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의 북쪽에 위치한, 주상복합단지 갤러리아포레 지하 2층에는 <아디다스 런베이스>라는 곳이 있다. 러닝 크루들의 런베이스로,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운동을 가르쳐주는 곳이다. 2km의 초급자 코스부터 8km의 중급자 코스 등 러닝을 신청할 수도 있으며, 러닝을 위한 기초적인 체력을 기르는 웨이트 트레이닝 수업을 신청할 수도 있다.
4천원을 지불하면, 샤워실과 탈의실을 이용할 수도 있고 운동화(러닝화)를 대여해준다. 그리고, 한번 참석할 때마다 천원씩 적립이 되어서 4번에 한번씩은 무료로 이용할 수가 있다. 운동복만 있다면 언제든 운동 클래스를 신청해서 시간에 맞춰서 가면 되는 것이다.
보통은 요일별로 클래스가 정해져있는데, 월요일은 요가 클래스와 러닝 초보자를 위한 루키 클래스, 그리고 화요일은 hard traning 클래스, 어떤 요일은 몸을 풀어주는 수업 등이 있다. 보통 평일은 직장인들을 위해 저녁시간대 7시부터 10시 사이에 운영이 되고, 주말은 하루종일 수업 시간이 있어서 이용가능한 시간대에 자유롭게 신청을 하고, 아디다스 런베이스서울로 가서 돈을 내고 수업을 들으면 된다.
운동은 아디클럽이라고 검색하면, 클래스를 신청할 수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나는 주로,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해오다가 몇번 아디다스 런베이스에 참여해봤다. 아무래도 집에서 하다보니 유산소 운동에는 자신이 없어서 근력운동만을 신청하곤 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향해서, 시간 간격을 어느 정도 주면서 근육에 쉬는 시간을 주며 오랜 시간을 하게 되는데, 아디다스 런베이스에서 하는 근력운동은 시간 텀이 굉장히 짧게 고강도를 반복하며 진행되어서 조금 힘들었다. 근육이 회복될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에, 분명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나 혼자 하는 홈트보다 힘들지가 않은데 다음날 근육통이 정말 엄청나다. 지연성 근육통이란 것을 제대로 느낀다.
시설이 큰 편은 아니고, 댄스홀처럼 생긴 직사각형의 공간에 전면으로 거대한 거울이 있다. 그리고, 위의 사진처럼 거울의 반대편에는 요가매트와 각종 운동 기구를 놓아두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원래는 기구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맨몸 트레이닝을 하다가, 아디다스에서 운동을 하며 기구를 접하고 점점 운동 기구를 모아서 운동을 하다 보니 어느새 집의 운동 기구 보관함이 꽤나 가득찼다.
자취생의 양파와 김이 특별출현한 운동기구 보관함의 모습. 요가매트는 깔아놓은 상태라 사진엔 보이지 않는다. 내 자취방은 정말 좋은 게, 다락방이 있다. 그래서 다락방 위에 침실과 옷장, 물품 보관함들을 만들어두고, 1층이라고 표현하면 이상하지만 1층엔 이렇게 운동을 하는 공간을 마련해두었다. 보통 자취생들은 하나의 원룸 안에 침대도 있고, 책상도 있고 이것저것 놓느라 공간이 없어서 집 안에서 이렇게 운동을 할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할텐데 나는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 무척 방을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혼자 운동을 하는 것과 아디다스 런베이스에서 약 20명 가량의 사람들과, 1-2명의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하는 것은 정말 느낌이 다르다. 우선은, 내가 어느 부분이 많이 부족한지를 알게 된다. 나는 평소에 하루는 하체 운동, 다음 날에는 상체 운동, 하루 요가, 이런 식으로 다른 부위를 사용하면서 한 부위씩 과부하시키고 쉬어주며 근육을 키우는 편이다. 아디다스 런베이스에서 배우는 근력 운동은 단순히 몸을 키우기 위한 근력 운동이 아니라 달리기를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근육을 쓰는 거라, 한 시간 내에 유산소와 상체, 복부, 하체 운동을 모두 끝낸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하체가 튼실한 편이라 하체 운동은 힘들다기보다는 근육을 움직인다는 데서 쾌감을 얻지만 상체에는 거의 근육이 없어 힘이 들고, 복부를 할 때는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이 아니라 고통을 얻는 행위에 가깝다. 그래서 복부 운동을 혼자서는 하지 않는데, 클래스를 수강하다보면 강제로라도 하게 된다. 복부는 코어가 있어 단련을 해줘야 하는 부위라 나처럼 운동을 편식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또, 쓰러질 것 같은 상황에서 좀 더 힘을 내서 자신의 한계치를 넘어서까지 근육을 쓰게 된다.
또, 혼자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20명이라는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하는 것은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다. 혼자만의 싸움이라고 생각했던 운동의 개념이, 각자 저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같은 동작을 같은 시간동안, 수행하며 각자의 한계를 향해 달려간다. 정말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사람들은 아디다스 나시를 입고, 아디다스 레깅스를 신고, 아디다스 운동화를 신고 아디다스의 요가매트와 케틀벨을 들고 운동을 한다. 나 역시 아디다스 브랜드를 좋아해서 레깅스가 있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런베이스 서울에 운동을 하러 올 때는 경쟁사의 브랜드 레깅스를 입고 가곤 했다. 무엇이 사람들을 아디다스 브랜드를 입고, 이 곳에 운동을 하러 오게 만드는 걸까. 주변 헬스장이 아닌, 서울숲이라는 먼 곳에 위치한 이 곳을.
최근에는 서울숲과 한강을 따라, 한강산책로를 달리는 8km를 달리는 러닝을 신청했다. 유산소에는 딱히 관심이 없어서 근력 운동만을 하던 나였지만, 이상하게 그 날은 달리고 싶었다. 유산소를 하기 위한 근력 운동. 그리고 달리기. 유산소란 단순히 살을 빼는 운동이라는 생각에 흥미를 가지지 못했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런베이스를 나가서 갤러리아 포레 앞에 두 줄로 서서, 서울숲을 달렸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상쾌하고 몸도 가벼웠다. 그러나 한참 달려서 한강산책로로 갈 때쯤엔 조금씩 숨이 격해지기 시작했다. 트레이너는 낙오가 되면 뒤에서 챙겨준다고 했다. 처음엔 그 말이 달리기를 그만해도 된다는 말인 줄 알았지만 절대 그만두게 하진 않았다. 조금 느린 속도로 끝까지 달리는 것을 함께 해주었을 뿐.
처음에 한번 낙오가 되었지만 뒤에서 트레이너가 부담스럽게 함께 뛰어주는 모습을 보고 경악해서 열심히 달려나가서 겨우 4km까지를 달렸다. 나는 혼자 운동을 해오던 사람이라 그렇게 옆에서 정겹게 뛰는 게 무척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뭔가 말을 해야 하는건가? 이렇게 숨이 차는데 나는 분위기를 완화시키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게 더 힘들었다. 한강 산책로를 달리니, 수많은 자전거들, 그리고 걷는 사람들, 데이트를 하는 커플들, 공원에 앉아 술을 한잔 치킨을 하나 뜯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보였다. 여름의 저녁 시간이라 다들 잠도 오지 않고, 날씨도 좋으니 밖으로 나온 것 같았다. 집에서만 나 자신과 싸우던 스스로가 누군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달리자니 느낌이 참 이상했다. 그것도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데서.
지나가는 커플들에게 '잠시만 지나갈게요!' 라고 외치고, 다같이 '감사합니다!' 외치기도 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들은 우리에게 화이팅!을 외쳐주었다. 그 목소리에 나도 화이팅을 외치며 응답했다.
갤러리아 포레까지 돌아오는 길은 정말 힘들었다. 또 낙오가 되었지만 트레이너와 달리고 싶지 않아서 혼자 달려갔다. 멀리서 갤러리아 포레의 옥상 불빛이 보여서 금방 도달하지 않을까. 조금만 참자. 하고 마치 설사가 나오려는 복통을 10초만 참자고 중얼거리는 것처럼 스스로를 타일렀다. 낙오가 되어 이미 저 앞에는 두줄로 달리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처럼 조금 늦어져서 내 앞에 달리는 아주머니 한 분도 있었고, 남은 여러 명의 사람들은 뒤에서 따라오는 트레이너들과 함께 달렸다.
배열이 많이 흐트러졌지만 여전히 계속되는 끝없는 달리기.
8km. 러닝을 처음 하는 내게 8km는 정말 부담스러운 숫자였다. 상상도 하지 못할 숫자라 무턱대고 신청한 것이기도 하다. 다시 돌아온 서울숲은 해가 지고 밤이 되어갔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다. 일반 사람들은 우리를 따라 장난스럽게 달리기도 했다. 주변에서 멋있다고 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나는 왜 달리고 있을까?
낙오되고 싶지 않아서? 저 사람들을 따라잡고 싶어서? 왜 힘든데 멈출 수가 없을까?
무엇이 나를 이 곳으로 오게 해서, 나의 한계를 넘어서까지 달리게 만드는걸까.
정말 끝도 없이 달렸다. 여전히 사람들은 우리 주변을 맴돌았고, 내 앞에 달리던 아줌마와는 간격이 더 멀어졌고, 맨 앞에 달리는 트레이너와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내 앞에 달리는 아줌마의 하늘색빛의 티셔츠를 보며 나는 불빛을 쫒는 나방처럼 아무 생각없이, 그러면서도 온몸이 질러대는 비명소리와 싸우며, 내가 달리는 이유를 찾지 못한 채 달렸다. 마치, 유치원생들이 왜 자기가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르면서 옆에 친구가 하면 따라하는 아무 의미없는 욕설이나, 소꿉장난처럼.
사람들은 종종 왜, 냐고 묻는다. 나도 나에게 왜냐고 묻는다. 하지만, 이유를 찾지 못할 수도, 이유가 없는 것일수도 있다. 그저 달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글 -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박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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