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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Aug 28. 2016

구름 같은 글쓰기

남자의 감성글 / 밤에만 읽으시길

구름 같은 글쓰기.

예전엔 구름 같은 글쓰기를 즐겼었다.
지금도 물론 내 글은 요점 없고, 칼 같지 않고, 흐리멍텅한 글이겠지만, 예전에는 지금보다도 더 구름 같은 글쓰기를 즐겼었다.

구름 같은 글쓰기라 표현한 까닭은 둥둥 떠다니는 감성글, 특히 방황하는 생각들을 모호하게 써 내려간 글에 내가 붙여본 수식어이다. 물론 아주 미화시켜서.

글에는 아무런 결론도 없고, 답도 없고, 그저 방황하고 있는 감정 그대로가 바람처럼 나열되어있었다.

내가 회사에서 만났던 수많은 비즈니스 맨들,
특히나 이성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었다면,
결론이 뭔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요점이 뭔지,
도무지 답답해서 뭔지 모르겠다는 식의 이야기를 퍼부었을 테지만,
난 그대들이 요청하는 정답을 도무지 줄 수 없을 때가 많았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불확실성.
수많은 가능성들 앞에서 무언가를 결론지어야 하는 게 참 싫었다.
여담이지만, 결론을 앞서 요구하는 사람들 중에는
실행력과 유연성이 부족한 케이스가 많았고,
그들의 공통점은 동료들에게 인기가 없었다.

아무튼, 다시 구름 같은 글쓰기로 돌아와서,
그땐 그 글들이 참 사랑스러웠다.
마치 나의 과거 같았고, 내 미래 같았고, 나의 일상 같았다. 정답이 있는 길을 걸어가는 게 아니라, 늘 방황하고 있는, 낭만을 쫓아가려 하는 그런 내 인생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구름도 없고, 바람도 없고,
한 여름밤의 후덥지근한 불면증 같은 생각들이 나열되고 있다.

혼자란 생각을 다시금 곱씹었고,
그게 나를 외롭게 만들기보단 나를 잠에서 깨워주었다. 모호하던 나를 다시금 깨어나게 만들었다.

청춘을 청춘이게 만들어줬고,
젊음을 더 선명하게 그어줬다.

누군가가 그랬다.
고독만이 반가운 거라고.
그 어떤 시련과 아픔 속에서도 고독만이 포근하다고 했다.
그 허세 같은 글은 몇 년이 지나도 내게서 잊혀지지 않았고, 돌고 돌고 돌아서 지금 나에게로 왔다.

반대를 찾게 되는 인간의 욕망.
반대를 마주하게 되면, 또다시 그 반대를 갈망하는 인간의 본능.
그 앞에서 몇 번이고 무너졌다.
이제는 그만 무너질 때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 다시 한번 무너졌다.
재승이형의 말이 맞았다.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충격이었다. 하나도 변하지 않은 내 모습을 바라보며 괘씸했고, 반가웠다.

몇 년간 쌓았던 지식도 함께 무너져 내린 듯, 멍청해진 것 같았고,
그간 책 속에서 얻었던 감성과 지성들이 어디 간 건지 도무지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다시금 지성을 동경하게 되었고,
허세를 그리워하게 되었고,
때마침 절묘한 타이밍에 한 여름밤의 불면증이 다가왔고, 불면증을 기꺼이 받고, 키보드의 두드림을 내어 주었다.
경기의 승패와는 상관없이, 구름 같은 글은 서러움과 서글픔을 판돈으로 내걸었다.
이기든 지든 그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기면 서러울 것이고, 지면 서글플 것이기에.
눈을 질끈 감고 아무 의미 없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아마 밤늦도록 이 게임은 계속될 것 같다.
지금까지 그러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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