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부러웠다.
아무리 그려도 따라잡지 못하는 그 느낌이 나 자신을 힘들게 했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계속 그려보면서 머리로 다시 이해해 보고 될 때까지 그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런데 강의를 하다 보면 내가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처음부터 잘했던 사람은 보고 그린다고 그린 건데 자꾸만 닮지 않고 틀어지는 스케치, 도대체 무슨 색을 써야 하는지 색만 칠하면 그림이 망하는 상황을 겪을 일이 없을 지도. 그러나 나는 매번 망한 그림들을 자주 그렸는데 시간을 쌓아 망치지 않는 법을 터득하며 그려온 사람이라서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해야 그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안다. 내 수업은 그냥 그것을 알려드리는 수업이다.
나는 수업시간에 말한다.
"그림은 정답은 없어서 그려내는 것에 다양한 방법들이 있어요. 제가 알려드리는 것들은 정답지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망치지 않는 방법이에요. 제가 그림을 너무 많이 망쳐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