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사는 게 아닌 날들

두렵지만 돌아갈 수는 없다

by 고운달

모든 두려움을 한번 겪어본다는 것, 이게 ‘시작’ 아닐까. 빙판처럼 얼어있는 얼음 아래 어떤 세계가 있는지 나는 모른다. 언제 어디에서 깨질지 몰라 두렵지만 그 위를 걸을 수밖에 없는, 아니 걷기를 선택한 나. 이미 그 길을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나는 미래를 생각하며 살아온 줄 알았는데.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것이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 그래서 더 두렵다. 하지만 돌아갈 수는 없다.


마음이 뒤숭숭해 책이나 읽다 잠들 생각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시간이 한 권이나 지나버렸다. 나에겐 충격적인, 가끔은 지루하기도 한 적당히 흥미로운 이 책. 듣기로만 익숙했지 읽기엔 어딘지 어설픈 책 속의 시 한편이 쓰다 못해 화가 난다. 이렇게 답답한 시는 처음이다.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고 그저 눈물이 나는 답답한 시 한편. 이해는 못해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그저 감사하다.


무언가에 지친 듯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던 며칠이 부끄러워졌다. 사랑만 하기에도 너무 짧은 시간이다. 오랜만에 옛 글이 그리워 한 번 찾아보다가 문득 시간이 지남을 느꼈다. 절대 잃어서는 안 될 이 곳 에 내 추억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힘들었던 행복했던 기억들 여행하면서 느꼈던 새로운 감정들, 단 한 글자도 빼놓을 수 없는 내 보물과 같은 글들. 지나고 나서 보니 그땐 뭔가 쉬웠던 것 같다. 뭐든지 쉬웠다.


내 생에 처음 마음으로 썼던 일기를 들춰본다. 그때부터 나는 많이 변했고 미래도, 추억도 변했다. 운명이었던 것 같다. 항상 무언가에 목말라 있었다. 혼자인 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도 모른지 막무가내로 버텼던 때. 정작 내가 슬플 때 기대어 울 사람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난 후 나름대로 힘든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써 왔던 것이 지금은 너무 익숙해 슬플 때가 있다. 나름 힘들었든 일들도 장난이었던 건가 싶다. 잊지 못할 추억이 된 그 해, 그렇게 그렸던 일들이 일어났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하긴 세뇌교육으로 만들어진 모든 관계가 행복할 리 없었다. 소소한 일에도 뭐가 그렇게 서운했었는지.


유난히 슬픈 음악이 아름답게 느껴졌던 그 해 나는 내 욕심에 많이 아팠다. 하지만 아직도 그 2분의 1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지금은 그저 웃는 이모티콘 하나에 그때를 떠올려 보지만 내 기억 속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때 아무것도 버리지 못 한 나와 어정쩡한 추억이 되어버린 후 알았다.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하는 거다.


글을 쓰는 것이 즐겁지만 용기가 없었던 그때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 단어로 시작해서 이렇게 길어지던 글이 한 문장이 되고 한 단어가 되고 점이 되어 버리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젠 그 점 하나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오늘은 생각의 방에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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