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시간이 켜켜이 내려 앉는 가을
바람에 낙엽이 팔랑팔랑 떨어져 내린다. 바닥에 떨어진 잎이 바람에 쓸려 구르는 소리가 청각을 자극한다. 바람은 점차 냉기를 머금으며 스치는 바람에도 피부에 차가움이 내려 앉는다.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싱싱하던 청록이 빨강, 주황, 노랑, 올리브 그린, 갈색으로 변해간다. 선명한 초록 잔디 위에 내려 앉은 붉고 노란 낙엽들이 초현실적이다. 그야말로 원색의 계절이다.
아침 산책 길에 곳곳에 쌓여 있는 낙엽 더미를 본다. 햇살과 구름과 비와 바람과 온갖 대기현상을 다 흡수하여 알록달록 채색이 된 시간들. 우주와 자연과의 교감의 순간을 차곡차곡 담고 있는 나뭇잎들. 흘러 가버린 줄만 알았던 시간들이 낙엽이 되어 곳곳에 시간의 무더기를 이루고 있다.
봄부터 여름을 거쳐 초가을까지 초록을 입고 있던 나뭇잎이 마지막에야 자기의 개성을 색으로 강렬하게 펼쳐낸 후 미련없이 자신을 떨군다. 때가 되면 모두 내려놓고 돌아가는 자연의 이치 앞에 우리 인생도 자연과 같아야 함을 배운다.
환기를 위해 열어 놓은 창으로 가을 냄새가 밀려든다. 순식간에 방안에 가을이 가득찬다. 다양한 색이 발산해 내는 각각의 향이 오묘하게 섞여 짙은 스모키향을 발산한다. 가을향을 볼 수 있다면 화려한 각양각색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지 않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