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맛있는 음식이 너무나 많다. 우리나라만 해도 뜨끈한 국밥, 찌개 같은 국물류에 떡볶이, 순대 같은 분식은 기본이요, 외국에서 들어와 한국식으로 변형된 음식도 많고, 떡이나 약과 등의 달콤한 전통 디저트까지. 최근엔 또 ‘두바이 쫀득’ 시리즈가 온갖 형태로 변형되며 국내에서 엄청난 열풍을 이끌고 있지 않나. 나라 하나만 해도 이 정도인데 다른 곳으로까지 시야를 돌리면 그야말로 거대한 미식 축제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여행을 다니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그 나라의 음식을 먹기 위해서이기도 하니. ‘식도락’이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수천, 수만 가지나 되는 음식이 있어도 사람들은 자신만의 ‘소울 푸드’ 하나씩을 간직하며 산다. 영혼을 운운하니 거창하게 들리지만, 간단히 말하면 그냥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배가 고플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 남은 평생 딱 한 가지 종류만 먹을 수 있다면? 하고 밸런스 게임을 할 때마다 이상하게 아른거리는 음식.
집밥이나 고향 음식처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메뉴일 수도 있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자극적인 배달 음식일 수도, 간단하게는 가장 최근에 먹은 무언가일 수도 있으리라. 그리고 나의 경우엔, 가장 좋아한다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 초밥이다.
초밥, 다른 말로 스시는 모두가 잘 알듯이 일본의 대표 음식 중 하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스시’는 단일 메뉴가 아니라 그 안에 여러 종류가 있는 하나의 그룹명이고,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손으로 밥을 쥐어 모양을 내고 그 위에 생선을 올리는 형태의 초밥은 ‘니기리즈시’라는 특정한 갈래다.
이 외에도 김으로 감싸는 ‘마키즈시(혹시 일식집에서 김으로 감싸 아랫부분을 뾰족하게 원뿔 모양으로 만들어주는 마끼를 본 적이 있다면, 그건 데마키즈시다)’, 덮밥 형태의 ‘치라시즈시(우리나라에선 지라시 덮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틀에 넣고 눌러 만드는 ‘오시즈시(대표로 고등어 봉초밥이 있다)’ 등이 있고, 유부초밥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초밥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이나리즈시’라는 이름으로 끝에 ‘스시’를 붙여 부른다. 하지만 ‘니기리즈시’가 워낙 대중화되어 있어서 ‘스시’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그러한 형태를 떠올리곤 한다.
참고로 회전 초밥은 ‘가이텐즈시’라고 하고,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자리 잡아 여러 형태로 변형된 ‘오마카세’도 바로 이 초밥에서 시작된 문화다.
초밥은 크게 밥과 생선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밥 부분은 ‘샤리’, 생선 부분은 ‘네타’라고 부른다. 이 네타는 주로 생선이 올라가긴 하나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달걀, 채소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한 종류를 올리면 된다. 만약 생선이 올라가되 날생선이 아니라 토치로 그을려 익힌 생선이 올라가면 ‘아부리’라고 부른다. 초밥 밥을 만들 때는 식초와 설탕이 주로 사용되는데, 냄비에 식초와 설탕, 소금을 적절한 비율에 맞게 끓여 식힌 뒤 갓 지은 밥에 준비해 둔 식초물을 부어 섞어준다. 그렇게 양념한 밥을 셰프가 손으로 뭉쳐 모양을 잡으면 우리가 아는 초밥 밥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요리되어 나오는 초밥이 눈앞에 놓였을 때, 일반적으로 이야기되는 ‘잘 먹는 방법’이 있다. 손으로든 젓가락으로든(초밥은 손으로 먹는 게 권장되기도 한다) 초밥을 집으면, 그대로 간장에 찍어 밥을 적시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누이거나 뒤집어 회 부분을 찍는다. 밥알은 간장을 순식간에 너무 많이 빨아들여 회 맛을 가릴 정도로 짜질 수도 있고, 젖으면 모양이 무너져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은 준비된 생강을 붓처럼 사용해 그것으로 초밥 위에 간장을 펴 발라도 된다. 이때 적시고 남은 생강은 같이 먹어도 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토핑이 아니라 초밥과 초밥 사이의 입가심을 위한 용도로 놓이는 것이다.
또, 기본적으로는 맛이 약한 것부터 먹는다고 해서 담백한 흰살생선을 가장 처음으로 먹고, 점점 연어나 참치 같은 기름진 붉은살생선을 먹다가, 마지막으로 달걀말이 같은 단 입가심으로 마무리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얘기들일 뿐, 자신의 취향에 맞춰 맛있게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생선 살 색깔 순서엔 신경 쓰지 않고, 한 종류씩 고루 돌아가면서 맛이 강하지 않은 간장에 듬뿍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가장 대중적인 초밥 종류는 아마 역시 연어와 광어, 그다음으로 참치일 것 같다. 하지만 초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다양한 종류에 도전해보기를 권해본다. 설령 입에 맞지 않았더라도,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보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경험이자 추억이 될 수 있다.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나의 개인적인 추천을 남기자면, ‘안키모’라고 하는 아귀간과 ‘시라코’라는 이름의 복이리로 만든 초밥을 추천해본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식재료는 아니지만, 두 가지 모두 굉장히 고소하면서도 녹진한 맛이라 한번 맛보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