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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n Money in New York Feb 05. 2024

[100 챌린지] 단지의 독서노트_46

성장

언리시

내가 지금 가진 것들을 성장의 무기로 만드는 법

저자 조용민

출판 위즈덤하우스

발행 2022.10.20

자기가 쓰던 밥그릇이 먼 훗날 박물관에 모셔져 귀한 대접을 받으리라는 사실을 신석기인들은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니 또 모를 일이다. 먼 미래에는 우리가 현재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흔하디 흔한 공산품의 가치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이런 상상을 예술로 표현한 아티스트가 대니얼 아샴 Daniel Arsham이다. 아샴은 회화, 조각, 건축,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데, ‘미래 유물 Perpetual Present’과 ‘허구의 고고학 The Fictional Archeology’ 시리즈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물건이 서기 3000년쯤에 발견된다면’이라는 흥미로운 가정을 전제로 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전화기, 농구공, 티셔츠, 모자, 포르셰 스포츠카, 피카추 피겨 등을 마치 고대 유물처럼 낡고 부식되어 보이도록 연출한다. 나는 그의 작품을 실물로 두 번 정도 ‘영접’했는데, 천 년을 앞질러 미래에 도달한 것만 같다가도 역설적으로 ‘지금’이라는 순간에 강렬하게 사로잡히는 묘한 시간 감각을 경험했다.

아샴의 작품에서 또 인상적인 것은 오브제 내부에 박힌 크리스털이다. 전화기든 피카추든 포르셰 스포츠카든 표면이 부식되어 내부가 훤히 드러나는데, 그 안에 크리스털이 돋아나 있다. 부식된 오브제 안에서 크리스털이 자란다는 설정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해석을 관람객의 몫으로 넘겼으니 하는 말인데,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나는 늘 부오나로티 미켈란젤로 Buonarroti Michelangelo가 떠오른다.

 “나는 대리석에 갇힌 천사를 보았고, 그가 차가운 돌에서 자유로이 풀려날 때까지 돌을 깎았다.”

미켈란젤로가 남긴 이 말에 따르면 천사 조각상은 그의 손끝에서 탄생하지 않았다. 천사는 이미 돌 속에 있었고, 그는 단지 돌을 깎아서 천사를 자유롭게 해 주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아샴의 작품에서도 나는 이와 비슷한 메시지를 읽었다. 모자나 농구공과 같은 흔하디 흔한 물건들 내부에 이미. 단지 우리가 그 사실을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샴의 작품은 주변의 모든 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한다. 특별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사물들이 그 내면에 휘황찬란한 크리스털을 품고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아무리 친숙한 사물이라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면이 없으리라 누가 확신하겠는가. 내게 익숙한 주변 사물, 환경, 사람에 대해 나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 모든 것의 내면에 크리스털이 돋아나고 있다면 나는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

더 생각할 가치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전혀 다른 가능성을 찾아내는 사람, 남들이 모르는 가치를 새로이 발견하는 사람, 누군가에게서 최고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사람 들은 어떻게 사고하고, 어떻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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