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와 공감

by 자명

2020년 어느 날.

수업 가는 길에 넘어진 게 발목 인대가 찢어져서 깁스를 하게 됐다. 살면서 목발을 처음 짚어봤다. 불편하고 힘들고 어려웠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내려와서 약국에 들어가려는데 목발을 잡고 있으니 문을 열어야 하는데 손이 없었다. 잠시 목발을 몸에 기댄 채 손을 떼고 문을 열려고 했는데 무게감이 있던 문은 열리다 말고 목발은 바닥에 쓰러졌다. 바닥에 쓰러진 목발을 잡고 싶었는데 한숨이 나왔다. 그때 누군가 갑자기 내 목발을 주워주셨다. 그리고 문을 열어주셨다.

"감사합니다."

정말 너무 고마웠다. 목발을 짚고 다니니까 문을 열어주거나 엘리베이터를 잡아주는 등의 작은 행동들이 크게 느껴지고 너무 감사했다.


깁스를 풀게 되었다. 땅에 발을 딛었는데 발목이 아팠다. 의사 선생님은 재활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한동안은 발목보호대를 착용하고 다녔다.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데 발목이 아파서 천천히 걸어야 했다. 나름대로 내가 걸을 수 있는 속도 안에서 열심히 걸었는데 다 건너지 못하고 신호등은 빨간불로 바뀌었다. 나는 횡단보도 중간에 덩그러니 서있게 됐다. 종종 횡단보도 중간쯤에 서 계신 어르신들이 생각났다.

'아... 이래서 서 계시는 거구나...'

내 발목이 아프지 않을 때의 신호등은 건너기에 여유가 있는 시간이었다. 뛰면 3~5초 만에도 건널 것 같은데 누군가에는 그것조차도 짧은 시간일 수도 있다.


별 거 아닌 나의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큰 행동일 수도 있고, 왜 저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일 수도 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면 이해와 공감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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