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생각이 떠올랐어.
새벽에, 중학교 때 살던 집 뒤편에 있는 춘덕산에서 고양이 목을 조르는데 그걸 들어버렸어.
스러럭 스러럭.
시링, 틱, 시링 틱.
아니 오밤중에 땅은 왜 파, 무섭게?
크으 ―. 분석관님 표정 여봐라. 벌써 감 왔지? 맞아, 암매장. 알아챘을 때 순간 지릴 뻔했어. 열 살 때, 아버지가 엄마를 패던 그 모습을 본 이후로 처음이었어, 그렇게 요도가 아찔한 순간.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풀려서 쥐고 있던 고양이를 떨궈버렸어.
툭.
그랬더니 땅을 열라게 파던 그놈이 홱 뒤돌아보는데 빛도 하나도 없는 데서 눈알 두 개의 안광이 쉭 돌아보니까 진짜 쫄리더라고.
한걸음, 두 걸음. 그 새끼가 다가오는데…
냐하아오옹!
찢어지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났어. 이 새끼도 놀랐는지, 비명을 지르더라고.
씨이― 발!
욕을 욕을 하면서 삽을 막 휘갈겼지만, 고양이를 잡는 재주는 나보다 못하더라.
분에 겨워 헥헥거리던 놈이 갑자기 삽질 속도를 높이데? 무서웠겠지. 뒷덜미 쌔한 게.
그놈이 사라지고도 바로 나가보진 못했어. 발소리 듣고 돌아올까 봐.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는 건 액정이 너무 밝을 것 같아 속으로 초를 셌지.
하나 ‧ 둘 ‧ 셋 … 십,
하나 ‧ 둘 ‧ 셋 … 이십.
하나 ‧ 둘 ‧ 셋 …
그렇게 딱 10분을 세고 그놈이 있던 자리로 가봤어. 발에 닿는 감촉이 참, 뭐라고 해야 하나. 이건 직접 밟아봐야 더 정확하게 아는데. 방금 덮은 흙이랑 원래 단단하게 있던 흙이랑 감촉이 다르다는 게 신기했어.
사람의 호기심은 참 대단하지? 그 밑에 든 게 사람 아니고 뭐겠냐만은 꼭 직접 확인해 보고 싶고 그런 거잖아. 결국 팠어. 그것도 맨손으로. 아무리 땅이 물러도 맨손으로 땅을 파는 건 별로 추천하진 않아. 돌부리 같은 게 걸리거든. 여기, 요 왼쪽 검지 손톱 검게 변한 거 보이지? 이게 그때 손톱이 들려서 그런 거야.
팔꿈치 정도 들어가도록 땅을 팠을 즈음, 코를 찌르는 익숙한 죽음의 냄새가 나더니 흙의 감촉이랑은 전혀 다른 물질이 나왔어. 빤들빤들한 마대자루. 그 마대자루 아래로 느껴지는 촉감이 참 기묘했어. 내가 처음 만진 게 하필이면 얼굴이었지. 두 개의 구멍이 움푹 들어가는 게, 눈알이 말캉하고 물이 살짝 배어 나와 손가락을 적셨어. 다음으로 오똑한 콧날을 더듬어 내려가 보니 인중 아래로 얇은 입술이 나왔어. 그리고 그 입술 아래로 커다란 구멍이 열려 있는데 아무래도 죽을 때 비명을 어지간히 질렀나 봐. 떡 벌어졌더라.
무언가 내 손가락에 엉겨드는 느낌이 들었어. 좁쌀만 한 게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었는데 기분이 영 별로였어. 그쯤이면 이걸 여기다 묻고 간 그놈도 멀어졌을 거 같아 뭔지 확인하려고 스마트폰 후레시를 켜봤더니…
하얀 벌레가 득실득실. 구더기가 마대자루 터진 사이로 기어 나오더라고. 기분이 어찌나 더럽던지. 손가락 파닥거리며 다 털어버렸지.
미친 망나니 춤을 한창 추다 말고 갑자기 재미난 생각이 떠올랐어.
아까 죽인 고양이를 여기 같이 묻으면 어떨까.
얼른 축 늘어진 고양이 몸뚱이를 가져다가 마대자루 옆에 고이 놔두고 손가락으로 그 끔찍한 구더기를 고양이 입에도 옮겨 넣었지.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에 막 괴담 카페가 시끌시끌하대?
‘고양이의 저주, 춘덕산 자락,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시신 발견’
‘사람 따라 죽은 고양이, 입을 커다랗게, 입안에서 구더기가 쏟아져.’
다들 어떻게 알아냈는지 참, 내가 중학교 때면 그때가 벌써 몇 년 전이야? 10여 년도 더 지난 일인데 ‘역곡동 연립주택 화재 사건’에 대해서도 누가 올렸더라니까? 이거 저거 짬뽕으로 막 얘기를 부풀려놨더라고, 무시무시하게. 어느 연립주택에 불이 나서 일가족이 죽거나 다쳤는데 그 집 벽에 글쎄 불타는 나무에 목매달아 죽은 고양이 귀신이 그려져 있다며. 문장력 정말 죽이지 않아?
그 글을 읽는 순간, 뭔가 뿌듯하더라고. 왠지 지역사회 유명세에 앞장선 거 같고.
근데 내가 그 고양이의 저주와 암매장 사건에서 깨달은 건 이딴 시시껄렁한 미신 같은 게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