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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cedie Mar 18. 2018

2호선과 5호선을 잇는 사이

사랑하는 도시의 풍경


 

  가을 논밭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푸르른 녹음이 가득한 영화를 보고 집에 가려고 대략 저녁 10시쯤 2호선을 타고 집으로 향했어. 나는 충정로 9번 출구를 향하여 2호선과 5호선을 잇는 사이를 지나가. 길게 뻗은 회색의 공간을 마주해. 늘 5호선으로 가는 길은, 그 사이를 잇는 길은 길게 느껴지는 것 같아. 회색빛의 공간에 길은 길게 굽어졌는데 그 안으로 들어갈수록 나는 도시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 나는 이때 이 순간이 좋아. 도시를 느끼는 이 공간이 좋아. 오히려 마음이 안정돼. 도시 삭막한 이 쓸쓸하고도 외로운 거리를 나는 왜 사랑하는 걸까. 나는 왜 녹음이 가득한 풍경을 보고 와서도 이 회색빛의 삭막함이 더 편안한 걸까. 내가 이 거리에 마음이 가는 건 아마도 거리를 걸어 다니는 도시의 공기와 마찬가지로 쓸쓸하고 외로운 사람들 때문 일거라고. 그 사람들도 도시처럼 차갑고 삭막하다는 걸 알아. 그리고 그게 나라는 것도, 나의 모습이라는 것도. 차갑고 쓸쓸하고 서로에게 너무 무관심하기만 한. 그래서 나는 조금이나마 그것들을 안아주고 싶다고 생각하나 봐. 아마 그런 것 같아. 그래서 나는 도시를 사랑하나 봐. 이런 나의 슬픈 그림자를 안아줄 수밖에 없는 것처럼. 그렇게 사랑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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