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미술 작품의 조건-대표성(EP.2) 시장에서의 인정
최근 연예인들의 작가 데뷔가 활발하다. 하정우, 솔비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스타인 브레드 피트마저 조각품을 내어 놓았으니 말이다. 이런 연예인들의 작가 데뷔 현상을 보고 일각에서는 좋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아주 비싼 가격에 작품을 판매한 배우 하정우, 방송인 솔비는 스페인 아트페어에 나가 수상을 하기도 했단다.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전시회를 열 수 있다. 전시회를 여는데에 자격증 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전업 작가들은 아무리 열심히 활동해도 작품 한 점 팔기도 쉽지 않은데 연예인들이 유명세를 등에 업고 이리도 쉽게 작품을 팔아버리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만 도 하다. 그러나 유명세를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이 유명해 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돈을 투자했는지 알면 유명세로 그 정도 가격에 작품 몇 점을 팔았다고 해서 억울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진심으로 작가들이 심란한 이유는 이들이 미술계에서 가벼운 작품 몇 점으로 유명해지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까 걱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다 미술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생기는 오해와 기우들 때문이다. 작가들이나 미술 애호가들은 가벼운 작업 몇 점으로 작품을 쉽게 팔아버리고 신문의 한 면을 예술가라는 이름으로 장식해버린 연예인 작가들에 대해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미술계는 그리 허술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훌륭한 미술작품의 조건 시대성과 작품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것과 연예인 작가들의 작품성을 대입해 보자. 좀 구분이 가능하겠는가? 몇 페이지의 글로 미술을 이해할 수 있다면 미술이 미술이 아닐 것이다. 잘 모르겠다가 솔직한 답일지 모른다. 작품성이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헷갈리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작품 내적인 영역이 아닌 외적인 영역, 그래도 이들이 각광받는다는 시장으로 들어가 보자. 갤러리, 아트페어, 경매 이런 것들은 미술에서 시장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 시장에서 각광받는다던가 시장에서 핫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신문에 몇 줄이 나고 신진작가가 갤러리 전시에서 작품이 매진되고 심지어는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작가가 해외 경매에서 억대 가격에 낙찰되는 일들은 미술시장에 돈이 들어오는 시기에 항상 있어왔던 일이다. 그런데 10년 전 그 작가들은 모두 어디에 갔는가? 왜 시장이 이렇게 좋은 지금 그들의 작품은 보이질 않는가?
자, 시장이란 이런 것이다. 먼저, 1차 시장인 갤러리에서 작가를 프로모션 한다. 전시를 기획하고 작가를 홍보하고 작품을 판매한다. 여기서 키 포인트가 있다. 얼마에 팔았느냐가 아니라 얼마큼 많이 팔았느냐 이다. 신진작가가 갑자기 이름값 높은 메이저 갤러리를 만나 몇만 불로 시작해 억대를 찍어버리면 애석하게도 그다음 이야기 진행이 쉽지가 않다. 그리고 많은 양이 거래가 되지 않으면 2차시장에서 작품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1차 시장에서 2차 시장으로 가려면 최초 구매한 컬렉터의 몇 프로 정도가 다음 미술시장 호황기에 작품을 시장에 내놓고 거래를 해야 하는데 시장이 얼어붙은 시기에 체력이 약한 신진작가의 작품의 매력도는 떨어져 버리고 이미 비싸진 가격을 선뜻 지불하고 구매하려는 컬렉터는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컬렉터들은 새로 등장하는 가격도 좋고 반짝이는 신인 작가들에게 이미 눈을 빼앗겨 버린 상태다. 1차 시장에서 너무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버리면 작가에게는 핸디캡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니 이것도 섣불리 판단하지는 말자. 다음은 2차 시장이다. 경제 사이클과 미술시장의 사이클은 당연하게도 함께 간다. 호황기에 접어들면 경매장에서는 항상 최고가 레코드가 나온다. 인플레이션이 올라가는 만큼 예술품의 가격도 함께 오른다. 2차 시장은 되파는 시장이다. 경매뿐만 아니라 개인 간의 거래, 딜러를 통한 거래, 작품을 구매했던 갤러리에서 다시 되파는 등의 방법으로 작가의 품을 완전히 떠나 오직 시장에서 수요 공급의 법칙으로 가격이 매겨지는 시장이다. 이 2차 시장에서 좋은 가격으로 거래가 되면 이 작가의 작품은 이제 비로소 마켓에 데뷔를 하게 된다. 한 번의 한 시즌의 거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거래가 일어나야 신뢰할 수 있는 시장 가격이라는 것이 생긴다. 이렇게 가격 탄탄하게 형성이 되고 작품성과 시대성을 갖춘 훌륭한 작품으로 전문가들에게 인정을 받으면 이 작품의 가격은 어지간해서는 떨어지지 않는다. 물론 시장의 상황에 따라 등 락이 있을 수는 있지만 작품의 내적가치가 탄탄한 상태에서 시장에서의 가격까지 받쳐주게 되면 이제 이 작품은 돈으로 취급되어진다. 어떻게 예술작품을 이렇게 돈으로만 바라보느냐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미술작품이 돈이 되는 과정은 그리 녹녹지 않고 그냥 좋은 예술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보다 그 문턱이 훨씬 높다는 것을 눈치채셨을 것이다. 돈이 된다는 말은 가치를 지닌다는 말과 같다. 물론, 미술관에 전시되는 작품들 중에 작고한 지 몇십 년 후에 몇 작품 남기지도 못한 채 요절한 무명 예술가의 작품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미술관은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다. 마켓과는 별개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미술 작품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소개해야 한다. 그러나 미술투자로 부자 되기는 말 그대로 미술투자로 부자 되기를 추구한다. 작품성과 시대성을 갖춘 훌륭한 예술작품이 시장, 전문가, 대중으로부터 인정받게 되는 대표성까지 갖추게 되면 그 작품의 가격은 이미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아져 있을 것이다. 미술투자로 부자 되기는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작품을 미리 알아보고 씨앗 단계에서 컬렉팅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