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랑 혼인신고를 하러 가던 날은 기분이 참 오묘했었다. 설렘과 동시에 무언가 무섭기도 하고 복잡 미묘한 것들이 엉킨 느낌이었다.
신고는 구청에 가서 했었는데, 혼인신고서 바로 옆칸에 이혼신고서가 있어서 신고서의 배치가 무섭다고 생각했다. '신중하지 않으면 이 옆에 있는 것을 쓰게 된다는 의미로 저렇게 해놓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출하는 창구도 빨간색 글씨로 크게 '제출하면 취소 안됩니다!!'가 쓰여있었는데 당연한 거지만 무언가 더 무서웠다.
혼인신고서에는 여러 가지를 적어야 한다.
그런데 양식을 보다가 드는 생각이 '나랑 아빠는 본 적 주소가 같은데 엄마는 뭐지?'였다. 그래서 아빠한테 전화를 걸어서 여쭤봤다.
"엄마 본적주소? 엄마는 아빠랑 결혼을 했으니까 너의 외할아버지 호적에서 나와서 아빠랑 본적 주소가 같지. 너도 이제 아빠한테서 빠지는 거고.."
그 말을 듣고 난 이후부터 기분이 이상해졌다. '출가외인(出家外人)'이라는 말이 그래서인가 싶기도 했다.
혼인신고서를 다 작성하고 제출한 뒤에 집에 와서도 나는 혼자 심란했다. 부모님한테서 분리된다는 생각이 드니까 갑자기 그동안 부모님에게서 받기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퍼졌다.
아빠한테 전화해서 말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아빠, 엄마라는 나무한테서 나뭇가지를 다 잘라서 쓰고 밑동만 남겨놓고 나온 것 같아서 미안하고 기분이 이상해..."
아빠는 말했다.
"뭘 미안해~ 원래 부모는 자식한테 다 그렇게 하는 거야. 너만 잘 살면 되는 거야."
통화가 끝난 후에 더 슬퍼졌는데, 남편이 안아주며 말했다.
"내가 장인어른 호적에서 빼와서 미안해. 그만큼 내가 더 잘할게. 그리고 부모님한테도 우리가 더 잘하자."
마음이 안정되는 따뜻한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