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담긴 우주의 섭리
점점 가을의 정취가 짙어간다. 벌써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낙엽을 하는 나무도 있다. 그러나 아직 꽃들은 남은 가을을 마저 피워내고 있고, 다음을 위하여 꽃을 떨구고 씨 만들기에 들어간 꽃도 있다.
아침 산책길에 꽃과 나무 사진을 찍기 시작한지는 오래 되었다. 그런데 찍는 방법이 바뀌었다. 처음엔 전체적인 꽃과 나무의 형태에 치중했는데, 날이 갈수록 나뭇잎 한장, 꽃 한송이에 더 집중하게 된다. 꽃도 한송이 전체가 아니라 암수술을 확대해서 꽃의 생명의 중심점을 찍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그렇게 두 해 정도 꽃 한 송이, 나뭇잎 한장에 치중해서 사진을 찍다 보니 그 안에서 우주의 묘법이 보인다.
특히나 눈에 들어오는 것이 꽃이 봉오리가 졌다가 꽃잎을 피워내는 과정에 나타나는 패턴이다. 그 패턴에 대단히 자주 등장하는 것이 회오리 패턴이다. 회오리 형태로 봉오리를 맺고 회오리 형태로 꽃잎을 펼쳐낸다. 그 작은 봉오리 안에 활짝 피었을 때의 모습을 모두 담고 있자니 최소한의 공간에 최대한의 생명력을 담는 가장 좋은 방법이 회오리 형태가 아니었을까!
나선형으로 착착 말아서 그 작은 봉오리 안에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다가 하나씩 꽃잎을 펼쳐내는 모습을 살피다보면 생명의 오묘함과 에너지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꽃잎 뿐 아니라 나무의 뿌리도 땅 밑으로 뻗어나갈 때 드릴처럼 회전하며 땅 속으로 뻗어나간다고 하지 않던가! 작년 봄 네이쳐지에 발표되었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허 양지에 외 (2021)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제공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ecology_evolution/993194.html)
선사시대의 우리 인류는 일찌기 회오리(나선) 형태가 내포하고 있는 생명의 에너지를 알았던 모양이다. 우주의 기운과 땅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기운, 우리 몸의 순환을 관장하는 기혈의 움직임까지, 자고로 이 회오리 형태의 패턴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거석 유적에 회오리 형태가 많이 등장하고, 유물에도 회오리 형태를 패턴화한 모양이 많이 등장한다. 하물며 춤도 선사시대 부터 우리의 강강수월래처럼 원형에서 나선형으로 선을 이었다 열었다 하는 춤을 제천행사에서 추었다고 하지 않던가!
우리에게 익숙한 음양을 그려넣은 태극도 회오리 형태를 하고 있고, 삼태극 문양도 그러하다. 사방(사계절)을 상징하는 끝이 구부르진 스와스티카 형태도 회오리 형태를 하고 있다. 회오리 형태를 볼 때마다 이제는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인류가 오랫동안 사용해온 하나의 패턴의 의미를 깊게 이해하게 된다.
애크론에는 가을이 조금씩 내려앉기 시작했다. 성질 급한 나무들은 벌써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고 있다. 이제 펼쳐내던 것을 응축시켜 다음의 봄을 준비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씨앗으로 생명력을 응축시킨 식물은 내년 봄 다시 새 생명을 피워낼 것이다. 지금 본 꽃이 내년에 필 그 꽃은 아니지만 올해 본 꽃이 남긴 씨앗이 내년에 다시 새로운 생명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생명도 회오리 패턴처럼 순환하며 영원히 이어지는 것이다. 우주와 자연의 순환하는 기운을 거스르지 않고 생명도 순환의 과정을 밟으며 영원히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