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관종의 삶
요즘 "작가"라는 호칭은 누구나가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이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그림, 글, 사진 등 창작물을 업로드만 하면 누구나 작가로 불리면서 사람들과 소통이 시작된다. 독립출판, 전자책 등의 다양한 출판 시장의 확대로 마음만 먹으면 책 출간 역시 누구나 할 수 있게 되었다.
인스타그램에 있는 흥미로운 그림들을 보면서 나도 내 그림들을 모아 놓고 싶다는 생각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 시점이 2018년 12월 초정도였던것 같다.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은 처음 시작하는 초보 인스타그램 계정 생성자를 위해 관련 콘텐츠에 자동으로 추천을 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팔로워와 팔로잉 숫자가 모두 0인 상태의 막 시작한 시점에 처음으로 "좋아요"를 받았을때의 그 감동이란! 그리고 나를 작가라고 불러주다니! 신기했다. 나는 SNS에 관심이 없었을뿐더러, 심지어 "시간 낭비"로 생각했던 사람이였는데.
내 그림을 봐주는 사람이 있다니!
내 소식을 팔로잉 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내가 좋아하는 컨텐츠인 그림으로 온라인 소통 하는 것이 이렇게 신나는 일이였다니! 그림으로 나를 들어내는 일이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니! 그렇게 나는 점점 SNS에 빠져 들었고 지금은 내 그림을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이라면 뭐든지 한번은 시도해 보고 싶은 "SNS 사냥꾼", "관종"이 되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로 수익을 내는 것은 취미로 하는 일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수익과 상관없이 취미로만 그림을 그리는 것에 만족을 한다면 SNS에 그림을 올리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꼭 모든 사람이 취미로,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취미를 넘어 내가 좋아하는 그림으로 돈도 벌고 평생 나의 업으로 삼고 싶은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덕업일치를 이루고 싶다.
평생 그림을 그리고 싶다.
비전공자인 내가 할 수 있었던, 해야만 했던 것은 바로 "공모전"에 도전하는 것이였다. 디지털 페인팅으로 시작했지만, 순수회화 캔버스 작업까지 하게 되면서 올해부터는 모든 시각예술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모전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디지털 페인팅 공모전 당선으로 운이 좋게도 공중파에 작품이 클로즈업 되는 행운과 함께 미국 LA Edgar 갤러리 전시를 포함해 크고 작은 전시 기회를 갖을 수 있었다. 순수회화는 올해부터 조금씩 지원해 보고 있는 상태이고 4월 말 단체전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전시를 할 수 있을지 불확실 해졌지만)
순수회화는 디지털 페인팅에 비해 공모전 지원 자격에서부터 많은 장벽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학력이나 경력에 제한 조건을 두고 있는 공모전이 많아서 지원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겪는다.
조용히 사이트를 닫고 나온다.
다른 기회도 많으니까.
그림으로 평가 받고 싶다.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지원 자격에서부터 정답을 요구하는 공모전. 처음에는 불만도 있었고 넘을 수 없는 벽에 실망도 했다. 하지만 응모 자격부터 그런 제한 조건을 내걸고 있는 곳은 나와 결이 다른 곳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니 아쉬울 것도 없고 실망할 것도 없게 되었다.
예술에 정답이 어디 있나요?
그들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나는 혼자 취미 삼아 그리던 그림으로 이제 프로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다. 그들은 입시 미술부터 대학 전공, 그리고 일부는 석박사 전공까지 오랜 시간을 미술에 쏟아온 물리적인 시간이 축적된 사실 어마 어마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이 시간의 위대함을 존중한다. 이런 시간과 노력의 과정까지 부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떤 미술관련 배경도 없고,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주변 인맥도 없는 나는 그림 자체로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열린 공모전에 계속 도전하고 있고 이 과정을 즐기고 있다. 어떤 제한 조건 하에 놓이게 되면 내가 생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나의 창의력, 상상력이 발휘되어 생각지 못한 결과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공모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이 좋다.
어차피 그림은 그릴거니까.
지원자가 제출한 이력서에 나온 학력이나 전시 경력으로 공모전 당선을 결정 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겠지만, 이건 내가 관여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며 신경써서도 안되는 부분이다. 어쨌든 지원은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열어둔 공모전도 많으니 난 그저 그릴 뿐이고 열린 공모전에 지원하면 내가 할 일은 끝이다.
나는 미술 비전공자이지만 다른 전공과 일을 하면서 살아온 나만의 경험이 있고 나만의 세계가 있다. 이것은 분명 내가 그리는 그림에 반영이 되어 결국 나만의 그림체를 만들어 가게 될 것이다.
Art can be anything!
Anyone can be an artist!
순수회화 세계에 비교하여 디지털 페인팅 분야는 장벽이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 경력이나 학력을 요구하는 공모전을 아직까지는 보지 못했다. 지원 자격에 응시 조건으로 내세우지도 않을뿐더러 제출 서류에 이력서를 요구하지도 않으니 보다 부담없이 누구나가 지원 가능하다. 공모전 1등 수상을 하게 되면 상금도 받게 되며 아트상품으로 제작부터 유통까지 책임져 주는 공모전도 많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더 나아가 취미 이상의 일로 연결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공모전에 도전해 보는 것을 꼭 권하고 싶다. 나도 아직 "덕업일치"를 이루고 싶은 과정에 있는 사람이지만, 그 과정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단언코 공모전 당선이였다. 전시 기회도 공모전으로 얻었고, 그림을 이용한 아트상품 제작 및 판매도 공모전으로 생긴 기회였다.
디지털 페인팅이 순수회화 작업에 비해 좋은 점은 상품 시키기에 훨씬 유리하고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대중적으로 예술을 일상에 적용하기에 유리하다. 원본 그림 한점은 판매 하기 어렵지만 디지털화된 그림을 상품에 입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림을 늦게 시작한 만큼 나에게 조급함이 찾아왔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급하게 마음 먹는다고 단번에 성과를 낼 수 없는 분야임을 알기에, 또 그런 조급함은 내 그림에 담길 수 밖에 없음을 알기에 모든 조급함을 내려 놓고 편안한 마음을 유지 하는 것이 중요한것 같다. 마음을 숨기고 마음과 다른 그림으로 포장할 수가 없다. 그림에 그대로 녹아들기 때문에 나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까지 내가, 작가가 꼭 해야할 몫이다.
나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나를 꺼내 보여주는 일이다.
옛다 여기, 나의 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