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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Aug 28. 2016

지상 천국,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2016 동유럽 여행 이야기

아드리아 해의 진주.
전 세계 문인들이 칭송한 그곳.
그중에서도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지상에서 천국을 보고 싶은 사람은 두브로브니크로 가라."고했다.

그러고 보니 참, 이 도시에는 수식어도 많다.
태양, 진주, 보물, 천국...
물론 워낙 아름다운 도시로 유명하고, 관광이 주된 수입원이다 보니 더 많은 이들이 이 곳을 찾을 수 있도록 화려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일 거다.

사실 그런 수식어도 저마다 그 여행지를 느끼고 난 느낌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 것일 텐데,
여행자의 기분, 컨디션, 예산, 그리고 여행지의 날씨나 환경 등에 따라서 너무나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같은 장소도 누군가에겐 진주가 될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겐 다른 무언가로 기억될 수 있음이라.
결국은 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물론,,,
나에게 두브로브니크는 너무나 멋진 여행지였다.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그리고 태양이 내리쬐는 축복받은 날씨 속에서 여행을 할 수 있었으니.

어쨌든 모두가 크로아티아 여행의 꽃이라 말하는 곳. 유럽인과 일본인이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 1순위에 뽑힌 곳. 죽기 전에 가봐야 하는 여행지에 늘 상위 랭크되어 있는 이곳을 우리는 크로아티아 여행의 가장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정했다. 그것도 3일씩이나.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바라본 구시가지와 구 항구 풍경.
이렇게 숙소에 테라스와 작은 티테이블이 있었다. 에어비앤비 만세.


두브로브니크는 크로아티아와는 독립된 해상무역 도시국가였다.
한때 베네치아 공화국과 유일하게 경쟁했던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였던 이 도시는 수 세기 동안 평화와 번영을 누리면서 예술과 과학, 문화를 번성시켰다.
주변 국가들의 문화를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며 평화를 사랑했던 도시. 유럽에서 최초로 노예제도를 폐지할 정도로 인권과 자유를 중요시한 도시.
이 작은 도시는 큰 지진과 연이은 외세의 침략, 그리고 가슴 아픈 내전으로 이어진 역사의 갈림길 속에서도 예술과 건축, 종교과 정치 분야에서 여전히 도시만의 색채를 지켜가며 오늘날 크로아티아의 가장 뜨거운 도시로 우뚝 서있다.
사람과 자연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곳.
91년 내전 당시 지식인들이 앞서서 목숨 걸고 지키고자 했던 이 땅의 많은 문화유산과 그 아름다움이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인이 찾고 싶은 도시가 되어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두브로브니크는 성벽 속에 둘러싸인 구시가 속에서 여행이 시작되고 끝이 난다.
당시 중세시대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구시가 속 풍경.
그때 그들이 내딛었을 대리석이 오늘날까지도 빛을 받으며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고,
플라차 대로를 중심으로 이어진 골목골목 마다는 그 고유의 멋을 뽐내며 전 세계 수많은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엄청난 규모의 성벽이다. 자유를 지키고자 했던 이 작은 도시국가의 거룩한 몸부림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그 흔적을 따라 기나긴 성벽을 걸었다.

실제로 우리가 갔을 때 진행 중이던 그들의 여름 축제 이름이 Libertas! 라틴어로 '자유'라는 뜻이다.
우리가 자주 갔던 집 근처 <biker's cafe>의 와이파이 비번도 역시 libertas!
이들이 재차 강조하는 그 자유.
수많은 외세의 침략 속에서 더 단단해진 그들만의 신념을 느낄 수 있었다.

플라차대로와 성벽을 중심으로 한 구시가지의 모습은 정말 3일 내도록 보아도 질리지 않는 모습이다.
게다가 우리의 이번 에어비앤비 숙소의 테라스에서는 구시가지와 구항구의 모습이 정말 한눈에 보이는데, 그 광경은 정말 사진으로만 남기기 아쉬울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성문으로 들어간다. 중세시대로의 시간여행.
해질무렵 플라차 대로. 이렇게 바닥의 대리석이 반짝 거리며 빛나는 거리가 된다.
위에서 내려다 본 구시가 골목 풍경. 정말 멋지다.
성벽위에서 바라 본 구시가 플라차 대로의 모습이다.
성벽투어 중 와이프 한 컷!
이렇게 성벽을 오르다보면, 그 시절 사용했던 대포가 함께 전시되어있다. 천년동안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성벽과 무기. 그리고 그들의 자유를 향한 신념.
구시가는 밤에 사람이 더 많다. 아무래도 여름이기도 하고, 전등과 거리 분위기가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를 설레게 했던 지중해 바다.
구시가 옆에 있는 '바네 해변'에서 원 없이 해수욕을 즐겼다.
사람이 몰리지 않는 이른 시간부터 가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위치의 베드와 파라솔을 빌리고, 깨끗한 아드리아해 속으로 뛰어들었다.
수영하고 싶으면 수영을 하고, 지치면 다시 베드에 누워 쉬다가, 더워지면 다시 바다로 뛰어드는 그런 원초적인 행복이 있던 시간. 여행 중에서도 휴양과 힐링에 충실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평소 흑형 리스팩이 있었는데.. 드디어 흑형의 피부에 거의 가까워졌다고나 할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태닝이 잘 되었고,,
내가 내 피부를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피부가 타버렸다.
하지만,, 수염과 까만 피부는 자유의 상징이 아니던가. 여행자라면 반드시 누려야 되는 특권! (와이프가 웃는다. ㅋㅋ)

지중해 바다 속으로 풍덩!
두브로브니크의 가장 대표적인 바네해변의 사진이다. 가장 사람이 많은 시간에 찍은 사진.
우리는 일찍가서 최적의 베드를 선점. 와이프가 슬쩍 보인다. ㅎ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
유유자적. 힐링의 시간이었다. 눈 앞에 보이는 지중해 풍경.
이제 피부는 어느정도 된 것 같으니, 이제 흑인 소울만 장착히면 된다.


오늘부로 12일간의 크로아티아 여행이 막을 내린다.
너무 볼게 많아서 정작 많이 못 본 것 같은 기분.
하지만 되도록 느긋하게, 혹시 놓치는 게 있더라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여행하자 계획했던 초기의 마음가짐대로 잘 여행하고 있는 것 같다.

일주일 뒤 서울로 돌아가면,
지금 이 구시가 광장 어느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는 이 순간이 아늑해지겠지.
마치 꿈인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공기처럼 여겨지겠지.
하지만, 누군가 그랬다.
힘이 센 기억은 언제나 현재를 밀어내는 거라고.
지금 이 크로아티아 최남단에서 느끼는 Libertas(자유)를 언제든 꺼내볼 수 있도록,
언제든 다시 이 순간을 느끼며 영감을 기억해 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작은 기도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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