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의 영상통화... 또다시 시작된 새벽잠으로 할머니와의 주말 영상통화시간에 늦잠을 자버렸다.
한껏 퉁퉁 부은 정신을 겨우 채리고서 영상통화를 했다. 할머니는 침대에 누워계셨고, 할머니는 마스크를 낀 상태셔서 무슨 말을 하고 싶으셨던 건지, 어떤 표정을 짓고 계신지 알 수 없었다.
발열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엊그제 이모가 할머니 뵈러 갔을 때 간호사에게 할머니가 콧물이 난다는 소리를 하셨는데... 결국 감기조짐이었던 것 같다.
엊그제 이모와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할머니가 위험한 상태로 빠지게 될까 봐... 무서워졌다. 그동안 아주 다행스럽게도 할머니가 산소호흡기를 낀다거나 별 이상 없이 잘 지내주신 셈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참 감사해야 했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언제까지 콧줄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 이대로라면 몇 년도 더 이 상태로 별문제 없이 지낼 수도 있다는 장담. 할머니는 언제까지 우리를 기다려줄 거라는 믿음. 그리고 갑자기 이야기를 할 수도 같이 예전처럼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닐 수 있다는 희망.
내겐 있었다.
이보다 중요하고 필요한 건? 할머니를 반드시 살려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 할머니를 위해 뭐든 할 수 있다는 용기, 할머니가 기억을 되찾기 위해 도움이 될만한 걸 찾는 노력, 할머니가 원했던 삶의 모습대로 살아가겠다는 약속, 할머니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뇌질환 또는 간병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 앞으로 할머니와 가족을 위해 내가 해야 하는 게 뭔지 알아내는 지혜, 할머니를 생각하며 그리워하는 만큼이나 할머니가 자랑스러워하실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아 해내 보일 수 있는 실행력...
이런 게 내겐 없었다.
무작정 속상하고 방황하고 있는 시간이 위태롭다. 생각보다 짧을 수도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우린 지금 이 순간을 마지막으로 생각하며 소중히 여겨야만 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