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화형에 처해버려야겠다.
만만한 게 뭐겠어? 그치, 고양이. 그래서 다시 춘덕산으로 갔어. 이번에는 얇은 철사도 챙겨서. 짱돌로 내려치는 건 아무래도 좀 찝찝했거든. 피도 많이 튀고, 뇌수도 터지고 하니까.
근데 그게 좀 패착이었어. 조르는 동안 이 자식이 여기저기 다 할퀴는 거야. 손등이 이만큼 파이니까 짜증 나더라고. 용서할 수가 없더라. 어떻게든 이 새끼를 괴롭게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친 거지. 그래서 칭칭 감은 철사를 연장해서 나뭇가지에 걸었어. 버둥거리는 꼴을 보며 낄낄낄 웃다가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머리를 '탁' 쳤지.
이대로 화형에 처해버려야겠다.
짐승 새끼 주제에 내 손에 흠집을 낸 이 악마는 화형 당해도 싸다. 마침 전날까지 화투판을 여기저기 오가며 잔돈이니 담배니 심부름해서 주머니엔 라이터도 있었거든.
화형식은 진짜 미쳐버린 아이디어였어. 흥분으로 열이 나고 손에 땀도 나더라. 근처에 있는 낙엽이란 낙엽은 다 고양이가 매달린 나무 밑에 모으고 거기에 불을 놨어. 나무한텐 좀 미안했지만, 환상적이었지. 고양이를 태운 냄새는 사람이랑 좀 다를 줄 알았는데 별반 다르지 않아 신기하더라니까.
화장장을 가득 메웠던 지옥문을 여는 냄새. 바로 그 냄새였어.
처음엔 좀 역하더니 그것도 계속 맡다 보면 적응되나 봐. 왜 사람 오감 중에 후각이 제일 금세 적응한다잖아. 왠지 익숙하고 정감 가는 냄새가 돼가는 거 같아 피식 웃음이 나더라고.
그때 난데없이 사이렌이 울리대? 난 당연히 내가 나무에 불을 놔서 오는 줄 알았거든. 재빨리 숨었는데 이상하게 사이렌이 내 쪽에서 멀어지는 거야.
뭐지? 딴 데 또 불났나?
희한하네, 하고 집에나 가야겠다고 방향을 틀었어. 근데 집에 가까워질수록 그 사이렌 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거. 소름이 등뼈를 타고 머리끝까지 쭈뼛하더라.
우리 집에 불이 났어. 뭐 때문이었는지 제대로 기억은 안 나. 기가 차지 않나? 방금 내가 불을 지르고 왔는데 돌아와 보니 우리 집에 불이 났다니.
신이라는 게, 있긴 있나 봐. 아버지라는 작자가 화재로 손이 반쯤 날아간 거 있지. 나한테 페트병 던졌던 그 손, 내 팔꿈치를 꺾어놓은 바로 그 손이 다 녹았더라고.
내가 웃음이 좀 많아. 화장장에서 웃었다고 그렇게 처맞고도 웃음이 나더라니까? 사이렌 소리에 묻혀서 다들 눈치 못 챘지만, 그날만큼 그렇게 종일 웃은 날이 없는 거 같아.
며칠 뒤에 그 불탄 집에 다시 찾아갔어. 엄마가 불탄 데서 뭐라도 건져야 한 대서.
그때부터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어.
그 집에 뭐가 있었냐면… 나무귀신이 있었어. 내가 화형 시킨 그 나무귀신.
그 끄슬린 모양은 내가 화형대로 쓴 나무와 똑같았어.
내가 고양이를 매단 동쪽 가지마저도.
심지어 엄마조차 기겁하고 놀랐지. 뭔 끄슬음이 고양이가 목매달고 죽은 거 같냐고. 천장까지 이어진 나무는 활활 타오르는 거 같은 게 꿈에 나올까 무섭다고.
어머니는 정말 위대해. 모르는 게 없어.
그날부터 정말 매일 밤, 타닥타닥 그 타오르는 나무가 머릿속을 맴돌아 너무 뜨거웠거든.
그 사고 이후에 많은 게 변했어. 아버지는 팔 병신 되어 운신을 못 하고 나는 점점 자라 덩치가 커졌지. 사람이란 게 참, 비열하고 유치하고 그렇지 않아? 힘자랑하는 인간들은 언젠가 자기보다 더 힘이 센 놈이 나타나 자신을 비웃을 거라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 그렇게 지랄 지랄을 해대더니 빌빌대는 꼴이 정말 못 봐주겠더라고.
군대 가면 관심병사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지랄 같은 아버지 밑에서 자라 그런가 선임도 별거 없더라. 참하게 군 생활하는 동안 나조차도 내가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믿을 정도였으니까. 나 만기 제대했어, 영창 한 번 안 가고. 대단하지?
하지만 빌어먹을 손은 그 맛을 잊지 않았나 봐. 계속 근질근질한 거야. 내리찍는 감촉, 숨통을 조였을 때 그 튀어나올 것 같은 눈의 마지막 영롱함. 그런 게 안 잊히더라고. 그리고 뭐라도 좀 죽여야 꺼질 거 같았어. 내 머릿속에 불 말이야.
그러다 운명의 그날이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