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꼭 뭐라도 잡아야겠더라고.
두 번째는 우리 할아버지 장례식이 끝나고 나서였어. 중딩 때였던가? 우리 아버지는 말야, 술도 좋아하지만 요거요거, 요 패 만지는걸 기가 막히게 좋아하거든. 따지는 못해. 맨날 다 잃고 술 처먹고 와서 또 화를 내는 거지.
근데 아무리 개차반이어도 장례식장을 막 하우스로 만들고 그럼 안 되는 거 아냐? 그것도 지 아버지 장례식을 말이야.
아버지가 쓸데없이 빈 접객실을 하나 더 빌리는 거야. 왜 그러나 했더니, 친인척 눈을 싸악 피해서, 요 패 돌리는 꾼들이 모인 거지. 얼마나 좋았겠어. 어디 숨어서 칠 필요도 없고. 상주가 밤새는데 같이 밤새 준다는 명목도 있고.
한 판에 몇 백씩 이틀에 몇천은 왔다 갔다 했어. 씨발, 아버지 친구라는 새끼들이 돈 바꿔와라, 술 가져와라 진짜 오지게도 시키대.
술이 술 먹고, 돈이 돈 먹고. 어느새 우리 친인척들이 있는 빈소까지 기 들어오는 새끼들이 생겼어. 당숙이니 당고모니 하는 사람들이 눈이 휘둥그레지긴 했는데 무서우니까 아무도 못 말리더라고. 아무도 안 말리니까 아버지 친구 새끼들이 고성방가에 쌍소리 해가면서 패를 돌렸어. 난 다들 눈이 삔 줄 알았지. 못 본 척, 못 들은 척. 우리 할아버지 장례식인데도.
그래서 내가 엄마한테 가서 조용히 물어봤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이래도 되는 거냐고. 엄마가 그냥 가만히 있으라대. 아버지가 자릿세 받기로 했다나? 여기까지는 그래도 그래, 그럴 만하다 싶었지.
발인을 나가는 날이었어. 관 나가는 그 순간이 진짜 희대의 코미디였어. 눈 풀리고 술 냄새가 풀풀 나는 배불뚝이들이 관을 들고 뒤뚱거리면서 걷다가 지들 모습이 우스웠는지 실실 쪼개더라고. 순간 관에서 할아버지가 튀어나오지는 않을까, 썩어 덜렁이는 팔뚝이라도 관 밖으로 툭 떨어지는 건 아닐까 진짜 조마조마했다고. 물론 염을 해서 그럴 일은 없었겠지만 중딩의 상상력이라는 게 뭐 그런 거잖아?
근데 진짜 문제는 할아버지 화장이 시작됐을 때 터져.
화장장 고별실. 거긴 참 기묘한, 뭐랄까 매캐한 살타는 냄새가 나더라고. 오징어 탄내랑 비슷하긴 한데 뭔가 구역질이 올라오는 그런 냄새. 지옥문 열리는 냄새일까?
나 비위 좋은 편인데 그건 답이 없더라. 아무리 별 감흥 없는 할아버지의 죽음이라도 그 냄새는 좀 심했어. 울컥했다가도 집중이 안 되는 거야.
바로 그때, 어디서 끄윽끄윽 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아버지 새끼가 울더라고. 그것도 엄청 펑펑. 오열을 싸지르더라. 조금 전까지 지 아버지 장례식장을 도박판 만들고 뽓지 받아먹은 놈은 어디로 갔지? 하도 울어서 금방이라도 뒤로 넘어가겠더라고. 결국 나도 끄윽끄윽 거린 거. 웃음이 터질 거 같은 거 참느라.
분석관님은 뭔 말인지 알지?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 봐. 상황이 진짜 뭐 같잖아. 술 썩은 내를 풍기는 도박쟁이 아재들. 자기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고인에 대한 일말의 경건도 갖추지 않았던 내 아버지의 가증스러운 오열. 그리고 내 아들이 내 죽음 앞에서 그런 망발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모르고 고아하게 죽은 우리 할아버지. 이게 블랙 코미디가 아니고 뭐야?
입술을 안으로 끌어당겨 기어이 참고 있는데 엄마가 내가 뭐가 잘못됐는지 알고 등을 살짝 두들겼고 결국 사달이 났어. 빵, 터졌거든.
난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눈물 나도록 웃겨. 같이 따라와서 뭔 옹알이 주문 같은 기도를 씨부리던 교회 목사 얼굴이 진짜 명작이었어. 수치스럽다는 듯이 나를 흘겨본 우리 아버지 새끼 얼굴도 대박. 엄마는 이미 벌써 공포에 질렸고. 계속해서 지루해하던 고모만이 살짝 미소를 보여줬어. 내가 나중에 어른이 돼서 힘이 세지더라도 고모만은 살려줘야겠다고 생각했어. 아, 물론 일단 살아남는다면 말이지.
진짜 디지게 맞았어. 말 그대로 디지게. 팔꿈치 여기 보이시나? 아직도 똑바로 안 펴져.
그날은 꼭 뭐라도 잡아야겠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