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첼로를 어떻게 구입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
나도 나만의 첼로를 가지고 싶다!!!!! 요즘 들어 매일 자정이 넘어서까지 휴대폰으로 첼로 쇼핑을 하고 있다.
첼로 구매, 중고 첼로, 첼로 가격, 입문 첼로 추천, 국산 첼로, 킴스 첼로, 정현 첼로 등을 키워드로 두고, 여러 검색어로 각종 포털 사이트, 인공지능, 유튜브에서 또 검색, 검색했다. 심지어 중국 쇼핑 플랫폼에서도 첼로(大提琴)를 검색해봤다(레슨 선생님 말씀으로는 이제 중국이 악기까지 가성비 좋게 괜찮게 만든다고). 눈이 충혈된 채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소득 없이 늦게 잠자리에 든 지 벌써 며칠 째다.
첼로 학원에 등록할 때만 해도 악기 구매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첼로를 배우기 위해 레슨을 받기로 결심하는 것 자체가 너무 높은 문턱이었기 때문이다. 학원에서 악기를 대여해 주고 악기를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충분하다고 짐작했다. 악기를 사기엔 너무 비쌀 거야, 하며 지레 겁먹은 것도 있었다. 첼로를 덜컥 사봤자 연습할 공간도 딱히 없다.
그런데 어느덧 레슨을 4회까지 받은 지금, 첼로를 진심으로 갖고 싶다. 연습만이 살 길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겨우 4회 차 수업인데 진도를 많이 나갔겠는가. 왼손 운지 없이 오른손으로 첼로 현 4줄 위에 각도에 맞게 활 긋는(개방현) 방법을 배울 할 뿐이다. 그런데 그조차도 잘 못해서 4번째 레슨 시간 내내 활을 가지고 허우적댔다. 내 손은 내 것이 아니었는가… 나도 당황했고, 수많은 제자를 가르쳐본 선생님도 당황하신 것 같았다(물론, 침착한 선생님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라고 하셨지만). 선생님과의 레슨 시간은 ‘하는 방법’만 익힐 뿐이지 내 것으로 습득하기까지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는 것을 절망적으로 느꼈다. 그럼 꾸준히 연습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개인 첼로를 구비해서 매일 꾸준히 켜는 것 아니겠는가. 전공자는 1일 최소 4시간 이상 1년 365일 쉬는 날 없이 연습한다고 하지만 취미생이니 일단 하루에 한 시간 연습을 목표로.
여하튼 나만의 첼로를 가지고 싶은데, 무슨 첼로를 어떻게 사야 할까?
무슨 첼로냐 묻는다면, 밤늦게까지 검색한 결과 이렇게 분류할 수 있더라.
-중고 악기/새 악기
-저렴한 악기/가격대가 꽤 있는 악기
-공장형 악기/수제 악기/반수제 악기
어떻게 사야 하는가를 묻는다면, 이렇게 분류할 수 있겠다.
첼로 전문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매/서초동이나 압구정동 등에 위치한 오프라인 첼로 매장 방문/당근으로 중고거래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보았을 때, 새 악기 기준으로 입문형 중에서 가장 저렴한 첼로(당연히 공장형)는 약 60만 원~80만 원부터 시작하고, 한 단계씩 높일 때마다 몇 십만 원씩 덧붙여지다가 금액이 기하급수로 늘어났다. 당근, 중고 악기점을 뒤져 보니 최초 구매 가격에서 30~50% 정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그렇지만 운 나쁘면 못쓰는 악기를 살 수도 있고, 악기 이외 구성품이 빠져 있을 수 있고, 악기의 현 등 교체 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입문자 주제에 최저가를 사자 싶다가도, 조금 더 비싼 악기의 보다 좋은 소리를 들으니 이왕 사는 거 큰 마음먹고 할부로 지르자는 생각도 들고. 그럼 타협해서 적당한 가격대의 중고를 살까 싶기도 하고.
하… 선택지가 너무 다양하다. 복잡하다.
선생님은 조언해 주셨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지불할 수 있는 가격대’를 먼저 설정하는 것이에요.”
의외의 대답이었다. 나는 이런 류의 대답을 기대했다.
입문자니까 연습용으로 가장 저렴한 걸 사세요,
입문자니까 악기 보는 눈이 없으니 중고는 사지 마세요,
아니면 입문자여도 평생 연주 할 거면 처음부터 괜찮은 걸 사세요,
또는 입문자니까 악기 조율을 받을 수 있는 매장에 직접 가서 사세요 등 따위의 대답 말이다.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우선 정해지고 나면 그 안에서 좋은 첼로를 찾으면 된다고.
결국 외부의 것들이 아니라, ‘내면의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하는 것이었다! 무슨 첼로를 어떠한 방식으로 구매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할 것은, 내가 어느 정도의 금액대까지 첼로에 투자할 수 있는지 스스로의 경제 상황을 가늠해 보고, 몇 번 하다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첼로를 향해 지속해서 나아간다는 굳은 결심이었다.
선생님은 웃으며 덧붙였다. “첼로를 사는 순간부터 역설적으로 첼로에 대한 흥미를 급격히 잃어버린답니다.” 물건 주문 후 택배를 기다릴 때 가장 설레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제자 중에 학원 첼로만으로 5년을 배운 학생도 있다고. 급할 것 없으니 천천히 결정하라고 하셨다. 궁금하다. 후에 어떤 첼로를 만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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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에게 ‘OO살 한국 여성이 처음 첼로를 배우며 기뻐하고 설레는 장면을 그려줘.‘라고 했다가 ’너무 활짝 웃는 것보다 내면이 충만한 모습을 그려줘.‘라고 수정 명령을 한 후 얻은 그림. GPT가 생각하는 한국 여성상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