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Nov 24. 2020
사람은 사람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내가 다른 사람처럼 구는 이유
지난 직장 생활에서 나는 나 때문에 힘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매우 평등해 보이는 겉모습에 비해, 갑을만 존재하는 세상에서 단지 살아남기 위해 지극히 을로만 살아야만 했던 내 자신이 힘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또 다시 맞이하며 견뎌내기 싫었다.
1년 이란 공백 기간동안에는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수술을 했었고 코로나가 왔었고 방황과 좌절에 부딪히며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이력서에는 빈 시간일테고 커리어는 멈춰있는 시간일테지만. 다시 돌아간다해서 상처받았던 내 마음이 쉽게 아물지는 못할 것 같다.
솔직하지 못했다. 일이 힘든 것도 있었지만 사람때문에 힘들었고 외로웠다. 홀로 일에 치여 지냈던 1년은 짧았지만 내겐 무척이나 길었기에 더 이상은 감내하지 못했다. 견뎌낼수록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기에... 벗어나는 해방감에 이루어 말할 것도 없이 가벼워졌다.
잘 못한 게 특별히 없었지만, 미안하다는 말부터 내뱉어야만 했던 나날들. 왜? 모든 게 내 탓인가? 나만 미안해하고, 죄송하다 고개숙이며, 시정하겠다는 말을 수없이 내뱉었어야 했나. 실수를 할 때면, 수화기 너머로 진한 한숨과 침묵으로 심장을 후비는 그날의 기억은 한 겨울 어둠 속을 거닐듯이 스산하다.
겨우 1년의 시간이 흘렀고, 비슷한 듯 다른 직장으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조금 양보하지, 먼저 준비해놓는 게 편할거야, 하면서 부지런 떨던 내가 조금은 이기적이라는 걸 느꼈다.
워라밸
일로부터의 온전히 독립된 시간, 그게 내겐 절실히 필요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했었지만, 결국 일은 일이었다. 내게 투자하는 일이 아닌 이상 그건 일이었다는 걸,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일하며 내 노동과 바꾸는 것이라는 거. 그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나도 '대우'라는 걸 받고 싶었다. 항상 포기하며 살았던 삶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너무 이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해서 꼰대가 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공평한 대우나 적당한 거리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쉽사리 '언니'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던 것처럼...
착한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았고, 호구로 보이기 싫었고, 쉬운 사람처럼 알고 당하긴 더욱이 싫었다. 양심적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람을 믿고 싶었던 마음이 다칠까봐 까칠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상처받기 싫어서 상처줄 수도 있는 사람으로 변하기를 선택했다. 오히려 독설가를 더 좋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을 바라보며 동경했던 탓일까.
이전 사회 경험을 바탕으로 좀 다른 나를 꺼내보이기 시작했다.
결정장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