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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이름 22장

인형의 주인을 찾다

by 아티크 Artique

혜순은 드디어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출 준비가 되었다. 오래전부터 가슴 깊이 품고 있던 의문, “나는 왜 정미의 이름으로 입양되었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한국으로 향했다. 그녀는 복지회 기록과 고아원 인근의 오래된 주민들의 증언을 따라 정미의 흔적을 좇았다.


김정미라는 이름은 꽤 흔한 이름인듯했다. 일단 김씨가 너무 많았다.혜순은 고민하다 부산 전역에 플랭카드를 달기로했다.

'동방보육원에서 같이 자란 친구 김정미를 찾습니다.'

전화벨이 울릴때마다 혹시나 하고 전화를 받았지만 정미는 그 옛날처럼 감쪽같이 사라졌는지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부산 외곽 작은 동네에서 정미떡볶이를 운영하는 정미는 어느날 그 플랭카드를 보고 누군가 자기를 찾는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다.. 동방보육원..어릴적 엄마가 자길 맡겨두었던곳..동방의 친구라면? 국민학교를 같이 다니던 그 친구일까?고아원아이들이라고 은근한 차별속에 다니던 국민학교에서 같이 다니는 유일한 동기이고 동지였다. 혜순이..혜순일까?

같이 인형놀이도 하고 당시 무척 귀했던 바나나를 쳐다보며 어떤 맛일지 서로 상상해 보기도 했던 친구다.


동방보육원에는 어린애들도 많았는데 어린애들은 자주 바뀌었다. 혜순과 정미는 동생들 기저귀도 갈고 분유도 타주는 언니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곱살도 어린 나이인데 당시 동성원의 신생아부터 두살 세살 아이들이 많았던 동성원에서 둘은 일찍 철이 들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밤중에 나타난 엄마를 따라 보육원을 나온 정미는 혜순에게 인사도 못하고 나온것이 미안했다. 좋아했던 미국에서 온 물건너온 미제 인형을 놓고 나와야했던것도 아쉬웠다. 혜순이도 나를 기억하는구나..비교적 어릴적 일을 소상히 기억하는 정미는 그 플랭카드를 보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곧 하교시간이라 인근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애들이 쏟아져 나올터이라 정미는 장사준비로 바빴다. 떡볶이 떡을 떼고 양념고추장을 풀고 오뎅꼬치도 끼우고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플랭카드 속의 전화번호는 잘 적어왔으니 급한 장사 마치고 전화해야지 마음 먹었다.


오늘 따라 손님이 많다. 정미는 포장마차 떡볶이집을 엄마와 같이 시작해 초반에 고생이 많았었다. 정미의 어머니는 50대의 나이에 위암으로 돌아가셨고 정미는 크레인기사와 결혼해서 이제는 어느정도 안정된 삶을 살고 있었다. 두사람은 아직 아이가 없었다. 두번의 유산으로 정미는 마음이 상해있었으나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려했고 어떤때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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