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을 기약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순간들

by 아트인사이트


누군가에게 생화를 선물한다고 하면 금방 시들고 관리를 잘못하면 벌레가 들끓는다며 만류하는 사람이 항상 있다. 받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꽃다발은 선물받았을 때 번거로운 일이 자주 생기는 게 사실이다.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눌려서 꽃이 상할까봐 노심초사해야 하는 건 물론, 집에 와서도 포장을 풀어헤치고 화병에 담아두는 게 귀찮은 작업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특별한 날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꽃을 사고, 선물하고, 꽃을 받고 기뻐한다.

꽃 선물에는 분명히 어떤 힘이 있다. 상처 난 곳 없이 예쁜 형형색색의 꽃을 작은 정원처럼 모아둔 꽃다발을 받으면 바로 미소가 지어진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과 만나는 자리에서 어색했던 분위기를 꽃이 환기시키면 꽃 선물을 화두로 자연스럽게 말문이 트이기 시작한다. 꽃은 이렇게 쉽게 마음을 유하게, 그리고 기쁘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작은 얼굴로 올려다보는 꽃의 힘은 강하다는 걸 대학 졸업을 앞두고 꽃을 받는 순간마다 느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꽃 선물의 의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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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3년 전부터였을까. 밖에 나가면 예쁘게 포장된 꽃 한송이나 작은 꽃다발을 들고 있는 2030 세대의 친구로 보이는 무리나 커플로 보이는 이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특별한 자리가 아니더라도 서로에게 가볍게 꽃 한 송이를 선물하는 일은 특히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왜일까? 이에 대해 아주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자면, 꽃을 선물하는 일 또한 특별한 경험을 향한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20대 초반에는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된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혹은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하는 동기에게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선물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선물 전달 방식이었다. 마스크 착용이 전면 해제된 이후에도 종종 선물을 대신 주문해 택배로 전달해주곤 했지만, 이따금 직접 선물을 직접 주고 받는 일이 생기면 그것이 무척 값진 순간으로 다가왔다.


직접 선물을 줄 때는 상대의 얼굴에서 차례대로 밀려오는 놀라움과 얼떨떨함, 기쁨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고, 선물을 받을 때는 기대와 약간의 긴장이 섞여 있는 주는 사람의 마음을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서로의 마음이 만나는 이 접점은 서로에게 추억으로 남는다. 꽃은 여전히 다른 선물과는 달리 전달해 주기보다는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고 주고 받는 것이 흔한 선물이다. 꽃에는 분명히 낭만이라는 힘이 있다.


모든 선물이 그러하겠지만, 받는 사람에 대한 각각의 해석을 바탕으로 꾸며진 꽃다발, 아니면 꽃 한 송이를 고르더라도 꽃에는 주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커스텀이 들어간다. 꽃의 좋은 점은 우리거 꽃을 보는 순간 기본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데 있다. 이 때문에 꽃의 아름다움 자체보다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색, 조합, 혹은 꽃말을 생각하며 선물의 의미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설령 큰 의미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아름다움만큼은 직관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어떨 때는 꽃만큼 편한 선물도 없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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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만 아름답고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결국 버려야 한다고 해서 꽃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경탄하지 않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디지털 세계에서 영구히 존재할 것이라고 믿었던 데이터도 하루아침에 사라져 가고 있는데 끝이 있음을 알아도 소중한 순간을 하나 더 만드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신기한 일이지만, 꽃이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성의 없는 선물일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진심이 가득 담긴 선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양극단 사이에서 진정으로 어떤 마음이 오고 갔는지는 사실 주고받는 이들이 너무나 잘 알 것이다. 꽃 선물은 필연적으로 좋은 선물일 수밖에 없다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꽃 선물을 의미 있게 여기는 한 명으로서 꽃다발이 아직까지도 큰 가치를 지닌 선물이라고 느끼는 이유를 나눠보고 싶었을 뿐이다.


꽃을 주고받는 일은 곧 마음의 경험이다. 적어도 나는 이렇게 믿는다. 꽃이 피는 것이 한철이라고 해서 마음 또한 한철인 것은 아니다. 나의 땀과 눈물을 쏟아내 나만의 순간을 피워냈음을 알아주고, 지금을 아름답게 축복해주는 마음을, 혹은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을 조용히, 수줍게 전하는 그 순간의 진실함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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