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활 쥐는 법

by 정전

첼로, 첼로 하며 첼로에 엄청 관심 있는 척했지만 막상 첼로 활을 오른손으로 쥔다는 사실도 몰랐던 나…


두 번째 레슨 시간이 다가왔다. 선생님의 첫 질문.


“(첼로) 활 한 번 감아보시겠어요?”



아득하다.


나는 평생 ’활’에 대한 동사로 ‘감다‘를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활을 잡다, 활을 쥐다, 활을 긋다, 활로 (악기를) 켜다 정도는 익숙하지만.


첼로 활의 가장 끝부분에는 활털을 팽팽하고 느슨하게 만들 수 있는 ‘활털 조이개‘가 있다. 평소에는 느슨하게 보관하다 연주를 할 때에는 활에 탄성을 주는 거란다. 조이개를 시계 방향으로(또는 내 몸에서 바깥쪽 방향으로) 감으면 팽팽해진다. 그리고 연주가 끝나면 다시 활을 풀어준다. 그럼 어느 정도 감아야 할까? 꼭 이렇다 할 정답은 없다. 어느 정도로 팽팽해야 좋은 소리가 나는지 감이 생길 거라고. 지금은 생초보이니 활대와 활털 사이가 엄지손톱 정도의 간격이 될 때까지 감으면 된다고.


선생님의 두 번째 질문.


“그럼 활을 잡아 볼까요?”


떨리는 마음으로 그동안 연습했던 활 잡기 실력(?)을 선보였다.


첫 첼로 수업은 활 잡는 법만 연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생님은 어릴 적 첼로를 처음 배울 때 첫 한 달은 첼로를 켜지 못했고 활만 잡았다고.(갑자기 불교책의 어느 장면이 떠올랐다. 스님이 되고 싶다고 불쑥 찾아온 사람에게 노스님이 한 달 내내 마당 쓸기만 시켰다는.) 첫 레슨이 끝난 후 선생님은 망가진 활을 예쁜 케이스에 담아 선물로 주셨다.



“일주일 간 활 잡기 연습해 오세요. 일주일 후 어떻게 손모양이 바뀌어 있을지 기대가 되네요. 심지어 활을 거꾸로 드는 사람도 봤어요.”


첫 레슨 때 배운 ‘활 잡는 법‘은 이렇다. (글로 써보니 더 어렵다)


1. 먼저 왼손으로 활대를 잡는다. 오른손으로 활을 제대로 쥐기 위해 왼손을 쓰는 것.

2. 오른손 중지를 활털이음틀과 쇠 사이에 놓고, 중지 손톱 절반 정도 튀어나오도록 위치한다.

3. 오른손약지와 소지를 활털이음틀에 가지런히 올린다. 단 소지는 이음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4. 검지를 활털이음틀 가죽 부분 위에 올려서 안으로 둥그렇게 만다.

5. 활 바깥쪽에 있는 네 손가락과 달리, 엄지는 활 안쪽에 위치한다. 엄지를 너무 깊숙하게 넣지 않는다. 떨어뜨릴 것 같은 기분, 살짝 잡고 있는 정도.

6. 활의 균형과 무게를 잡는 손가락은 검지, 소지, 엄지 세 손가락이다. 삼각형의 꼭짓점처럼 균형을 잡는다고 할까. 중지와 약지는 활 위에 걸친 뿐이다.

7. 활을 배꼽 높이에 위치하고 바닥과 평행하게 둔다.


역시나(?) 일주일 간 집에서 활을 잘못 잡고 연습했다. 선생님 왈 이렇게 틀려야 느는 것이라고. 그래 맞아. 한 번에 완벽할 수 없다. 일단 저지르되 조금씩 교정하는 것이 중요할 뿐.


첫 번째 실수(이자 배움). 엄지 손가락 위치가 잘못된 채로 쥐다 왔다. 엄지를 활 안쪽으로 끼우고 있었다. 엄지는 불안한 위치여야 한다고. 첼로 또한 마찬가지라 하셨다. 무릎에 딱 껴서 고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누가 건드리면 넘어질 정도로 매우 불안하게 첼로를 내 몸에 기대게 하는 것이라고.


두 번째 실수. 손가락의 간격이 균일하면서도 넓어야 한다. 첼로 쥐는 손에 긴장이 들어가 손가락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를 자연스럽게 넓혀야 한다. 그것이 훨씬 안정적인 자세라 한다.


세 번째 실수. 첼로 활을 5분도 채 들지 않은 채 손가락을 올려두는 연습만 하고 왔다… 활을 쥔 상태로 계속 들고도 있어 봐야 하는구나. 그러게. 길면 몇 시간씩 첼로를 켜지 않는가. 나는 활을 쥐는 자세만 중요하다는 생각에 매몰되어 손가락만 올려보고 바로 내려놓았는데, 5분, 10분 들고 있다가 점차 시간을 늘려 보라고.


활을 계속 든 채로 몇 가지 이론도 배우고 담소도 나누었다. 힘들면 활을 잠시 내려놓고 조금 있다가 다시 쥐었다. 하다 보니 활은 ’ 쥔다’기보다 ‘걸친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툭 하고 떨어뜨릴 것 같이. 그만큼 긴장을 풀어야 하고 힘을 빼야 한다. 이건 비단 첼로만이 아니다. 모든 영역에서 그렇다. 음악도, 운동도, 그리고 삶도. 물론 엄청난 노력과 시행착오 끝에 비로소 긴장이 풀리는 거겠지만.


두 번째 레슨은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끝났다. 그리고 브런치 연재글은 크리스마스부터 쓰게 되었다. 특별한 날에도 들뜨지 않고 일상처럼 보내는 걸 보니 진짜 어른이 된 것 같다.


선생님은 며칠 후 내가 첼로를 안고 있는 사진을 보내 주셨다. 처음 보는 내 모습.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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