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살아난 꼬망이
13살인 반려견 꼬망이는(사람 나이로는 81세) 7일부터 입원을 했고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면회를 갔다. 아파서 입원한 거지만 개의 입장에선 그러한 상황 이해가 없으니 영문도 모른 채 병원에 남겨져 매일 혈액검사를 하고 매일 수액을 맞고 있는 상황이 너무나도 무섭고 힘들 거란 생각이 들었다.
너는 혼자 남겨진 게 아니라고, 내가 매일 너를 보러 온다고. "오늘도 왔지? 내일도 또 올게."라고 매일 가서 말해줬다.
12일에 AMYL수치가 급등하여 27000까지 치솟았을 땐 충격과 절망 그 자체였다. (정상범위: 200-2400) 병원에서 들은 "이 정도로 높은 건 처음 보는 수치예요. 이런 말씀 죄송하지만 사망할 수도 있어요. 응급상황 시 연락드릴게요."라는 말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집에 와서도 혹시나 전화 올까 봐, 그리고 그 전화를 못 받을까 봐 긴장과 두려움 속에서 폰을 계속 옆에 두며 계속 울게 만들었다.
잠도 잘 못 자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절망만 더 커졌다. 매일 기도했다. 제발 좀 살려달라고.
꼬망이 면회 갈 때마다 무서웠다. 하루하루가 오늘이 마지막이 될까 봐 무서웠다. 지난 5월 아기가 유산되어 하늘로 보낸 뒤, 나는 못 지킨 것 같은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꼬망이까지 보내면 나는 올해 자식을 둘이나 잃게 된다. 살리고 싶다. 너무나도 살리고 싶다.
매일 꼬망이에게 말해줬다.
"꼬망아, 많이 사랑해. 사랑하는 거 알지? 우리 꼬망이 잘 해내서 집에 가자."
3.5kg이었던 아이는 2.5kg까지 살이 빠지고 빈혈수치가 22까지 떨어져서 20까지 떨어지면 수혈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힘없이 휘청거리고 초점 없이 허공만 보며 불러도 반응이 없다가도 '집에 가자'라는 말에는 귀가 움직였다. 꼬망이는 그렇게 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줬다. 그렇다. 이 아이는 살고 싶어 했다. 살아서 나랑 같이 집에 가고 싶어 했다. 병원비가 얼마가 들든 간에 어떻게든 살려줘야 했다. 살려서 같이 집에 가야 한다.
일반약물은 다 소용없었다. 의사 선생님은 줄기세포 엑소좀 치료를 시작했다. 염증약과 항생제도 변경되었다. 바뀐 약은 부작용 때문에 잘 쓰지 않는 약인데 이거밖에 답이 없다고 하셨다. 희망을 가지면서도 무서웠다. 버텨내는 건 꼬망이 몫이었다.
며칠이 지나고, 계속 상승만 하던 AYML수치가 27000던 게 21000으로 드디어 하락했다. (정상범위: 200-2400) 도대체 얼마까지 치솟는 건지 무서웠는데 드디어 하락세가 보인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4000대까지 하락했다. 죽을 것 같던 아이가 살아나는 기적이 일어났다. 198이던 염증수치는 81까지 하락했다. (정상범위: 0-9)
수치가 많이 내려가서인지 면회를 갔을 때 꼬망이는 기력을 조금 되찾아 걷기도 하고 핥아주기도 했다. 내 눈을 똑바로 보기도 했다. 살았다.
병원에서 일요일(21일)까지 지켜보고 퇴원하잔 얘길 듣게 됐다. '퇴원'이란 단어를 듣다니 기뻤다.
그동안 노력해 주신 의사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꼬망아, 잘 버텨냈어. 이제 집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