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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cedie May 03. 2019

다른 세계를 통해 내 세계를 읽는 일

"사랑을 말하는 것들"에 쓰는 것들에 대하여



  어떤 영화가 꼭 내 영화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책이 꼭 내 이야기 같다고 생각되는 경우도 있고, 그런 경험들이 이 일련의 글들을 쓰게 했다. 세계를 "사랑"으로 읽어 내릴 수밖에 없었던 계절이 있었다. 무엇을 보고, 듣고, 봐도 사랑으로만 읽게 되었다. 그 세계는 내가 알 수 없는 타자에 의해서 열리고 그리고 그에 의해서 다시 닫히기도 했다. 그리고 닫혀있던 문이 어떤 영화나 문학을 통해서 잠시 열려 그 빛으로 세계를 읽어 내려가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온 것들이 나의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그 속에서 다른 사람과는 전혀 다른 나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기도 했다. 


  해당 매거진의 글들은 내가 "사랑"으로 읽은 것들이다. 여러 경험과 사람들과의 이야기로 촉발된 것들도 있다. 같은 것을 두고도 우리는 다른 세계를 목격한다. 같은 것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은 내게 새롭게 열리는 세계가 되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 썼는데 내 마음 같기도 하고, 다른 마음들을 발견하는 일들을 이 곳에 고스란히 모아보고자 했다. 그래서 써 내려가고 있는 글들이다.


  지금은 내게 사랑의 세계가 닫혀서 무엇을 봐도 사랑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내게 다시 사랑으로 세계가 읽힐 날들이 올 것이다. 그러면 내가 읽고 보는 것들이 내게 또 다른 세계와 글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것을 이제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요즘은 '한 남자와 미친 듯한 사랑'을 하고 있다거나 '누군가와 아주 깊은 관계'에 빠져 있다거나 혹은 과거에 그랬었다고 숨김없이 고백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내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이야기를 하고 공감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사라지고 나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었더라도 그렇게 마구 이야기해버린 것을 후회했다. 대화를 나누면서 "맞아요. 나도 그래요. 나도 그런 적이 있어요"하고 남의 말에 맞장구를 치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이런 말들이 내 열정의 실상과는 아무 상관없는 쓸데없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이 알 수 없는 감정 속에서 무언가가 사라져 가고 있었다.

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 최정수 역, 문학동네, 21쪽.


  경험이란 특별한 일이다. 같고도 다를 수 있는 체험이 동시에 가능하니까. 그래서 이곳에 에르노의 글을 남겨 놓기로 한다. 같고 때로는 다른 당신의 세계가 궁금해진다. 그로 인해 닫힌 나의 사랑의 세계가 다시 열리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 마음을 기원한다. 

  그리고 쓰는 것들이 그 세계를 잠시 동안이라도 붙잡을 수 있다면, 그로 인해서 나는 계속 그 세계를 돌아볼 수 있다면, "사랑"에 의하여 쓰는 일들을 나는 놓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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