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의 이별
자궁문을 여는 약의 통증보다
수술대 아래 은색 통이
내 마음을 더 찢어놓는다
팔과 다리를 묶고
숨을 막는 공기
잠에서 깨자마자
구역질이 나 구토가 올라오고
몸속을 도려낸 것 같은 통증에
살려달라 울부짖었다
통증이 잠잠해지며 느껴지는 건
하늘로 떠나버린 아이
비어버린 나의 몸
껍데기만 남은 것 같았다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
수십 번 자책하고 또 자책했다
비어버린 껍데기 몸으로
계류유산 판정을 받고
죽은 아기를 꺼내던 그날의 기억..
아직 이 안에 있는데 어떻게 보내야 되냐며
울던 그 날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