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간은 알록달록 색깔로 영글고

한 해의 시간이 켜켜이 내려 앉는 가을

by 우 재

바람에 낙엽이 팔랑팔랑 떨어져 내린다. 바닥에 떨어진 잎이 바람에 쓸려 구르는 소리가 청각을 자극한다. 바람은 점차 냉기를 머금으며 스치는 바람에도 피부에 차가움이 내려 앉는다.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싱싱하던 청록이 빨강, 주황, 노랑, 올리브 그린, 갈색으로 변해간다. 선명한 초록 잔디 위에 내려 앉은 붉고 노란 낙엽들이 초현실적이다. 그야말로 원색의 계절이다.


20211106_080753.jpg
20211104_081650.jpg




아침 산책 길에 곳곳에 쌓여 있는 낙엽 더미를 본다. 햇살과 구름과 비와 바람과 온갖 대기현상을 다 흡수하여 알록달록 채색이 된 시간들. 우주와 자연과의 교감의 순간을 차곡차곡 담고 있는 나뭇잎들. 흘러 가버린 줄만 알았던 시간들이 낙엽이 되어 곳곳에 시간의 무더기를 이루고 있다.


20211106_083332.jpg
IMG_20201119_083416.jpg
올해의 낙엽더미와 작년의 낙엽더미. 작년의 시간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20211106_083341.jpg 올해의 시간들은 또 어디로 갈 것인가?




봄부터 여름을 거쳐 초가을까지 초록을 입고 있던 나뭇잎이 마지막에야 자기의 개성을 색으로 강렬하게 펼쳐낸 후 미련없이 자신을 떨군다. 때가 되면 모두 내려놓고 돌아가는 자연의 이치 앞에 우리 인생도 자연과 같아야 함을 배운다.


20211105_090619.jpg
20211106_084031.jpg
20211104_084959.jpg




환기를 위해 열어 놓은 창으로 가을 냄새가 밀려든다. 순식간에 방안에 가을이 가득찬다. 다양한 색이 발산해 내는 각각의 향이 오묘하게 섞여 짙은 스모키향을 발산한다. 가을향을 볼 수 있다면 화려한 각양각색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지 않으려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정착형 유목민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