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붙이는 답장
18. 당신에게 붙이는 답장
그게 사랑에 빠지는 거라서 반대하는 거예요. 모든 사람이 원하는 유일한 강박, 그게 ‘사랑’이에요.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완전해진다고 생각하지요? 영혼의 플라톤적 결합? 내 생각 은 달라요. 나는 사람은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완전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랑이 사람을 부숴버린다고. 완전했다가 금이 가 깨지는 거지요. 그 아이는 선배의 완전성 안으로 들어온 이물질이에요. 선배는 일 년 반 동안 그걸 통합하려고 애쓴 거고. 하지만 그걸 몰아내기 전에는 절대 완전해지지 못해요. 그걸 없애거나 아니면 자기 왜곡을 통해 통합하거나 둘 중 하납니다. 그게 선배가 한 짓이고 선배를 미치게 만든 거예요.
- 필립 로스, “죽어가는 짐승”, 123쪽.
에세이의 내용은 발췌한 책의 전반적인 내용과 깊은 관계는 없습니다.
당신은 사랑이 당신을 망치는 것 같다고 말했죠. 완전한 당신이 사랑이란 이물질에 의해서 불안정해지고 불안해지고 결국 망해간다고, 파괴된다고 그렇게 생각했겠죠. 당신에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불안해하지도 않았을 거고, 본인의 의지를 벗어난 누군가를 향한 생각이 자꾸 덧이어 나가지도 않았을 거고, 때로는 본인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았을 거고, 타인으로 인해 예측할 수 없게 된 미래도 없었을 거고, 누군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없었을 것이고, 본인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에 관해서도 생각해 볼 일은 없었겠죠.
근데 그거 아나요? 완전한 당신을 원하는 건 완전한 진리를 바라는 것처럼 멍청하고 덧없는 짓이에요. 그런 건 없어요. 완전한 진리도 없듯이, 완전한 당신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사랑이 당신을 망치는 것이 아니에요. 완전하다고 생각했던, 당신의 당신에 대한 견고한 관념을 깨는 거죠. 당신의 관념을 깨는 유리조각이 되는 것일 뿐이죠. 당신은 완전하지 않아요.
원래 하나였던 둘이 만나야 완전해진다는 플라톤의 신화 같은 것을 말하는 건 아니에요. 애초에 ‘완전’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말하는 거예요. 완전한 것은 없어요. 우리는 각자 따로 있어도 불완전하고 같이 있어도 온전히 완전해질 수는 없을 거예요. 통합하려 하고 통일하려고 하는 일들이 무의미하다는 걸 그걸 말하고 싶어요.
나라는, 타인이라는 불순물이 당신에겐 불쾌하겠죠. 그런데 그거 아나요? 그게 사랑이에요. 완전하다는 당신을 깨버리는 게 당신의 견고한 자아 개념을 깨뜨리는 것이. 나는 당신의 세계를 망쳐버리러 온 사람이겠지만 동시에 망쳐버리려는 것이 아니에요, 구원이라는 말은 더욱더 환상에 젖어있는 말이라 할 수 없지만. 당신만의 세계에 나라는 불순물을 통하여 타자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침범하는 거죠. 그래서 나는 당신을 결국엔 건강하게 할 거예요. 당신이 알 수 없었던 것들, 볼 수 없었던 것들,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을 보여주게 될 거예요.
내가 당신의 세계에 당신 말을 빌어 당신의 완전성을 망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당신은 늘 홀로 완전할 거예요. 그것 완전성이 거짓과 허상이라는 것도 모를 테지요. 당신에게 나는 또 다른 세계입니다. 다른 문이 열리는 것이 그렇게 두려운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