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노를 잠재우는 것은 사랑으로 끌어안는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물론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에게는 적용되기가 어렵겠지만 대부분의 자잘한 못된 행동들은 내면 깊은 곳에 숨어있는 애정결핍으로부터가 시작이기 때문이다.
나는 게임을 좋아하는데 20대 중반까지는 온라인게임을 하던 게 있었다. 온라인게임은 게임 자체도 즐기지만 게임 공식홈페이지에 있는 서버게시판에 글을 쓰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당시 우리 서버에는 악동 같은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워낙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욕을 하며 시비를 걸고 다니고 아이템 먹튀 같은 행동도 하고 그는 이래저래 사람들에게 가장 미움받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누군가 그의 신원을 찾아내어 서버게시판에 그의 사진과 이름, 주소를 올렸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동안 미웠던 그를 욕하며 사이다라는 반응이었다. 나는 그 게시글에 답글로 글을 하나 썼다.
장문으로 썼었는데 대략 내용은 그 사람이 그동안 미운짓을 했지만 이런 식으로 신원을 공개하는 것은 아니라는 내용을 썼었다. 솔직히 그 사람이 무슨 연쇄살인범 같은 범죄자도 아니지 않은가. 이 정도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답글의 반응들은 내 생각에 동의한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평소에 그가 내 글에 시비를 많이 걸고 다녔기에 나더러 부처냐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 글을 쓴 몇 시간쯤 후에 서버의 악동인 그분에게서 갑자기 메시지가 왔다.
"나를 왜 감싸주냐"
나는 답장을 보냈다.
"당신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가족이고 친구잖아요."
그랬더니 답장이 왔다.
"제가 많이 괴롭혔는데도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죄송했습니다."
처음 보는 그의 정중한 존댓말.
나는 그것을 캡처해서 게시판에 글을 썼다.
이분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이런 모습도 있는 사람이라고.
항상 반말과 욕만 하던 그 사람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는 사실에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신원공개의 글은 작성자가 삭제했다. 그리고 악동이던 그분은 그날 이후로 더 이상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았다.
내용이 드라마 같고 소설같이 느껴지겠지만 내가 실제로 겪었던 실화이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왼쪽뺨을 맞으면 오른쪽뺨을 내어주어라.'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바람과 태양이 내기를 한다. 저기 지나가는 사람의 겉옷을 누가 벗겨낼 수 있는지를. 바람은 거센 바람을 내뱉지만 사람은 겉옷을 더 단단히 여민다. 그래서 태양은 뜨겁게 빛을 내린다. 사람은 더워서 겉옷을 벗었다.
세상은 차가움보다 따뜻함이 더 강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