 넘기다가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문장을 만날 때, 우리는 그 문장을 되새기며 지금껏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다. 이 책은 이렇듯 그림과 문장이 만나는 순간을 펼쳐놓고 독자들을 초대하는 감각적인 사유의 전시회이다. 오랫동안 활동해 온 미술 에세이스트 이소영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틈틈이 저장해 둔 명화와 책을 읽다가 마음에 흔적을 남긴 문장을 연결해 큐레이션했다.


저자는 한 점의 그림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마치 깊은 물속으로 잠수하는 것과도 같았다고 고백한다. 표면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화가의 붓질 하나, 색의 조합 하나에도 이야기가 흐른다. 저자는 그 이야기들을 길어 올려 아름다운 문장과 연결하는, 고독하고도 풍요로운 밤의 시간을 선사한다.


책에 수록된 그림들은 우리가 자주 봐서 익숙해진 유명 작품이기보다는 일상의 행복, 인간의 내면, 삶과 죽음, 예술에 대한 생각 등을 독자적인 시각으로 담아낸 작품들이다. 평소 저자가 힘들 때마다 꺼내 보던 위로와 사유의 그림 48점을 한데 모아, 매일 밤마다 하나씩 이야기를 들려준다. 수집한 문장 또한 작품을 그린 화가의 자기 고백이 담긴 말부터, 삶에 대한 성찰과 기쁨을 배가시켜 주는 말까지, 말할 수 없는 감정의 결들을 깊이 있게 드러낸 것들이다.


예를 들어 아홉 번째 밤에, 저자는 레옹 스필리에르트의 [어부의 아내]에서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바쁘게 걸어가는 여인의 발걸음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풀어낸다. 평생을 불면증에 시달리며 밤마다 해변을 산책한 화가의 삶, 유화 대신 새벽의 덧없는 감정들을 빠르게 붙잡고자 했던 파스텔화 방식, 말 대신 감정을 말해 주는 몸의 규칙성과 리듬, 이 모든 해설이 “삶이 늘 시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운율은 있다”는 문장으로 압축되어 마음을 파고든다. 이제 화가의 붓과 작가의 펜으로 엮어낸 지금 여기의 순간들을 만나 보자.


때론 ‘눈보다 손이 깊게 읽는다.’ 그래서 이 책에는 여백을 두었다. 이 여백은 온전한 독자의 공간이다. 저자의 그림 해설을 읽고 책 속 문장을 다시 한번 음미하며 필사하는 노트로 활용할 수도 있고, 그림을 보고 느낀 감상이나 생각을 자신만의 언어로 다시 담아도 좋다. 저자는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그렇게 능동적인 독자가 되어 주길 제안한다.


보고, 읽고, 쓰는 체험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색다른 그림 감상법이자,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미술적 체화의 시간이다. 일상의 속도에 지쳐 있는 사람들, 위대한 작가들을 흠모하며 밤마다 책을 읽는 사람들, 한 점의 그림 앞에서 오래 머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해설을 넘어 손끝으로 만나는 그림과의 대화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이소영


매일 미술작품을 탐독하는 사람.


십여 년간 [하루 한 장 인생그림],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미술에게 말을 걸다],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등 여러 권의 미술서를 쓴 미술 에세이스트다.


미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미술교육학과 미술사학을 다시 공부했으며, 30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한 아트 컬렉터이기도 하다. ‘빅피쉬아트’, ‘조이뮤지엄’, ‘소통하는그림연구소’를 운영하며 학교 밖 미술교육이 삶의 전 연령에게 필요하다고 믿고, 더 나은 삶을 위한 미술교육을 실천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아트메신저 이소영’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예술이 사람의 일상과 마음에 닿을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해 왔다.


이 책에서는 ‘읽는 사람’으로서의 자아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평소 혼자만 좋아하던 미술 작품들과 서재에 가득 붙여 둔 문장들을 꺼내어, 그림과 글이 서로를 비추는 새로운 큐레이션의 여정을 시도했다. 예술을 읽고, 문장을 바라보며 적어 보는 이 책은 결국 한 사람이 예술을 사랑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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