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스치듯 끝나가고 겨울이 다가오는 요즘 나에겐 소소한 즐거움이 하나 있다. 바로 통통한 참새를 보는 재미이다.
서울에서 살던 시절 나에게 참새는 아침을 대표하는 새였다. 아마도 '짹짹' 소리가 나면 아침이 왔다는 표현을 보고 들으며 자랐기때문인 것 같다.그만큼 참새는 일상에서친숙했고 길을 걸으면 쉽게 볼 수 있었지만 다가가기도 전에재빨리 날아가 버려서 가까이에서 볼 순 없었다. 이런 참새를 좀 더 유심히 보게 된 건 제주에 살면서부터였다.
사람이 많지 않은 제주의 참새는 서울보다 과감했다. 특히 어린 참새들이 그러했는데,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통통 튀게 걸으며 물러날 뿐 꽤 오래 버티다 날아갔다. 어떤 날은 참새들이 다 날아가는데 어린 참새 혼자 버티고 있기에 '요 녀석 봐라' 하며 웃은 적도 있었다.
이렇게 몇 해를 가까이서 보다 보니 신기한 점을 발견했다. 여름엔 홀쭉하던 녀석들이 겨울이 오면 부리가 얼굴에 파묻힐 정도로 통통해지는 것이다. 혹시 그냥 뚱뚱한 참새인가 싶어서 검색을 해보게 되었다.
'털 쪘다'
이 단어를 보자마자 웃음이 터졌다. 너무 찰떡같지 않은가. 참새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겨울이 오면 털옷을 입는데, 인터넷에서 사람들은 이를 '털 찐다'로 표현하고 있었다. 새삼 한글은 위대하고 똑똑한 사람도 참 많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튼 내가 그동안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이맘때쯤 참새는 털 찌고 있는 것이 맞았다. 점점 더 크게 털이 찌다가 한겨울에는 너무 동그래서 구를 것 같은 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