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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바라기 Oct 02. 2023

04. 내가 좋아하는 것들

끝장을 보거나 꾸준히 좋거나



나는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히 소중하다거나 좋아하고 갖고 싶은 물건이 없다. 제주에서 살아보려고 내려올 때 옷 몇 가지와 코펠하나만 챙겨 왔던 나를 보면 더 확신이 든다.

오히려 경험이나 체험을 하며 느끼는 감정들을 좋아했다. 그림, 친구, 게임, 여행, 모션그래픽, 모임, 등산 등이 대표적이었는데, 이중에는 끝장을 보고 식은 것과 꾸준히 좋은 으로 나뉘기도 한다.







끝장을 보고 식은 게임


한때 pc게임을 너무 좋아했었다. 시작은 미술입시 준비를 하면서였다. 미술학원을 다니며 친구들과 시간이 어긋나기 시작했고, 잠깐 생기는 시간에 혼자인 경우가 많았다. 그때 찾은 놀이가 pc게임이었다. 한창때여서 그랬을까 게임이 정말 너무 재미있어 흠뻑 빠졌 게임 폐인이라는 말이 나를 말하는 것 같았다. 오랜 시간 밤을 새운 결과 높은 레벨과 화려한 아이템의 캐릭터가 되었고 게임상에서 부러움을 받으며 나는 우쭐거리기도 했었다.

그렇게 좋았던 시간이 끝난 건 경찰서에서였다. 평소와 다름없이 게임을 켰는데 모든 것이 사라졌다. 아.. 해킹을 당한 것이었다. 나는 순간 눈이 뒤집혔고 무작정 경찰서로 달려갔다. 경찰서 문이 열리자 모든 경찰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큰일이 난듯한 어린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외쳤다.

'게임이 해킹당했어요!'


동공이 흔들리는 경찰들을 보자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이때는 사이버 수사대가 흔하지 않았던 시기라 결국 해킹은 못 잡는다는 얘기를 듣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며 한동안 게임을 하지 않게 되었다.







꾸준히 좋은 동물



친구와 놀이동산을 놀러 간 적이 있다. 혈기왕성한 20대라 그런지 신나게 놀고 놀이동산을 나오면서도 뭔가 부족했다. 그래서 바로 옆에 있는 동물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막상 구경을 하려니 놀이기구를 타느라 긴장했던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고 그냥 음료나 마시며 쉬다가기로 했을 때였다. 무심히 보던 동물들이었는데 지친 몸때문이었는지 큐피드의 화살이었는지 한순간 동물들의 사랑스러움에 빠져버렸다. 배경처럼 보이던 동물들이 한 마리 한 마리 시선을 고정하며 보게 되었고, 무표정했던 얼굴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자연스러운 미소가 흔치 않았던 나는 그 순간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그 후 갈 곳이 없으면 동물원으로 혼자 발걸음을 했고, 마음이 힘들 때나 내 생일 즈음에도 동물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아마 20대 때부터 매년 2번 이상 동물원을 찾은 것 같다.

시간이 지나 제주에 있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동물을 보고 미소 지으며 위로받는다. 물론 매번 가던 동물원만큼 다양한 종류의 동물은 없었지만 제주에서 보는 말도 알파카도 황소도 너무 다 사랑스럽다.


난 동물을 좋아해.



동물을 보면 미소가 지어진다  <자연바라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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