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중독자의 고백

스키가 뭐라고... 그럼에도 재미있는 스키

by 마음터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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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 스프링 시즌에 폭설이 내렸다.

스키를 알게 된 것은 5년 전이다.

함께 테니스를 치던 남자분이 계셨는데,

게임을 마친 후에 의례적인 인사를 했다.

"다음에 또 쳐요."


그런데

이제 한동안 코트에 나오지 못한다고 한다.

"스키 강습 때문에 이제 못 와요."


평소 같았으면 그런가 보다 했을 텐데

마침 그 시기에 미국에 있는 친구가

꼭 스키 시작하라며 스키 얘기를 자주 하던 때였다.


그렇게 멋모르고 그 코치를 따라

강원도에서 첫 스키를 시작했다.


4년째 스키를 타면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나는 아직도 스키를 타고 있으며

매년 한없이 빠져들었다.

KakaoTalk_20190319_091828580.jpg 작년 12월 12일 시즌 처음으로 스키장으로 가던 길




11월 말부터 3월 말까지.

운 좋으면 4월 5일 식목일까지 스키를 탄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겨울 참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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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초부터 폐장일까지 울퉁 불퉁한 모글이라고 부르는 슬로프에서 스프링 스키를 탄다.
KakaoTalk_20190319_091832419.jpg 웰리힐리 파크 C3 모글 슬로프


폐장일이 다가오면 한없이 아쉽고

정말 우울한 감정까지 들었다.

정말로 그 우울감과 상실감.


겨울이 올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정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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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에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

4시 반 리프트 작동이 멈출 때까지 내려오지 않았다.


점심도 슬로프에서 해결하고.

눈을 조금이라도 더 밟고 싶어서.


한 시즌 동안 리프트를 가장 많이 탄 시즌권자로

전투 너구리 2등의 영광까지ㅋㅋ

폐장일까지 못 타고 2주 먼저

시즌을 접었던 해였는데...

폐장일까지 탔다면 난 전투 너구리 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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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올해는 폐장일을 앞두고

나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


예전처럼 아쉽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폐장이 기다려졌다.


나 스스로 이게 뭐지? 당황스러웠다.


빨리 시즌 끝내고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에

보다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싶었다.


그렇다! 스키 중독에서 벗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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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보다 더 재미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바로 그림과 글쓰기.


창작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소비만 할 것이 아니라 나도 생산자.


사실 이렇게 되기까지 내 의지로만 된 것은 아니며

어떤 사건이 있긴 했다.


그 당시에는 당황스럽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잘된 일이다.


올바른 가치관으로 인생을 살고

도전하고 경험한다면,

그렇게 쌓은 모든 것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흘러감을

또다시 알게 되었다.


될 일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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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많은 다양한 세계가 있다.

한 세계에 빠져 몰두하고 어떤 성과를 내는 것도

의미 있고 중요하다.


하지만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한 번씩 그 세계 밖으로 나와

그 세계를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여유를 갖는 것 또한 필요하다.


그래도 그 세계가 맞다면 계속하면 될 테고,

뭔가 나도 모르게 과욕으로 흘러가고 있었다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인생이 얼마나 다양한데.

꼭 그것만이 답은 아니다.


이번 시즌 스키를 타면서 나와의 약속을 했다.

스키를 시작하면 모든 것이 올스톱되던

지난 시즌과 다르게

절대로 절대로 그림과 글쓰기는 놓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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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유혹이 있었지만

나와의 약속을 위해 죽을힘으로

하얀 눈을 뒤로 한 채 집으로 왔고

스키를 타지 않는 시간 내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그림과 글쓰기를 절대로 놓지 않았다.


비록 집에서 온통 스키 생각하면서

스키 그림 그리면서 대리만족했지만 :)

KakaoTalk_20190319_104059270.jpg 누구나 하나쯤 갖고 싶은 스키 배지(Badge)


사실 그림 그리며 대리만족했기 때문에...

그랬기 때문에 스키를 타지 않은

그 시간도 괜찮았고

그림도 놓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게 맞다.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나니,

나는 일러스트 작가, 브런치 작가로

불려지고 있었다.


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림 소통을 하고 있는데

함께 만들어 보자는 연락도 받게 되는 신기한 경험.


취미로 시작한 그림이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거의 4개월이란 시간 동안,

스키에 올인하고 해오던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면,

지금쯤 난 큰 상실감, 나에 대한 실망으로

나를 자책하고 괴롭히고 있을지도 모른다.


참 잘했다! 셀프 칭찬 :)

KakaoTalk_20190319_092809094.jpg 그리면서 앞으로 나아가자! 힘차게!

스키를 이제 타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스키가 재미없어졌다는 건 더욱 아니다.


겨울이 되면,

난 스키를 다시 재밌게, 열심히 탈거다.

내가 하고 있는 그림과 글쓰기는

더 재밌게 열심히 하면서.


이번 1819 시즌은 다른 해와 달랐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 주변에 벽을 높게 쳐놓고

최소한으로만 사람들 만나면서

혼자 스키를 탔었는데,

올 시즌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했다.


이것도 내 의지만으로 했던 건 아니라서,

그렇게 만들어준 모든 것들에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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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봄이 드디어 왔다!

나의 새해가 드디어 밝았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다소 길어지긴 했지만 글, 그림, 사진으로

정리를 해보니 마음이 후련하고

훗날 나의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기억력이 짧으니 더욱 열심히 기록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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