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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cedie May 10. 2018

사랑은 언제, 어디로 가버리는 걸까?

영화 "LIKE CRAZY"



브런치 무비 패스로 관람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과 결말을 담고 있습니다. 





  사랑은 언제, 어디로 가버리는 걸까? 분명 우리는 사랑했었는데, 남아있는 것들은 사랑했던 기억뿐이고 사랑은 우리에게서, 너에게서, 나에게서 언제 떠났는지 알 수가 없게 떠나가고 어디론가 가버린다. 어딘가로 옮겨간 건지 사랑이 없어진 건지, 숨은 건지, 그 숨을 다한 건지 알 수 없게. 


  사랑했던 순간만큼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을까? 이 영화가 그렇다. 영화 속 주인공인 애나와 제이콥이 사랑하던 순간들은 아름답다. 영화 "라이크 크레이지" 중에 노래에 맞춰서 둘 만의 행복한 웃음소리 말고는 어떤 대사도 나오지 않은 채로 애나와 제이콥이 사랑을 하는 순간들이 있다. 영화 속 그 장면은 마치 뮤직비디오 같다. 둘이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 가깝게 앉아 사랑을 나누는 모습은 그 둘 사이의 이전에 있었고, 앞으로 있을 일들이 상관없이 마냥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사랑의 순간들은 사랑의 기억들로만 남기에 슬픈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 영화는 애나와 제이콥 그 둘을 뺀 나머지 이야기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카메라는 애나의 얼굴과 제이콥의 얼굴을 빼곡히 담는다. 영화의 시작도 둘이 서로를 의식하고 애나가 제이콥에게 편지를 남김으로부터 시작한다. 애나는 편지를 차에 꽂으면서 망설이고, 결국 차에 꽂은 그 편지를 제이콥은 웃으면서 미소를 짓는다. 애나의 글로 둘이 데이트를 하게 된 것처럼 데이트 한 날, 애나는 제이콥에게 자신이 쓴 글을 읽어주고 필담을 하면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사랑에 빠진다. 그날 밤 서로 헤어질 때 두 사람은 애나의 집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떠날 줄 모르고 서로를 그린다. 유리문 사이로 서로의 손을 대고는 손을 따라 서로를 바라보고 그린다. 이후에 국경이, 비자 발급이 그 둘 사이의 유리문이 되어 저 둘을 저렇게 계속 그리게만 할 줄 모르고.


  애나와 제이콥 이 두 연인은 애나가 비자 만료로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을 때 같이 여행을 떠난다. 서로 간의 실제적으로 거리가 생길 미래 때문인지 둘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배를 타고 가는 길에서 애나와 제이콥은 각자 떨어져서 앉는다. 숙소에 도착해서 발코니에서 밖을 바라볼 때에도 둘의 거리는 좁혀질 줄 모른다. 서로를 사랑해 떨어질 줄 모르는 이 두 연인은 결국 여름 그 한 계절을 도저히 떨어질 수가 없어서 비자가 만료됨에도 불구하고 애나는 미국에 여름 한 계절 동안, 제이콥 곁에 머물기로 한다. 둘의 거리는 그렇게 다시 가까워지고 여름 계절 동안 침대 위에서 함께한 밤들이 흘러가는 영화의 장면은 더없이 사랑스럽다. 



  하지만 그 해 여름 때문에 둘은 영국과 미국, 대서양을 두고 그 먼 거리에서 서로를 그리기만 한다. 애나는 비자 문제로 더 이상 미국에 입국할 수 없고 둘의 실제적인 물리적 거리가 둘의 심리적 거리까지 멀게 만든다. 그러나 둘은 계속 서로를 그리고, 곁에 다른 사람이 생겨도 결국 서로를 찾고 서로 함께 하기를 원한다. 그러다가 서로가 같이 지낼 수 없다는 틈이 생기면, 그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면 둘의 사이는 멀어지기만 한다. 그렇게 반복되기를 여러 번, 애나는 드디어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에 가지만 문제는 비자 문제만이 아니었던 거다. 마지막 장면 둘이 함께 샤워하는 장면의 두 사람의 눈빛과 그리고 지난날 사랑했던 기억이 플래시백 되는 장면이 이 영화를 오래전에 봤는데도 제목만 보면 그 장면이 아직도 떠올라서 마음이 아프다.  


우리는 함께 해야 해


  우리가 함께여야 한다는 감정의 착각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그건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사랑해서 함께하고 싶었는데, 단지 그뿐이었는데, 함께하게 되니 그 사랑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 그 둘 사이의 비자 문제라는 장애물이 오히려 사랑을 길게 한 건지, 아니면 그 때문에 마음이 먼저 지쳐버렸는지 남는 건 사랑했던 기억뿐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우리는 함께 해야만 해"라는 마음이 들었을 때가 있었는데 그처럼 신화적이고 낭만적인 감정이 있을까? 꼭 내가 누군가의 반쪽같이 느껴지는 마음들과 순간들. 샘과 함께 있던 제이콥에게 전화를 걸어 애나가 했던 말들이, 내가 누군가에게 보냈던 글들이어서, 그리고 그게 덧없다는 것을 이제 알아서 그 말들이, 사랑했던 순간들이, 남은 기억들이 아프다. 사랑은 언제까지나 우리와 함께하지 않고 언젠가, 어디론가 떠나가 버릴 거라는 걸 잘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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