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는 오래전부터 취미로 삼고 싶은 스포츠였다. 어린 시절 어린이날을 맞아 승마 체험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성인이 되어서는 동물을 좋아하는 조카와 함께 승마 체험을 했다. 작년 한 달 살기 하와이 여행에서도 승마 체험을 해보고 싶었는데, 예약이 다 마감이 되어하지 못했던 아쉬운 기억이 있다. 나는 기회가 되면 늘 말을 타고 싶었다.
제주도 어떤 장소였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푸르른 들판에서 말 위에 앉아 맞았던 시원의 바람과 지그시 눈을 감았던 어린 시절의 나. 수십 년이 지났지만 어린 시절의 내가 느꼈던 그 행복감은 세월이 지나도 희미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하다.
승마는 돈이 많이 드는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든다. 외 승이라고 불리는 넓은 들판, 바다나 강을 시원하게 달리는 상상을 해보지만, 실내 마장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승마를 하려면 꽤 많은 시간 승마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내가 등록한 10회로는 어림도 없는 시간이다.
승마에 한창 빠져 있는 지인 작가님의 추천으로 용인에 있는 남서울 승마클럽을 선택했다. 클럽 라운지가 예쁘고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풍경이 좋다. 승마장에 갈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비좁은 담장을 뚫고 언제나 머리를 내밀어 맞아주던 두 마리의 강아지 칸과 연두 덕분에 승마장 가는 날이 더욱 좋았던 것 같다. 난 정말 동물을 좋아한다. 그래서 승마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다. 동물도 좋아하고, 스키처럼 스피드를 즐기는 운동도 좋아하니 두 개가 결합된 승마는 얼마나 재미있을까 상상만 했었다. 어린 시절에 해보았던 승마가 체험이라면, 이제는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다.
승마 10회 수업을 진행하면서 나의 마음이 수시로 변함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말을 타는 것보다는 말을 만지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말을 타기 전 이론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말을 만질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말에 올라타는 시간보다 말을 만질 수 있는 시간이 나는 더욱 좋았고 말에 올라탈 때마다 말에게 미안해지곤 했다.
미안해. 살 뺄게!
기승을 시작하기 전에 매시간마다 말에 대해 알아가는 이론 수업이 진행되었다. 말의 종류, 말이 먹는 사료 종류, 말굽 관리, 말안장 종류, 말 입에 물리는 재갈 등. 말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 흥미로웠다.
말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 갈수록 말이 행복한지에 대해서도 점점 마음이 쓰였다. 특히 말이 물고 있는 재갈에 대해서 배운 날, 특히 마음이 더 쓰였다. 말을 멈추게 하고, 말을 걷고 뛰게 할 때 재갈과 연결된 리드 줄을 당겨야 하는데... 리드 줄을 당기면 말이 아플 것이며 그로 인해 말의 행동을 제어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말을 타면 나는 행복한데 내가 타고 있는 말도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아, 너도 행복하니?
10회 수업을 하면서 너무 재밌어서 당장 동호회를 가입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고, 새로운 평생 취미를 하나 더 찾았다고 흥분했던 적도 있지만, 말을 처음 탄 순간에 느꼈던 "나 너무 무겁지. 미안해." 감정을 해소하지 못하고 말았네. 내 몸무게에 비하면 말은 300킬로그램도 넘으니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사님께서 말씀해 주셨는데^^
10회 수업을 하면서 7번을 만났던 "손오공". 초보 만나서 고생했어! 다른 말에 비해서 순하디 순했던 손오공. 뒤에서 빨리 가라고 다른 말이 깨물어도 고개만 살짝 흔들 뿐 크게 동요하지 않았고 나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았다. 말은 예민한 동물이라 작은 소리에도 반응하여 돌발 행동이 일어날 수 있어서 언제나 안전이 중요하다.
어느 날 만났던 말은 유난히 고개를 양옆으로 많이 흔들어서 수업받는 내내 몸이 경직되고 겁이 많이 나서 빨리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날 이후로 나는 강사님께 말씀드려서 그 말을 피하게 되었고 "손오공"만을 찾았다.
승마는 내가 생각했던 스포츠와 많이 달랐다. 어릴 때 들판에서 탔던 승마 체험과 강습은 더 많이 달랐다. 승마를 배운다는 것은 스쿼트를 자동으로 계속 반복하는 느낌^^ 말이 걸으면서 생기는 반동으로 나도 모르게 엉덩이가 올라가서 통통거리게 되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자세를 배운다. 정말 힘들다. 체감상으로 1분도 되지 않아서 몸의 온도가 올라가고 땀이 난다.
말을 타면서 느꼈던 나의 다이내믹한 감정들을 기록해 본다.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의 나. 조금이라도 생생하게 남아 있을 때 기록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다행이다. 언젠가 다시 말과의 교감이 필요할 때가 오겠지 당장 지금은 아니더라도. 손오공은 오랫동안 생각이 날 것 같다.
올해는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하고 있다. 아는 작가의 추천으로 "오티움" 책을 읽고 나서 더욱 자극이 된 듯하다. 어렸을 때 해보았던 경험들 중에서 좋았던 것을 다시 해보기.
오티움은 결과를 떠나 활동 그 자체로 전례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사람은 코로나 블루를 앓았다. 꼭 감염에 대한 공포나 경제적 어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갑자기 주어진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서였다. 쉬는 시간에 무엇을 하며 보내야 쉼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정신과 의사 문요한은 그 답을 ‘능동적 여가’에서 찾았다.
오티움은 결과를 떠나 활동 그 자체로 삶에 기쁨과 활기를 주는 ‘능동적 여가 활동’을 뜻한다. 오티움을 가진 사람들은 그 활동으로 인해 어떤 불행이나 고통에서도 스스로를 위로해 나갈 수 있다. 즐거움으로 근심을 잊게 하는 자기 치유제, 나만의 오티움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하고 시작해 보자.
승마를 경험하면서 승마에 대한 로망이나 궁금증은 많이 해소가 되었다. 그다음으로 찾은 것은 프리다이빙. 어렸을 때 수영을 배우면서 즐거웠던 경험, 물에서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노는 것이 좋았던 기억들.
입문반을 거쳐 자격증반을 시작했으니 프리다이빙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일단 물에 있는 시간 자체가 나에게는 힐링이 된다. 물에 떠 있는 느낌이 좋고 잠수했을 때의 고요함이 좋다. 앞으로 어떤 경험들을 하게 될지 조금 더 경험해 보고 기록으로 남겨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