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브런치 공백에 대한 그 이유.
한 달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지도,
들어오지도 못했다. 이유는 선배의 부고.
내 선배는 아니고 남자친구의 선배다.
그렇지만 나에게 영향을 많이 주신 분.
내가 처음 글을 쓰게 된 것도, 이 브런치의 첫 글에 다뤘듯 지난해 겨울 선배의 조언으로 인한 것.
그런 선배가 얼마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마치 그녀가 쓰던 책 제목처럼...
'나는 죽기 위해 오토바이를 탔다.'
미처 출간되지 못한 책의 원고를 읽었던 그날의 아침이 생생하다. 파주를 떠나는 날 마지막으로 몇 페이지의 원고를 읽다가 "밥 먹으러 가자."는 선배부부의 말에 몇 마디 피드백을 적어드리곤 '다음에 출간되면 꼭 읽어봐야지'하고 게스트하우스를 나왔는데. 아쉽게도 이제 그럴 일은 없게 되었다.
얼마 전 경기도 고양을 다녀왔고, 돌아오는 날 파주들러 선배네 놀러 갈까? 싶던 우리는 다시 대구까지 차로 운전 해갈 거리나 체력적인 부분을 감안해 다음으로 방문으로 미루었는데, 집을 딱 들어서던 순간 부고를 듣고 말았다. 만약 우리가 쉼표를 갔었더라면, 선배를 만나 뵈었더라면... 이래서 인생에서 다음은 없다.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이 일이 있고서 브런치는 빈자리를 생각하게 하는 아픈 공간이 되었고. 또 한창 임박한 결혼 준비를 핑계 삼아 내내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아프고 바빴던 2020년의 초여름이 흘러갔다. 어쩌다 7월을 맞이했고, 결혼식까지 남은 날은 다섯 손가락 안에 손꼽게 되었다. 여전히 결혼을 생각하면 '내가 결혼이라니 그런 것을' 싶다. 결혼 생각이 없던 한 여자와 또 다른 한 남자가 어쩌다 본인 같은 상대를 만나서,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건지 새삼 놀랍고 신기하다.
6년 전 만났을 때는 불같이 사랑하고 운명이라 믿었다. (적어도 나는) 다시 만난 지금은 물같이 흘러가고 서로가 많이 다르다는 걸 기본 전제로 한다. 이렇게나 다른 그와 내가 만나기 위해서는 이해와 배려를 수반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오래갈 수 있었나 보다. 그리고 한 번씩 뵈었던 서로의 부모님이 상대를 기억하고 좋아하셨다는 것도 우리가 다시 만나는데 한몫한 것도 같고. 그의 전여자친구가 우연히 대구에, 이 동네에 왔다가 내 작업실을 찍어 보낸 것도 어쩌면 복선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그런 우리가 이제 결혼을 3일 앞으로 맞았다. 하루 전까지 실감이 안 난다던데 나는 일주일 전부터 떨리고 조마조마하다. 지난 주말에 예복 찾으러 갔다가 디오벨리 사장님이 "코로나로 걱정 많이 되죠? 하객들 별로 오지 않을까 봐." 묻는데 "아니요. 많이 오시건 적게 오시건 그런 건 상관없는데 혹시나 왔다가 확진되는 사람 생기진 않을지 그게 걱정이에요." 했던. 한 번 미루어지고 또다시 코로나가 확산되는 지금 빨리 치루어서 이 걱정 초조 불안의 늪에서 벗어나고 싶다. 제발~
준비하면서 남자친구나 엄마와의 다툼도, 내면의 전쟁도 많이 겪어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이노무 결혼식 준비 못하겠어서라도 내 인생에 결혼 두 번은 없다." 결혼이라고 안 해본 것들도 하고. 예를 들면 네일이라던지 피부관리라던지 건강관리(병원 싫어하는 내가 이렇게나 열심히 한의원에서 염증 치료를 받고 있다니.) 그런데 연거푸 혼나기도 하고. 피부관리받고 누가 예비신부가 등산을 하느냐고ㅋㅋㅋㅋㅋ얼굴 타게 하지 말라고. 그리고 왁싱을 해야 하는데 누가 제모를 싹 하느냐고. 길러서 다시 오라고ㅋㅋㅋㅋㅋㅋㅋ뭘 해본 사람이어야지. 제발 결혼식날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저 '공주'처럼 지내란다. 과연
다시 브런치도 복귀하였고, 그동안 괴롭히던 결혼도 고지가 눈앞이니 이제부턴 걱정 말고 설레어야겠다. 반이나 지나간 2020이 아니라 반이나 남은 2020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