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K- 크리처 엔터테인먼트 '크아앙'」 1화

돌연변이 영웅

by 아노 Art Nomad

1.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장군의 노호한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적군의 목이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이야아아 아―. 합!」


촉망받는 장수 운검은 날카로운 검을 높이 쳐들어 올리고는 단숨에 적의 목에 그었다. 그는 지체 없이 다음 적을 향하려 달려 가려하였다. 그 순간…


「컷! NG, NG.」

「아, 또?」


죽였던 병사, 죽었던 병사, 찌르던 병사, 찔린 병사 할 것 없이 동작을 멈추고 낮게 투덜거렸다.


운검 역을 맡은 주연 배우는 주변의 눈치가 있어 그저 웃었다. 웃는 얼굴이었지만 속으로는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폴리에틸렌으로 만든 운검의 갑옷은 흉갑이 12kg, 견장이 3kg, 투구가 2kg. 너무 무거웠다. 이 무거운 복장을 하고 이 신(scene)만 벌써 여섯 번째.


3분 37초의 롱테이크 신(longtake scene)을 촬영하는 긴장감, 한 신(scene)을 위해 투입된 인원이 백오십여 명이라는 부담감 등도 짜증 섞인 분위기에 한몫했다.


호담은 바로 그런 장면을 찍다가 NG를 냈다.


「하아… 호담 씨, 힘들어?」


감독은 마뜩잖은 표정에도 이 말밖에 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호담은 이 말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아니, 자꾸 칼이 닿기도 전에 목이 떨어져 나가면 어떻게 합니까?」


하지만 조감독은 참지 못하고 결국 소리 질렀다.


호담은 떨어진 목을 주워 들고선 연신 꾸벅거렸다. 비록 목은 꾸벅거리는 그곳에 없고 옆구리에 끼워져 있었지만.


「그게… 오늘 목을 여러 번 떼는 바람에 좀 헐거워져서…」


호담은 민망하고 죄송스러워 혈액순환이 빨라졌다. 혹시라도 피가 단절 면으로 몰려들어 주르륵 흘러내릴까 봐 호담은 안간힘을 다해 버텼다. 감독님 앞에서 그런 추한 꼴을 보이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백호담은 프로니까.


저러다 피가 굳으면 붙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릴 텐데…


녹말풀을 들고 기다리는 매니저 소이의 마음은 애가 탔다. 단절 면의 피가 굳을수록 목이 다시 제자리에 붙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럴수록 헐겁게 붙은 목이 호담의 의지와는 다르게 쉽게 떨어져 NG가 나길 반복하는 이 상황이 야속했다.


「네, 네. 알았고요. 다시 준비해 주세요. 금방 되죠?」


조감독의 다시 준비하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소이가 호담에게 달려가며 대답했다.


「네, 네. 금방 할게요, 네!」


달리는 소이의 귓등으로 연출부가 속닥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감독님, 그러니까 그냥 CG로 가자니까 왜 저런 괴물을 고집하세요, 예? 곧 해 떨어지면 아까 찍는 거랑 안 붙어서 오늘 촬영 접어야 되잖아요, 예?」

「알았으니까 잔소리 좀 그만해라, 좀. CG도 본판이 있어야 그 위에 뭘 꾸미지, 인마. 어디 가서 목이 절단 난 사람을 어떻게 구하냐? 게다가 쟤 액션도 좋잖아?」

「아니 그것도, 리얼리티는 좋은데 너무 좋아서 탈 아닙니까? 너무 징그럽잖아요」


소이는 호담의 목 단절 면에 녹말풀을 바르면서 입술을 잘근거렸다. 듣고 싶지 않은데도 자꾸 들려오는 말들이 너무 속상했다. 호담은 그런 소이의 기색을 금방 알아차렸다.


「신경 쓰지 마.」


호담의 말투는 태연했다. 이어서 목을 제자리에 올려놓고 잘 붙는지 확인하는 그의 손길도 참 무던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응.」


소이는 속마음을 들킨 게 부끄러워 땅만 보며 답했다.


부르르르.


떨리는 진동에 휴대전화를 확인한 소이는 사내 메신저로 온 링크를 눌러보곤 심각한 얼굴을 했다.


「나경이가 왜, 압구정 한복판에서 체포를…」


함께 기사를 확인하던 호담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호담은 일평생 영화만 생각했다. 하필이면 초등학생 때 처음 본 히어로물이 「어벤저스」였기 때문이었다.


가슴에 원자로를 단 아이언맨, 칠십 년 동안 동면에 빠졌다가 깨어난 영웅 캡틴 아메리카, 감마선 피폭 후 초록 괴인이 된 헐크 등. 이들이 모여 지구를 구한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선천성 두골분리증인 자신도 괴물이 아닌 영웅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꿈이 생겼다.


뭐 어릴 땐 스턴트맨이었던 아버지 백호수가 영웅으로 보였다는 것도 인정하긴 싫지만,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 꿈이 시들해져 간다.


돌연변이 영웅은 여전히 스크린에나 나온다. 스크린 밖의 현실은 나경이 압구정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모두 보는 가운데 저렇게 수치스러운 모습으로 체포나 당하니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16 「바할라 나」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