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K- 크리처 엔터테인먼트 '크아앙'」 2화

완벽한 미인의 성형 상담

by 아노 Art Nomad

2.


나경은 지하철 압구정역 4번 출구로 나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소이의 말마따나 4번 출구와 맞은편 3번 출구로부터 이어진 대로에는 성형외과 간판으로 가득했다. 나경이 간판을 더 자세히 보려고 선글라스를 벗자, 무심결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시 뒤를 돌아보며 웅성거렸다.


이마부터 눈, 눈에서 코, 코에서 턱 끝. 이 모든 비율이 1 : 1 : 1. 양 눈의 누호부터 눈꼬리, 양 눈꼬리부터 귀, 그리고 눈과 눈 사이. 이 모든 비율도 1 : 1 : 1 : 1 : 1. 자연스러운 쌍꺼풀, 오뚝한 코, 날렵한 턱선. 키는 170 전후. 힐을 신어 약 177. 드러난 가슴골로 봐선 적어도 꽉 찬 B컵인데 그 위로 앙상한 복장뼈가 그녀의 몸무게가 약 50kg 전후라는 걸 알려준다. 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나경이 흡사 레드카펫을 걸어야 할 것 같은 실크 그린 미니 드레스에 검은 재킷을 입고 있었다. 그녀의 완벽한 얼굴과 몸매를 넋 놓고 바라보던 사람들은 그녀가 착용한 주얼리를 다 합친 가격이 한 천만 원쯤 한다는 것도 금방 알아차렸다.


저렇게 완벽한 여자가 도대체 여길 왜 나타난 걸까. 설마 저 얼굴과 몸매도 모두 성형 빨일까? 혹시 보정이라도 받으러 왔나?


나경은 그런 시선에도, 별의별 수군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


대한민국 원탑 성형외과, 완미(完美) 성형외과. 원래 이름은 이너뷰티(Inner Beauty) 성형외과였는데 중국에서 성형관광을 원하는 사람들이 몰려오자, 건물을 통째로 인수하면서 이름도 아예 중국향으로 바꾸었다.


나경은 이곳이라면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마음을 굳힌 나경은 숨을 깊이 들이쉬고 완미 성형외과의 문을 열었다.


나경을 처음 본 상담실장은 난감했다. 얼굴 비율도 완벽하고 가슴 크기도 완벽한데 도대체 뭘 하러 여길 온 걸까. 안검하수를 제안하기엔 눈매가 또렷하고 졸려 보이지도 않는다. 코의 길이는 대략 4.5cm. 코끝, 비하점, 인중이 이루는 각도는 95도. 어느 것 하나 딱 떨어지지 않는 것이 없었다. 오히려 도대체 어디서 수술한 거냐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당황한 상담실장에게 나경은 나직이 말했다.


「상담은 의사 선생님께 직접 받고 싶은데요.」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성형이 처음인 초보 고객이든 어디를 어떻게 고치고 싶은지 의견이 분명하고 자료를 산더미로 준비해 온 성형계의 초고수든 모두 상담실장이라는 허들을 하나 넘어야 의사 선생님과의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이 업계의 상식이며 예외는 없다.


예외는 분명히 없는데…


상담실장은 저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네, 그러세요.」


나경을 처음 본 원장도 당황했다. 어제 받은 울쎄라 덕으로 반짝이는 피부가 진땀으로 인해 더욱 촉촉해지는 것 같았다.


어느덧 성형 외길 20여 년. 수술은 만 건이 넘은 이후엔 더 세어 보지도 않았다. 그간 데뷔에 성공한 연예인, 취직에 성공한 취준러 할 것 없이 숱한 감사 편지도 받았다. 성형외과 협회의 케이스 스터디도 빠짐없이 참석했고 주변의 잘 나가는 성형외과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진들도 놓치지 않고 살펴봤다.


그런데 이런 얼굴은 없었다. 이렇게 완벽하게 균형 잡힌 얼굴은.


「… 그게 … 저희 대표님이 돈을 벌면 수술시켜 주시겠다고 분명 그러셨거든요 … 」

「아, 예…」


얼떨결에 맞장구를 쳤지만, 원장은 한층 더 당황했다.


수술하고 돈을 벌자고 한 게 아니라, 돈을 벌면 수술을 시켜주겠다고 했다고?

그럼, 이 얼굴은 수술한 얼굴이 아니라는 말인가?


「수술을 해서 줄이자고 하셨었는데 얼마 전에 오히려 늘리는 게 낫겠다고… 전 근데 도저히 더 못 늘리겠기에…」

「아, 그러셨군요. 안타까우셨겠네요.」


줄이자고 해서 기대했는데 오히려 늘리자고 했다? 뭐를? 가슴을?


「선생님은 하실 수 있으시죠? 대한민국 원탑이니까…」

「그거야 봐야 아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거면 힘닿는 데까지…」

「아… 역시 봐야 아실 테니까…」


수줍은 듯 고개를 끄덕인 나경이 스르륵 재킷을 벗었다. 그 행동이 어찌나 조심스럽고 요염한지 원장은 상대가 고객이라는 것도 잊고 침을 삼켰다.


그때였다. 재킷이 떨어지자마자 나경의 승모근에서 팔이 툭툭 튀어 오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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