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다. 사랑은 어렵다고들 말한다.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고, 관계를 유지하기는 더 어렵다. 그런데 사랑이 어려워질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사랑 이야기에 더 쉽게 끌린다. 사랑은 여전히 가장 잘 팔린다. 인류 불변의 베스트셀러다.
요즘 사람들은 연애를 하지 않아도 남의 연애는 꼭 챙겨본다. 사랑은 안 믿는다면서 연애 프로그램은 끝까지 본다. 이번엔 절대 안 본다 해놓고도 결국 마지막 화까지 간다. 누가 누구를 선택할지 궁금해서일까.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우리는 결과보다 서사에 더 열광한다. 엇갈리는 시선, 괜히 더 다정해지는 말투, 이미 마음이 기운 사람의 표정 같은 것들. 사람 마음이 저렇게 티가 난다는 게 우습고, 신기하고, 재밌다.
사랑 이야기는 좀처럼 질리지 않는다. 연애는 피곤하고, 사람 마음은 복잡하고, 내 연애는 감당도 못 하겠으면서 남의 연애에는 기가 막히게 몰입한다. 연애 프로그램이 재밌는 건 사랑이 아름다워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사랑이 얼마나 우습고 구차하고 변덕스러운지 잘 보여줘서일 것이다.
방금까지 아니라더니 또 흔들리고, 절대 안 돌아갈 것 같더니 또 마음이 남아 있고, 아니라고 우기던 사람이 가장 티 나게 사랑하고 있다. 사랑은 원래 좀 없어 보이는 거다. 한 사람을 순식간에 이상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 모습을 꽤 좋아한다. 정확히는 그런 순간에야 비로소 진짜 같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결국 우리가 바라는 건 해피엔딩이다. 잘됐으면 좋겠는 마음. 많은 오해와 망설임 끝에 그래도 둘이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 그러니까 우리는 결국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은 거다. 사랑이 요즘 세상에 가장 비효율적이고 귀찮은 일 중 하나라고 말하면서도 말이다.
현실에서의 사랑은 대부분 그렇게 깔끔하지 않다. 시작도 애매하고, 쉽게 흔들리고, 끝은 자주 흐리다. 그런데 화면 안의 사랑만큼은 어떤 모양으로든 정리되어 보인다. 누가 누구를 좋아했고, 왜 엇갈렸고, 결국 어떤 마음이 남았는지. 결말이 있다는 건 얼마나 친절한 일인가. 현실은 늘 미완성인데 콘텐츠에는 적어도 마지막 화가 있다.
이제 커플은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그것도 꽤 잘 팔리는 장르.
커플 유튜버를 떠올려보면 쉽다. 사람들은 그 둘이 서로 사랑하는지만 보는 게 아니다. 둘이 같이 밥 먹는 방식, 장난치는 말투, 집 안의 분위기, 여행 가서 사진 찍는 순간까지 다 본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소비하는 건 사랑 그 자체라기보다, 사랑이 만들어내는 라이프스타일에 가깝다. 커플 화보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얼마나 사랑하는지보다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다. 둘의 분위기, 그림체, 함께 있을 때 완성되는 하나의 세계관. 사랑은 감정인 동시에 이미지로 소비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많이 소비되는 것은 사랑의 깊이보다 사랑의 표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꼭 나쁘다고만은 못 하겠다. 사람들은 원래 사랑의 본질보다 사랑의 장면에 먼저 반응해왔으니까.
사랑은 너무 낡아서 이제 안 팔릴 것 같으면서도 가장 꾸준히 팔린다. 맨날 본 이야기 같은데도 또 본다. 사랑은 평생의 유행이다. 사랑을 확신하는 사람은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사랑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믿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것.
그럼에도 사랑. 안 믿는 척하면서도 자꾸 보게 되는 것. 촌스럽다고 말하면서도 끝내 가장 오래 남는 것. 우리가 질렸다고 말할수록 더 집요하게 돌아오는 이야기.
사랑은 아직도, 여전히, 꽤 잘 팔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