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 회화의 현황
부산을 기반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선화 작가는 자신의 삶과 주변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지금, 여기, 이 순간의 나'를 이야기하는 작가이다. 캔버스를 이어 붙이거나 프레임을 넘나드는 연속적 전개를 시도하는 등. 무한한 공간 변주와 확장. 이야기의 가능성을 실험하며 독특한 조형 언어를 구축하고 있다. 김선화 작가는 2010년 부산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며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 왔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2014년 벽촌아트 갤러리에서 열린 제2회 벽촌청년미술상 수상작가전을 비롯해, 2012년 센텀아트 스페이스에서의 개인전, 2011년 바나나롱 갤러리에서 개최된 '세 번째 동화', 2009년 부산대학교 아트센터에서 열린 '방안의 밖' 전 등이 있다. 또한 2015년 부산시청에서 열린 '새벽별'전을 시작으로 '또따또가 미술작가 봄창고 대방출전', '나는 너의 의식이다' 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부산 지역 미술계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건재하다는 표현은 꼭 한 개인에 해당하는 언급이거나. 어떤 공간과 집단에 관한 현황일 필요는 없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어떤 재능과 직관. 잠깐동안 나타나거나 사라질 뿐인 예술활동과 관련한 '영감'에 대해서도 이러한 '건재하다'는 수식을 붙이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한동안 개인전을 접하지 못했고. 근황이 궁금했던 작가 중의 한 명인 김선화 작가는 잠깐 나타났다 사라질 종류의 회화적 각인들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얼마나 많은 젊은 작가들이 명멸하는 곳이 지역의 미술계인가?를 고려한다면) 수년만에 접한 그의 개인전은 굉장한 반가움을 전해 주었다.
김선화 작가의 개인전 Ordinary Collection은 관람객의 감각을 부드럽게 뒤흔드는 한 편의 감각 인상의 유희와도 같다. 작가는 공간, 사물, 기호를 예측하기 힘든 비선형적인 중력 시간 위로 펼치는 재치 있는 솜씨를 통해, 우리 시대의 시각적 경험을 회화의 언어로 번역해 낸다. 그의 캔버스는 현실의 파편들이 자유롭게 부유하고 재조합되는 초현실적 공간으로 변모하고 이는 오늘날 우리가 인스타그램과 같은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작가의 작품은 바로 그 지점에서, 익숙함과 새로움의 경계를 오가며 현대인의 '마인드셋'과 이미지의 초현실적인 현황에 관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작품 세계의 중심에는 '몽타주' 혹은 '데페이즈망 (이질적 병치)'이라는 핵심 전략이 자리한다. 대형 풍경화 속에서 붉은 나무와 푸른 해변, 허공에 뜬 새들이나 기하학적 구조물은 어떠한 인과관계나 통일된 원근법 없이 한 화면에 공존한다. 마찬가지로, 차가운 빙산의 이미지 위에 놓인 일상적 사물—녹색 의자, 루빅스 큐브, 찻주전자—은 논리적 서사를 거부한다. 작가는 이처럼 서로 무관한 기호들을 의도적으로 충돌시키고 익숙한 의미의 연결고리를 끊어낸다. 이것은 개별 사물과 아이콘들은 본래의 맥락에서 벗어나 순수한 형태와 상징으로서 존재하게 한다. 우리는 초현실의 수수께끼 앞에서 자신만의 해석을 구축하도록 초대받는다. 이는 전통 회화가 지닌 상징체계나 현대인의 파편화된 인식 체계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직관적 제시라고도 할 수도 있다. 일상적 사물과 일상의 친숙한 순간의 인상들을 옮겨와 깊이를 알 수 없는 공간적 병치를 구성하는 방식은 주로 트라우마나 욕망을 사물에 투사했던 전형적인 초현실주의자들의 꼴라쥬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런 식의 시각경험은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환경의 연장에서는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회화라는 프레임 위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새롭다. 스크롤 한 번으로 전혀 다른 시공간의 이미지가 나타나는 디지털 피드의 경험은 우리에게 내재된 감각이 되었다. 김선화 작가는 이 무질서하고 비선형적인 정보의 흐름을 '회화'라는 물질적이고 고정된 프레임 안으로 옮겨 온 것이 아닐까? 덧없이 흘러가는 디지털 이미지가 캔버스 위에서 영속성을 부여받는 순간, 우리는 우리의 시각 경험을 비로소 객관적으로 성찰할 기회를 얻는다. 이 과정을 통해 특정 '프레임'이나 '구조의 한계'에 갇혀 있는 우리의 감각이 자유롭고 중첩된 공간의 탐색으로의 여정으로 떠나게 된다.
전시는 2차원 평면을 넘어, 팝업북 형태의 작은 디오라마나 복잡한 패턴의 흑백 드로잉 같은 다채로운 변주를 통해 '작가의 내면의 방들'을 구체적으로 펼쳐 보인다. 이러한 작업들은 회화 속 공간을 물리적으로 점유하며, 작가가 던지는 시각적 퀴즈를 더욱 다층적으로 만든다. 이 다양한 사물과 상징기호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열쇠'와 같다. 우리는 이 열쇠들을 가지고 작가의 세계를 탐험하며, 궁극적으로는 우리 자신의 생각과 감각의 지도를 새롭게 그려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김선화 작가는 거대한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동시대적 감수성을 포착하는 탁월한 재능과 재기 발랄한 상상력으로 관람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작가이다. Ordinary Collection은 단순히 기이하고 아름다운 그림들의 모음이 아니다. 이는 혼란스러우면서도 매혹적인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초상이자, 우리의 분절된 인식을 한데 묶어 성찰하게 만드는 감각에 관한 제안이기도 하다. 김선화 작가의 내면의 방들과 우리에게 열쇠로 주어지는 다양한 사물들과 상징기호들은 - 우리 자신들의 생각과 감각에 대한 퀴즈를 다 함께 풀어보자는 권유처럼 느껴진다. 많은 주장을 던지지는 않지만 재능 만으로 지켜보는 즐거움을 주는 작가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