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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純粹)의 바다

그리지 않은 것을 그린 그림

by 자명

이 바다에는 파도도, 생명도, 림자조차도 없다. 그래서 더 깊게 잠기고 더 오래 머문다. 그러면서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투명함을 담았다. 맑은 물의 감촉을 그대로 담되, 열대 바다의 에메랄드빛을 입혔다.


순수의 바다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2019. 김예빈 作)
제2회 대한민국통일명인미술대전 서양화부문 특선


바다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따뜻하고 넓은 마음과 함께 그 자체로 순수하다. 이 바다는 그런 상태를 담고 싶었다. 오직 찬란한 빛이 천천히 내려와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바다를 쓰다듬고 있다. '순수(純粹)'라는 글자에서 느껴지는 그 맑음 그대로를 위해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 이전에 그렸던 'Light of sea'와는 조금 다른 계열이다. 그것은 바다에 스며드는 빛이 주인공이었다면, 이것은 빛을 받아들이는 바다 그 자체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나는 감상자가 전시실에서 이 그림 앞에서 천천히, 고요하게, 가만히 머물길 바란다. 'Light of sea'에서는 깊은 바닷속에서 빛이 환하게 스며들어오는 그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면, 이것은 맑은 바다의 투명한 청량감과 고요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無는 순수 자체다. 갓 태어난 아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無의 상태이기에 순수하다. 잔잔한 물결로 어루만지는 그 느낌과 교감한다면 비어 있음에서 비롯된 순수함을, 그 공간 자체로 오롯이 품게 될 것이다.


야광 그림이라서 밝은 곳에서 볼 수 있는 모습과 어두운 곳에서 보이는 모습이 하나에 담겨 있기에 위의 첨부 이미지 2장이 그림 한 점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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