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식도 하지 못합니다.
2020.4.11.
결혼식이 코로나로 7월로 미루어진 후
그다음 정해진 일정은
1. 기장에서 마켓 행사.
2. 약혼식
이었는데... 어제 2번이 취소되었다.
산불주의보가 '경계' 단계로 격상되면서 콩맨이 주말 기동단속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담당구역에서 근무를 서고 나서 저녁에 부산으로 오면 밤 9시-10시는 될 거고, 대구 돌아가서 내일 행사 또 준비해야 하는 나나 양가부모님들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런데 어젯밤 뜬금없이 그가 일을 마치고 대구로 왔다. 주말 단속 지역을 영천인 분과 바꾸었다고. 그래서 함께 하지 못할 약혼식 대신 전야제(?)를 서로 축하했다.
그런데 1번도 취소되었다. 지난밤부터 비 소식에 논란이 분분했는데, 행사 시작 시간은 오전 11시고 비는 오후 3시부터 60%의 강수확률에 3mm 이내로 온다는 예보에 일단 가는 쪽으로 했었다. 무엇보다 냉장고에 보관된 잼과 청 말고는 모든 짐을 싸놨었다. 창고에 먼지가 쌓여가던 핸드카트와 웨건까지 꺼내 두고서. 그리고 대망의 새벽 6시. 분주하게 준비를 마치고 대문을 딱 나서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아라씨! 출발했어요?"
"지금 하려고요"
"카톡 봐봐요 얼른!!!!"
들어간 카톡방에서는, 난리가 나있었다.
야외라 도중에 비 오면 중단하는 수밖에 없는데 비가 오전부터 온다는 예보도 있어, 게다가 나를 포함해서 대구에서 오는 팀들도 있는데 무리해서 진행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주최 측에서 취소를 결정한 것이다. 하하하...
행사 나간다고 꼬박 일주일을 준비했는데.
코로나 시작되고 처음 보게 되는 반가운 얼굴들에 다들 설레여
제 사장님은 파마를 했다 하고,
굿 사장님은 목욕탕을 갔다 오고,
멜 사장님은 원피스를 고르고,
아 사장님은 귀걸이를 샀고
오늘만을 기다렸는데
이 무슨 웃픈 상황인가.
하긴 그전에 나는 약혼식도 못하게 돼서
고르고 골라 예약한 식당을 취소하고
주문한 케이크도 취소..는 못하니 그냥 먹을랬고
오늘을 기념하여 맞춘 케이크 픽도 쓸 수가 없고
작년 11월의 상견례 이후로 한자리에 모일 생각에 기분 좋은 떨림을 느끼고 있었던 양가 부모님도 못 뵙게 되었지 참
정말 시트콤 같은 하루다.
이렇게 된 거 원래의 결혼식 날짜에
혼인신고라도 하러 가면 좋겠지만
오늘은 동사무소가 쉬는 토요일^^
느지막이 더 누워있다가 사전투표나 하러 가야지.
결혼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약혼식을 했어도 좋았겠지만
행사에 나갔어도 좋았겠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는 오늘이 기대되는 아침
bgm. Comethru - Jeremy zuc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