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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주 Nov 07. 2022

모든 평범한 날들과 같이

애도


-

사는 동안, 애도를 다할 수 있을까. 


그저 살았을 뿐이다. 

그날 하루도, 모든 평범한 날들과 같이.

나도 그랬다. 


그날, 아이들을 데리고 아차산에 갔다. 

이렇게 재미있는 시간은 오랜만이라고, 아이들은 해맑게 웃었다. 

해가 기울 무렵, 저녁으로 받은 테이크아웃 햄버거를 소중히 들고 말갛게 웃는 아이들에게 

일찍 들어가라, 가기 전에 꼬옥 샘 얼굴을 보고 눈도장을 찍고 가라 잔소리, 잔소리를 했다. 

그러고도 마음이 안 놓여 잘 가고 있느냐 메시지를 보내고, 소식이 없으면 애를 태우다 답이 오면 그제야 안도했다. 


너무도 평범한 하루. 

토요일은 그러라고 있는 날이다. 

놀고, 쉬고, 먹고, 웃고, 떠들고. 

그렇게 살았을 뿐이다.

모두들, 여느 때와 다름없이. 


-

운이 좋아 여태까지 살아남은 것뿐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제 겨우 십 대의 문을 통과한 아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미안하다고 했다. 


아이들은 그런 내게 이제 몸은 좀 괜찮으시냐고 물었다. 

이러한 다정을 아이들은 어디에서 배워 오는 걸까. 


며칠 후면 B의 기일이었다. 

자주 울먹한 마음으로 가을 내내, 나는 괜찮지 않았지만 괜찮다고 했다. 

누군가는 괜찮아야 이 아이들이 무사히 이십 대를 맞고, 삼십 대를 넘어 저 먼 시간에까지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 하니 쑥스럽게 웃는다. 

내가 나오지 않은 날들에, 아이들은 슬프다고 했단다. 

그 순간, 아주 먼 시간으로부터 어떤 응답을 받은 것 같았다. 

지금보다 더 오래된 내가 보내는 아주 작고 희미한 신호.


그냥, 

거대한 거 말고 

그냥 지금처럼

희미하게, 미약하게

어딘가 부서지고 잘 안 되고 고장이 난 채로도 좋으니까

그냥 지금처럼


존재하는 것.


그것이 나의 할 일. 


-

사는 것.

살아가는 것.


그것이 평생 동안 그치지 않을

나의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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