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터치 우주 Mar 19. 2019

스키 중독자의 고백

스키가 뭐라고... 그럼에도 재미있는 스키

3월 중순 스프링 시즌에 폭설이 내렸다.

스키를 알게 된 것은 5년 전이다.

함께 테니스를 치던 남자분이 계셨는데,

게임을 마친 후에 의례적인 인사를 했다.

"다음에 또 쳐요."


그런데 

이제 한동안 코트에 나오지 못한다고 한다.

"스키 강습 때문에 이제 못 와요."


평소 같았으면 그런가 보다 했을 텐데

마침 그 시기에 미국에 있는 친구가 

꼭 스키 시작하라며 스키 얘기를 자주 하던 때였다.


그렇게 멋모르고 그 코치를 따라 

강원도에서 첫 스키를 시작했다.


4년째 스키를 타면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나는 아직도 스키를 타고 있으며 

매년 한없이 빠져들었다.

작년 12월 12일 시즌 처음으로 스키장으로 가던 길




11월 말부터 3월 말까지.

운 좋으면 4월 5일 식목일까지 스키를 탄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겨울 참 길다.

3월초부터 폐장일까지 울퉁 불퉁한 모글이라고 부르는 슬로프에서 스프링 스키를 탄다.
웰리힐리 파크 C3 모글 슬로프


폐장일이 다가오면 한없이 아쉽고 

정말 우울한 감정까지 들었다. 

정말로 그 우울감과 상실감.


겨울이 올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정말 그랬다.



9시에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

4시 반 리프트 작동이 멈출 때까지 내려오지 않았다.


점심도 슬로프에서 해결하고.

눈을 조금이라도 더 밟고 싶어서.


한 시즌 동안 리프트를 가장 많이 탄 시즌권자로

전투 너구리 2등의 영광까지ㅋㅋ

폐장일까지 못 타고 2주 먼저 

시즌을 접었던 해였는데...

폐장일까지 탔다면 난 전투 너구리 1등!!!



그런데 올해는 폐장일을 앞두고 

나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


예전처럼 아쉽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폐장이 기다려졌다.


나 스스로 이게 뭐지? 당황스러웠다.


빨리 시즌 끝내고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에

보다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싶었다.


그렇다! 스키 중독에서 벗어난 것이다.



스키보다 더 재미있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바로 그림과 글쓰기. 


창작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소비만 할 것이 아니라 나도 생산자.


사실 이렇게 되기까지 내 의지로만 된 것은 아니며 

어떤 사건이 있긴 했다.


그 당시에는 당황스럽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잘된 일이다.


올바른 가치관으로 인생을 살고 

도전하고 경험한다면,

그렇게 쌓은 모든 것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흘러감을

또다시 알게 되었다.


될 일은 된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다양한 세계가 있다.

한 세계에 빠져 몰두하고 어떤 성과를 내는 것도

의미 있고 중요하다.


하지만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한 번씩 그 세계 밖으로 나와 

그 세계를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여유를 갖는 것 또한 필요하다.


그래도 그 세계가 맞다면 계속하면 될 테고,

뭔가 나도 모르게 과욕으로 흘러가고 있었다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인생이 얼마나 다양한데.

꼭 그것만이 답은 아니다.


이번 시즌 스키를 타면서 나와의 약속을 했다.

스키를 시작하면 모든 것이 올스톱되던 

지난 시즌과 다르게

절대로 절대로 그림과 글쓰기는 놓지 말자!!!

수많은 유혹이 있었지만

나와의 약속을 위해 죽을힘으로 

하얀 눈을 뒤로 한 채 집으로 왔고 

스키를 타지 않는 시간 내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그림과 글쓰기를 절대로 놓지 않았다.


비록 집에서 온통 스키 생각하면서

스키 그림 그리면서 대리만족했지만 :)

누구나 하나쯤 갖고 싶은 스키 배지(Badge)


사실 그림 그리며 대리만족했기 때문에...

그랬기 때문에 스키를 타지 않은 

그 시간도 괜찮았고

그림도 놓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게 맞다.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나니,

나는 일러스트 작가, 브런치 작가로 

불려지고 있었다. 


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림 소통을 하고 있는데

함께 만들어 보자는 연락도 받게 되는 신기한 경험.


취미로 시작한 그림이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거의 4개월이란 시간 동안,

스키에 올인하고 해오던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면,

지금쯤 난 큰 상실감, 나에 대한 실망으로

나를 자책하고 괴롭히고 있을지도 모른다. 


참 잘했다! 셀프 칭찬 :)

그리면서 앞으로 나아가자! 힘차게!

스키를 이제 타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스키가 재미없어졌다는 건 더욱 아니다.


겨울이 되면, 

난 스키를 다시 재밌게, 열심히 탈거다.

내가 하고 있는 그림과 글쓰기는 

더 재밌게 열심히 하면서.


이번 1819 시즌은 다른 해와 달랐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 주변에 벽을 높게 쳐놓고

 최소한으로만 사람들 만나면서

 혼자 스키를 탔었는데,

올 시즌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했다.


이것도 내 의지만으로 했던 건 아니라서,

그렇게 만들어준 모든 것들에 감사한 마음이다.



나의 봄이 드디어 왔다!

나의 새해가 드디어 밝았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다소 길어지긴 했지만 글, 그림, 사진으로 

정리를 해보니 마음이 후련하고 

훗날 나의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기억력이 짧으니 더욱 열심히 기록을 해야겠다.


Ujoo 우주의 인스타그램

Ujoo우주의 브런치 구독하기


매거진의 이전글 승마 10회 기승 도전 후 느낀 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