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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Jan 03. 2024

가을 그리고 겨울의 시작. 발열이 나타났다

할머니와의 영상통화... 또다시 시작된 새벽잠으로 할머니와의 주말 영상통화시간에 늦잠을 자버렸다. 


한껏 퉁퉁 부은 정신을 겨우 채리고서 영상통화를 했다. 할머니는 침대에 누워계셨고, 할머니는 마스크를 낀 상태셔서 무슨 말을 하고 싶으셨던 건지, 어떤 표정을 짓고 계신지 알 수 없었다. 


발열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엊그제 이모가 할머니 뵈러 갔을 때 간호사에게 할머니가 콧물이 난다는 소리를 하셨는데... 결국 감기조짐이었던 것 같다.


엊그제 이모와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할머니가 위험한 상태로 빠지게 될까 봐... 무서워졌다. 그동안 아주 다행스럽게도 할머니가 산소호흡기를 낀다거나 별 이상 없이 잘 지내주신 셈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참 감사해야 했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언제까지 콧줄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 이대로라면 몇 년도 더 이 상태로 별문제 없이 지낼 수도 있다는 장담. 할머니는 언제까지 우리를 기다려줄 거라는 믿음. 그리고 갑자기 이야기를 할 수도 같이 예전처럼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닐 수 있다는 희망. 


내겐 있었다. 


이보다 중요하고 필요한 건? 할머니를 반드시 살려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 할머니를 위해 뭐든 할 수 있다는 용기, 할머니가 기억을 되찾기 위해 도움이 될만한 걸 찾는 노력, 할머니가 원했던 삶의 모습대로 살아가겠다는 약속, 할머니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뇌질환 또는 간병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 앞으로 할머니와 가족을 위해 내가 해야 하는 게 뭔지 알아내는 지혜, 할머니를 생각하며 그리워하는 만큼이나   할머니가 자랑스러워하실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아 해내 보일 수 있는 실행력...  


 이런 게 내겐 없었다. 



무작정 속상하고 방황하고 있는 시간이 위태롭다. 생각보다 짧을 수도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우린 지금 이 순간을 마지막으로 생각하며 소중히 여겨야만 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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