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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n Money in New York Feb 14. 2024

[100 챌린지] 단지의 독서노트_63

내 몸에 좋은 식물들

미식가를 위한 식물

사전식물학자가 들려주는 맛있는 식물 이야기 43가지

저자 스쥔

CHINA

번역 홍민경

출판 현대지성

발행 2022.07.15.

고추는 끊임없는 잔소리를 부르는 식재료 중 하나다. 단적인 예로 의사는 나처럼 인후염을 달고 사는 사람일수록 매운 음식을 적게 먹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염증이 더 심해질 거라고 늘 주의를 주었다. 사실 캅사이신은 정말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 고추를 먹으면 위가 상한다는 말은 항간에 떠도는 소문일 뿐이고, 외할머니의 잔소리도 기우에 불과하다. 물론 캡사이신 때문에 위장이 화끈거릴 수는 있지만 마치 안마와도 같은 이 감각은 오히려 위장에 적잖이 도움이 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적정량의 캅사이신은 위산 분비를 억누른다. 이 사실은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사람에게 매운맛을 즐길 좋은 핑계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캡사이신 위장의 운동을 돕고 혈액을 원활하게 흐르도록 돕는다. 위액을 분비시키거나 손상된 위점막을 회복하는 일도 촉진하고, 알코올성 위 손상을 어느 정도 줄인다. 따라서 지금까지 줄곧 위장 킬러로 알려졌던 고추는 오히려 위에 좋은 약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추를 너무 많이 먹으면 누구든 배 속이 화끈대는 느낌을 피하기는 어렵다. 더 끔찍한 상황은 배변할 때도 불편한 느낌이 찾아오는 것이다. 캡사이신은 소화기관에서 분해되지 않고 몸 밖으로 그대로 배출된다. 그래서 용변을 볼 때 항문에 고춧가루를 바른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캡사이신은 기름에 녹는 지용성이어서 물에 씻겨 내려가지 않지만 참기름에는 용해되기 때문에 얼얼하게 마비된 혀를 풀어주는 데는 이만한 묘약이 없다.

쓴 오이는 권하고 싶지 않다. 오이는 쿠쿠르비타신 Ccucurbitacin C 때문에 쓴맛이 난다. 이 물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예를 들어 오이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빛, 토양, 온도가 모두 이런 물질의 생성에 관여한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단순히 농약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쿠쿠르비타신 C의 독성이 강하지 않더라도 완전히 인체에 무해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쓰게 변한 오이는 먹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갈색은 우리가 익히 아는 채소의 색깔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누군가가 미역에 자연의 색을 입히기 위해 초록색 색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욕심이 과해지면서 색소의 사용량이 갈수록 많아졌다. 결국 어떤 미역은 색연필로 칠하기라도 한 것처럼 옆자리의 두부마저 순식간에 초록색으로 물들였다. 이후 식품에 쓰는 색소는 지탄의 대상이 되었고 염색된 미역도 냉대를 받아 식탁에서 퇴출당했다.

우뭇가사리로 말하자면 시종일관 별로 변한 것이 없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산호와 닮았고 식감은 아삭한 이런 종류의 해조류는 원래부터 흰색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실 살아 있는 우뭇가사리는 자홍색이다. 친척 관계를 따지고 들면 우뭇가사리는 김과 더 가깝고 둘은 모두 홍조식물에 속하지만 우뭇가사리는 채집된 후 빠르게 색을 잃고 투명해진다.

김이 초록색으로 변하는 현상은 김에 함유된 피코에리트린이 분해된 후 엽록소가 진짜 모습을 드러낸 것이므로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다. 김을 원료로 제조한 파래김도 똑같이 초록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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