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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이름 23장

정미의 이야기

by 아티크 Ar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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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가게 뒷편 작은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정미는 그날의 기억을 꺼낸다.

입양을 가기위해 서울로 올라가기로 한 날을 며칠 앞두고, 우리 엄마가 갑자기 나타났어.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소식 듣고 뛰어온 거야. 나를 데려가겠다고 하셨지. 난 아무것도 모른 채 엄마따라 가느라 네게 인사도 못했어.”


혜순은 울컥한 감정에 말을 잇지 못한다. “난… 그냥 네가 누가 납치라도 해 간 줄 알았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내 이름이 왜 정미가 됐는지도 모르고 살았어…평생 내가 다른 사람 자리에 있다는 생각과 그걸 내가 뺏은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들었어 ”


정미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렸다는 혜순이 안타까왔다..고작 8살이었던 아이 마음이 어땠을까... “그때 아무도 너한테 설명 안 해줬을기다. 일년여간 나를 후원했던 미국인 부부가 나를 입양하겠다 했을테니 나는 없고 나대신의 비슷한 나이 아이 하나 보내야 했을거아이가.., 그게 너였던 거재... 하지만…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혜순은 오래도록 품어온 죄책감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걸 느꼈다. 한국어가 아직 익숙하진 않지만 몇년간의 노력으로 혜순은 대부분의 한국어를 듣고 이해할수 있었다. 자기가 이해한게 맞다면 정미는 혜순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남의 자리를 뺏었다는 죄책감에서 해방되는 기분이었다.


정미는 한번 맛을 보라고 떡볶이와 오뎅, 튀김등을 담아왔다.

미국에서는 이런거 없재? 한국에는 학교앞마다 떡볶이집이 있다. 나는 기억나는데 우리 국민학교 잠깐 같이 다닐때도 그 앞에 떡볶이 포장마차가 있었잖아. 우린 한번도 못사먹었다 아이가. 돈이 없어서..맨날 쳐다만보고..그때는 그게 올매나 먹고싶었노. 한번 먹어봐라. 이래봬도 동네에서 알아주는 맛이다. 우리 엄마한테 배운 그대로다. 요즘은 가게도 잘 돼고 내도 돈 좀 번다.”


정미는 꽤 선명히 기억하는 어린시절을 혜순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고해서 아쉬웠다.


어릴때 자기가 먹고싶어했다는 떡볶이.

혜순은 떡볶이를 한참보았다. 빨간 떡이 너무 매우려나...이렇게 빨갛게 매워보이는 걸 아이들도 잘 먹는다니 신기했다.


빨간 떡볶이 하나를 집어 들어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어 보았다. 생각보다 많이 맵진 않고 약간 달기도 하고 살짝 맵기도 하고 그랬다. 쫀득쫀득한 떡이 양념과 버물어져 식감이 재미있었다. 처음 먹어 보았지만 입맛에 맞았다.

해순은 정미를 향해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보였다. 아직 한국어가 아주 능숙하지는 않아 대화에 제약은 있었지만 정미 얼굴만 보아도 환영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떡볶이와 오뎅, 튀김까지 배불리 먹고나니 달달한 믹스커피를 정미가 타주었다.

바쁜 정미시간을 너무 많이 뺏는듯해 괜찬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정미는 맛보고 있으라며 마침 밀려든 중학교 여학생들에게 떡볶이를 퍼주었다.

혜순은 정미를 바라보다 가방에서 정미의 인형을 꺼냈다.

정미는 깜짝 놀라며..이 인형을 아직도 갖고 있냐며 신기해했다. 너꺼라며 혜순은 정미에게 인형을 안겨주었다.

정미는 인형이 미국까지 가야했던 네꺼지 왜 내꺼냐며 다시 혜순에게 돌려주었다.


혜순은 "나 이 인형 네게 돌려주려고 가지고 있었어. 네 이름으로 살고 네 인형가지고 있으며 왠지 네것을 훔친것같아 내내 마음이 붎편했었거든"


정미는 눈에 눈물이 그렁했다. “그 먼곳에서 얼마나 외롭고 서러웠겠노..거기 미국 부모님은 잘해주셨어?”

그렇지는 않았지만 혜순은 정미가 또 울것같아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혜순은 인형을 정미와 함께 가게 진열장 위에 올려둔다.

이 곳에서 맘껏 떡볶이를 사먹는 아이들을 보고 있는게 인형이 좋을것같았다.


정미는 혜순에게 떡볶이가게에 집이 붙어있다고 집도 잠깐 보여주고 결혼사진도 보여줬다. 큰 공사장의 크레인 기사로 일하는 남편은 각종 특수차량 운전자격증이 있다고 했다.

낡았지만 따뜻한 느낌이 있는 집. 벽에는 엄마와 찍은 오래된 사진과 정미의 결혼사진 남편과의 사진등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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