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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빈 Jun 07. 2024

선생을 닮아가는 학생

예전에 학원을 다닐 때 수채화 팔레트에 물감을 다 짜면 네임펜으로 각 색들의 이름을 물감칸 아래에 썼다.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색을 쓸 때마다 이름 한 번씩 보면서 써라."

그러고서 수채화를 하다 보면 몇 달의 시간이 지날수록 적어놓은 글씨가 점차 흐려지고 지워진다.

나는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 이거 글씨 거의 지워졌는데 다시 써요?"

"아니. 지금쯤이면 그 색들의 이름을 다 외웠을 테니 안 적어도 된다."

그렇게 수채화물감의 이름을 기억했다.


수업을 하다 보면 종종 수강생분들이 물어볼 때가 있다.

"(멀리서) 선생님!! 여기 이 사진에 이 부분 색을 못 찾겠는데 이 색은 무슨 색이죠?"

"937번 투스칸레드요."

"(멀리서) 선생님! 이거는 무슨 색일까요?"

"925번 크림슨레이크랑 931번 다크퍼플 섞은 색이요."

"선생님 어떻게 색을 다 알아요? 따로 외우신 거예요?"

"아니요, 그냥 그 프리즈마 색연필은 많이 쓰다 보니까... 색연필을 쓸 때마다 이름이나 번호를 한 번씩 보면서 쓰세요."


 나를 가르쳤던 선생님을 나도 따라가는 것 같다.
똑같은 말을 하는 나를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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