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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원 Dec 29. 2019

내 꿈은 당신과 나태하게 사는 것




"내 꿈은 당신과
나태하게 사는 것
당신과 남은 생을 사는 것."








내 꿈은 당신과 나태하게 사는 것
더 이상 치열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
그저 내 키만 한 소파에 서로 기대어 앉아
과자나 까먹으며 TV 속 연예인에게

깔깔댈 수 있는 것
그냥 매일 손 잡고 걸을 수 있는
여유로운 저녁이 있는 것
지친 하루의 끝마다 돌아와 꼭 함께하는 것
잠시 마주 앉아 서로 이야길 들어줄 수 있는 것
네가 늘 있는 것
네가 늘 있는 것

그냥 매일 손 잡고 걸을 수 있는

여유로운 저녁이 있는 것
지친 하루의 끝마다 돌아와 꼭 함께하는 것
잠시 마주 앉아 서로 이야길 들어줄 수 있는 것
네가 늘 있는 것
네가 늘 있는 것

내 꿈은 당신과 나태하게 사는 것
당신과 남은 생을 사는 것








내 꿈은 당신과 나태하게 사는 것 / 슌(shoon)

한참 전 서랍에 넣어 두었던 글.

울릉도 여행을 앞두고 자꾸 생각이 나서 꺼내보았다

결혼을 앞두고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이 들어서.

그동안 나는 우리 집이 가족적이긴 해도 화목하진 않다고 생각해 왔다. 오빠도 나도 아직 독립을 하지 않은 터라 한집에서 살기에 부모님과 밥도 자주 먹고, 늘 함께 한다. 그러나 서로 다투는 일이 많고, 속 깊은 이야기는 나누는 법이 없기에.


그런데 결혼을 준비하게 되면서, 그리고 다치면서, 나를 대하는 가족들의 모습에 조금은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행복이 뭐 별건 가라는 생각이 든다. 돈이 많지 않아도, 아직은 아버지 어머니가 건강하게 옆에 계시고. 퇴근 후엔 엄마랑 소파에 나란히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좋고.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냥 좋아하시는 게 눈에 보이는, 자꾸 동네방네 소문내려 하는 아빠는 때론 귀여우시고. 내가 연애를 하지 않고 있을 때에는 맛집 메이트이자 영화 메이트였던 오빠야. 연애한다고 또 이제는 결혼한다고 자주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하는데도 사소하지만 내가 빠트리는 것들을 수시로 챙겨준다.


그렇게 독립하고 싶고 벗어나고 싶던 집이었는데, 결혼을 앞두고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많아서. 앞으로 일궈나갈 결혼 생활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가족들과 떨어진다는 상실감이 모순처럼 나란히 간다. 어제처럼 자다가 지진에 뛰어나가 방문 앞에서 마주친 오빠야랑 "느꼈나!?" "니도 느꼈제!" 하고 서로 안위 살피는 그런 일 이젠 없을 거 아냐. 결혼해도 콩맨이 없는 평일의 신혼집은 외롭고 고독하겠지 (그래도 작업실은 집과 300미터 거리 으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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