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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Jan 07. 2020

연애에 대한 고찰

한 번도 연애가 1순위였던 적이 없다.




대학교 2학년에 처음 시작한 연애.

자칭 타칭 연애 예찬론자라 불리며 이십 대에 

적지 않은 연애를 해왔다.

그러나 연애의 끝맺음은 항상 나였다.

차이지 않은 연애. 누가 들으면 배가 불렀다고도 하겠지만 내 생각에 그간의 연애는 '실패했다'.

이유는 한 번도 온전히 나를 보여준 적이 없어서,

내가 주고 싶은 만큼 상대에게 준 적이 없어서.


내게 있어 단 한 번도 연애가 1순위였던 적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그다음은 일 그리고 관계(가족-친구-남자친구).

관계에서의 중요도는 모두 동일선상이었다.

그래서 상대방이 사랑을 갈구하기 일쑤였고

내가 다가가기 전에 늘 상대가 한발 더 빨랐다.

모든 관계에서 기브앤테이크가 되어야 한다는 주의라, 연애를 함에 있어서도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상대가 주면 나도 그만큼 주어야 한다. 그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이 연애는 오래가지 못함을 직감하고 더 늦기 전에 이별을 고하는 고질병이 있다.


이십 대 초반, 나에게 마구마구 사랑을  퍼붓던 상대에게 도저히 이대로는 부담감과 미안함에 고작 100일 만에 난 너를 (너만큼) 사랑하지 않노라 양심 고백을 하고 헤어짐을 통보했다. 그 자리에서 그 남자는 "너는 나와 사귀던 지난 어떤 날보다도 오늘이 가장 행복해 보여."라는 말을 했었다. 또 23살에 좋아한답시고 따라다니던 7살 연상의 오빠에게서 막상 "그래 나도 좋아. 그런데 우리 결혼하자."라는 말을 듣고는 질색팔색 하면서 도망갔었다. 3년 가까이 사귀었던 첫사랑에겐 심지어 아직 마음이 남아있음에도, 균형이 무너졌다는 생각이 들고나서는 "나는 더 이상 오빠를 좋아하지 않아요." 라며 단호하게 정리를 했다. 그때의 나는 서울생활과, 토플 공부와, 교환학생 준비가 중요했어서. 어쨌든 연애에서 나쁜 쪽은 나였다 항상.



"넌 남자와 여자가 바뀐 연애 하는 것 같아."
"무 자르듯 그렇게 쉽냐 너는. 칼아라야."




그런데 지금 남자친구와의 첫 연애는 달랐다.

내 인생에서 그렇게나 연애에 열심히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 열렬했던 시기. 2014년.

그리고 처음으로 상대에게서 헤어짐을 통보받았다.

(먼저 이별을 고한 건 나였지만 붙잡았다가 마지막에 다시 손 놓은 건 그였으니)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와의 연애는

'성공한 연애'라 생각한다.

온전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고

재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다 주고 표현했으니.

최소한 상대에게 할 변명의 여지도,

지키고자 한 내 마음에 일말의 미련도 없었다.


어쨌든 그랬던 그와 헤어졌고, 다시 만났고, 다시

사랑을 한다. 한 사람과 두 번의 연애를 말이다.

'헤어졌던 사람과 다시 만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하던 나에게 예외가 생겼다. 게다가 한 번 깨진 잔은 붙여도 또 다시 깨진다는 말을 깡그리 무시하듯 그와의 결혼을 세 달 앞에 두고 있다. 이만하면 성공한 연애다. 연애담을 쓰려던 이 글을 당최 어떻게 마무리 지을 지 모르겠는데.. 마침 내가 글 마무리가 안된다는 투정을 하니 돌아온 그의 말에 아이디어를 얻어, 그리고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They have lived Happily ever after).'는 아니고 가끔은 투닥투닥 다투기도 하면서 살았습니다.


청첩장에 넣을 문구이기도 한,

변화는 있어도 변함은 없는 사이이기를 바란다.

나의 시절은 너를 만나 다행이고

우리가 되어 꿈만 같다.





열린 결말. 그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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