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의 욕구보다 경험의 욕구.
최근에 한 기사를 봤다. 샤넬에서 가격을 올리기 전 날 사람들이 백을 사기 위해 오픈런을 했다는. 그리고 기사 밑에 달린 댓글 하나가 꽤 인상적이었다.
'진짜 돈 많은 사람은 저 백 살 돈으로 통장에 넣어 노후를 준비한다.'는.
만일 모두가 무인도에서 각자 홀로 산다면,
그때도 비싼 외제차나 명품백을 살까?
물론 보여주기 위한 소비가 아니라 정말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최근에 처음 브랜드도 모르고 예쁘다 생각한 가방이 있는데 알고 보니 명품백이었다.)라면 할 말이 없다.
사는 동네, 몰고 다니는 차, 들고 다니는 가방을 보고 상대방을 판단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업이라는 걸 하다 보니 주변에도 늘어간다. 진짜 능력이 되서라기 보다 이 정도는 몰아줘야 무시 안 당한다며 일부러 로고 큰 벤츠 뽑는 사람도 있다. (지바겐이면 인정... 예쁘니까) 그런 사람들 틈 속에서 나는 좀 이단아긴 하다. 차는 집에 남는 올드카(라고 쓰면 좀 멋진 느낌이지만) 몰고 다니고, 맨날 에코백 들고 다니고, 화장품도 비싼 거 안 쓰니. 물론 내가 가지고 싶은 게 어쩌다 뜻하지 않게 비싼 건 많다. I wanna 포드 픽업트럭, 브롱코...헤헤~ 있어빌리티가 중시되는 오늘날 사회지만 하나를 갖고도 열을 가진 것처럼 포장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별로 부럽지 않다. 차라리 열을 가지고도 한두 가지만 내세우련다. (겸손도 지나치면 독이랬지요)
아무튼. 언제나 나에게 우선되는 건 그보다 '경험'.
대학교 때부터 "버려야 할 경험은 없어."라고 외치고 다니고, 가능한 한 세상의 모든 경우의 수를 만나볼 거라는 주의였다. 성공이든 실패이든, 그 경력이 지금의 직업에 아무런 연관이 없다 할지라도. 그 모든 것은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자부한다. 세계 크루즈 일주여행 스탭에 지원했던 그때도, 마지막 관문을 남기고 돌연 취직을 했고. 많이 갈망하던 양평의 모 베이커리에 들어가려다 "아무래도 저 제 브랜드 포기 못하겠어요." 하고 면접에서 백기를 들었던 그때. 그럼 시도하지 말았어야지 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직선 길을 두고 왜 굳이 구불구불 돌아가냐 물어볼 수도 있지만. 인생은 B와 D 사이에 C,
Life is a choice between birth and death. 라고 하잖아. 나는 나에게 선택할 기회를 무수히 주었다. 그 과정에서 하다 못해 견문이라도 넓어지지 않았냐며.
이야기가 샜는데 다시 돌아가서 오늘 문득 들었던 생각이, 내게 돈이 많다면 내 인생은 풍요로워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진 재산이 아닌 경험으로. 당장 경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했을 것이고, 비용 때문에 그만두었던 폴댄스도 계속했을 것이며, 프리다이빙도 지속했을 것이며, 승마도 배우고, 인제 가서 서킷도 하고, 용인 가서 스카이다이빙도 했을 거다. 오래된 밴이나 버스를 개조해서 캠핑을 하며 살았을 거다. 보헤미안 같은 삶을 꿈꿨으니. 할 수 있는 온갖 액티비티와 아웃도어를 섭렵하며, 유랑자처럼 살겠지. 지금도 이번 프로젝트 끝나면 가장 먼저 나 자신에게 셀프선물을 주려하는 것도 물건 구입이 아닌 돈이 들어가는 경험치 +1 획득이니.
소유의 욕구보다 경험의 욕구가 월등히 더 큰 나.
이런 꿈을 꿈으로만 남겨두지 않기 위해서, 이런 경험들을 위해서 결론은 앞으로 돈을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서른 넘어 처음으로 한다. 철들었네 김아라~
bgm. Journey to the light - 두번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